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판사’ 법복 입었던 서기호 전 판사, 정치인 변신

정치 / 윤영석 / 2012-03-05 11:48:16
  • 카카오톡 보내기


▲ 서기호 전 판사
[일요주간=윤영석 기자] ‘사법부의 양심! 서기호 판사를 대법원이 내쫓았다’며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선물해 준 ‘국민판사’ 법복을 입었던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2일 통합진보당에 입당하며, 정치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걷게 됐다.

서기호 전 판사는 이날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깨끗한 정치하겠다는 사탕발림 같은 말은 하지 않겠다”며 “그간의 제 행적으로 대신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가는 통합진보당,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의 당원으로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법관을 천직으로 알고 복직소송을 준비하던 서기호 전 판사가 지난 2월17일 법복을 벗은지 불과 2주 만에 정치에 입문하고, 또 정당으로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최근 <나는 꼼수다>가 나경원 전 의원이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기소청탁’했다는 논란에 대해 양심고백한 박은정 검사가 사직의사를 표명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기호 전 판사는 이날 입당 기자회견에서 먼저 “오늘 박은정 검사의 사직의사 표명을 접하면서, 저는 지금 매우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저는 박은정 검사와 사법연수원 29기 600명 중, 같은 7반에서 2년간 교육을 받았고, 또한 작년 11월경 정치검찰을 비판하며 사직하신 백혜련 검사와도 29기 동기”라고 두 사람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비록 우리는 서로 간에 판사와 검사로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이심전심으로 통했고, 특히 부당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재판 혹은 수사를 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마음가짐 역시 한결같았다”고 덧붙였다.


서 전 판사는 “그러나, 우리가 꿈꾸었던 판사, 검사의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며 “특히 후배를 지도한다는 미명하에 가끔씩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선배 법조인들의 모습에서 실망하기도 했고, 국민을 위한 법원과 검찰보다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조직의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개별 판사와 검사를 관리ㆍ통제하려고만 하는 수뇌부의 모습에 좌절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심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세 사람은 강제퇴직 당하거나, 사직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도대체 전화를 걸어 기소청탁을 한 김재호 판사는 왜 남고, 양심에 따라 이를 사실대로 밝힌 박은정 검사는 왜 떠나야 합니까?”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도대체 몇 명의 젊은 소장 판ㆍ검사가 더 옷을 벗어야, 이 부러진 법원