[일요주간=윤영석 기자] 아나운서 지망생의 성 관련 발언으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연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측이 “MRI 사진이 박 시장의 아들 것이 맞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를 밝혔다.
이날 강 의원은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 대로 국회의원직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을 한 면에 대해 당사자들과 국민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병역기피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강 의원은 기자들에게 "의혹제기는 적절했다"고 말했다.
특히 병역기피 논란인 된 박 시장 아들의 MRI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경위로 입수했다"며 "제보자 보호차원서 경위를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시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아들 병역비리 관련 소회를 밝혔다.
박 시장은 먼저 “정말 처음에는 굉장히 황당했다”며 “제가 모르는 병역비리가 있는가 해서 집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정색을 하면서 그럴 리 있냐고 되물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들에게 혹시 친구나 아는 의사를 통해서 얘기한적 있냐고 물었더니 너무 침통한 대답을 했다. 어떻게 아버지가 나를 믿지 못하냐고. 너무 처참한 심정이 됐다. 아들에게 큰 죄를 짓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시장은 “강용석 의원이 병역 비리를 주장하고 나서고, 걸어 다니는 모습 찍어오거나 체포하면 현상금 주겠다고 했을 때, 아들이 다니는 교회 안까지 쳐들어가서 동영상을 찍을 때, 여자친구 이름 전번 알아서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해댈 때, SNS에서 온갖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며 악담을 던질 때, 아들과 아내는 공포에 질려 집밖을 다니지 못했다”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음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믿어줄 줄 알았다. 근데 매일같이 강 의원은 신난 듯이 온갖 폭로를 했다. 그에 동조하는 무자비한 글들이 도배됐다”며 “모독적이고 잔인한 언어폭력이 가슴을 후벼 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심지어 의사들조차 조작을 확신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을 의사들의 직업적 윤리와 전문성을 상기하면서 절망했다. 극단적 언론도 저희를 몰아세웠다”며 “충격과 좌절의 나날 속에서 저와 가족들이 점점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괴로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서로 상대에 대한 관용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저의 이런 결단으로 말미암아 좀 더 성숙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우리 사회의 품격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MRI 유출 경로에 의혹
한편 강 의원이 공개했던 주선씨의 MRI 유출 경로에 의혹들이 모아지고 있다. 어떤 인물이 MRI사진을 건넸으며 또한 입수 경로 등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시장 측의 엄상익 변호사는 23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짐작가는 인물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엄 변호사는 "(MRI를 강 의원 측에 유출한 사람이) 얼핏 짐작 가는데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 진행자가 "병무청의 내부자냐"라고 질문하자 엄 변호사는 "어떤 말 한 마디가 책임문제가 있다. 또 그분한테 굉장한 피해가 갈 수 있어 조심스럽다. 그냥 품고 있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엄 변호사는 주신씨 MRI가 '본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던 연세대 한석주 교수에 대한 법적 대응 계획도 없음을 내비쳤다. 엄 변호사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이 공개 사과했으면 (그것으로)스스로의 징벌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법적대응의 불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엄 변호사는 강 의원이 의원직 사퇴한 데 대해선 "조금 의외였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그동안 해온 것처럼 본인이 확신을 갖고 그렇게 했다면 또 다시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바로 주저앉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진짜)그런 건지, 정치적 제스처였는지 의심되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개 숙인 의학박사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 비리 의혹과 관련 의구심을 제기하며 감사를 촉구했던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22일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에 병원은 이날 박 씨의 허리 부위 MRI 재촬영 결과 병무청에 제출한 MRI와 동일하다는 공식 결과를 밝히며 문제점이 없음을 전했다.
한 교수는 역시 병원측의 공식결과를 접한 후 "박 시장과 그 가족이 상당한 고통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 교수는 지난 18일 감사원 홈페이지 '자유토론방'에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대해 의구심을 갖던 중 강 의원이 제시한 병무청에 제출한 MRI사진을 보고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변희재 “강용석, 너무 빨리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사회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변희재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 “개인적인 검진이 아닌 병무청을 통한 공개검진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며 “강용석 의원의 사퇴는 너무 빨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4일 변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 나름의 일지와 분석을 정리해 올렸다.
여기에서 변 대표는 “저격수다 공개방송 위해 박주신 병역 관련 일지 정리해보니, 지난 8일 1,001명이 병무청 감사청구하고, 총공세 펼칠 즈음인 2월 14일 제보 받은 MRI 공개했다 22일 전세가 뒤집혔군요”라며 “병무청 감사청구 내용은 징병검사규정 위반이었는데, 2월 14일 제보된 MRI가 공개되면서, MRI 진위문제로 이슈가 변질되며, 강용석 의원은 외통수에 걸렸고, 병무청의 규정위반 사안은 어제로서 완전히 사라졌죠.”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2월 14일 MRI가 공개되지 전에도 병무청의 4가지 규정위반 건, 강용석과 트위터리안은 강력한 이슈파이팅하며, 1001명 모아 감사청구까지 했죠. 4가지 규정위반 사안 단 한 가지도 의혹 해소된게 없는 게 사실입니다”라고 지적하며 “박원순이 강용석과 동조세력 고소고발 못한 것 당연하네요. 고소고발하면 병무청 위법 관련 4가지 사안, 특히 디스크통증 전근도 검사, 박원순 측이 다 입증해야 돼요”라고 주장했다.
또한 “강용석 의원이 박주신 검찰에 고발했고, 고발장에 병무청 절차 문제 다 적혀있지요. 최소한 검찰에서 병무청 절차 문제를 밝힐 수 있는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죠”라며 이번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변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재본선 당시를 언급하며 “재보선 때, 박원순 측이 일체 해명 못한 건은 아름다운재단 불법모금 건이었죠. 그런데 하루만에 해명할 수 있는 하버드, 런던정경대 학력 건을 질질 끌더군요. 그래서 강용석 의원이 치러갔는데, 그때 역공을 했죠. 아름다운재단 건은 묻혔고”라며 “사실 지난 재보선 때,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하버드 객원연구원 문제삼을 때, 그것도 일종에 함정에 당한 거에요. '객원연구원' 아무 것도 아닌데, 박원순 측이 의아할 정도로 해명을 안해요. 그러다 갑자기 증서 하나 내놓으며 역공했죠”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보선 때, 박원순 측의 최대 약점은 아름다운재단의 불법모금이었는데, 학력 문제로 질질 끌다가, 어쨋든 나중에 이상하긴 하나, 해명해버린 뒤, ‘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 음해다’ 이렇게 역공하더군요.”라며 “박주신 병역건도 재보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역공했죠. 핵심은 병무청 규정 위반입니다.
그런데 MRI 건이 터지고, 8일간 질질 끌다, 사진 하나 찍으면서, 진짜 중요한 병무청 규정 위반 건을 덮었죠. 마치 하버드 건으로 아름다운재단 불법모금 덮듯이”라고 강 의원이 박 시장에게 전술적인 측면에서 당한 것임을 강조했다.
변 대표는 “박원순 방식은 이거죠. 쉽게 해명할 수 있는 건과, 입도 열지 못할 비리 건 있으면, 고의로 쉬운 건을 해명하지 않으면, 그쪽을 공격하게 되지요. 시간 끌다 공격이 선을 넘으면 그때 해명하면서 역습합니다. 그러면서 비리 건을 덮어버려요”라며 “이제보니, 만약 박원순이 MRI 촬영 하루 전날이라도 미리 알려주었다면, 강용석 의원 측이 병무청 4가지 규정 위반도 해명하라 요구했겠지요. 강의원 측은 너무나 갑작스레 역습을 받아 대비할 틈이 없었지요.”라고 말해 이번 사건에 대한 박 시장의 대응이 전적으로 계산된 고도의 전술이었음을 부각하는데 힘썼다.
아울러 변 대표는 “박원순 마음대로 사진 한 장 찍어선 안 되고, 원래 요구대로 병무청에서 철저하게 공개 재검을 하도록 했어야 해요”라고 아쉬워하며 “아, 2라운드에 대해서 기대를 걸긴 이릅니다. 저는 그냥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나머지 진실을 되는 대로 알아보려는 거죠”라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변 대표는 박원순 시장 아들의 이번 재검 결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갑제 대표가 박원순 측 엄상익 변호사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재촬영이 진행되었군요”라며 “조대표가 엄상익 변호사를 절대 신뢰하는 것을 보면, 그 과정에서의 부정은 가능성이 없을 겁니다. 문제는 MRI 제보지요”라고 말했다.
한편 변 대표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법규에 따라 병무청의 재검을 받는 것이었죠. 그 점에서 강용석 의원은 사퇴를 너무 빨리 한 것 같습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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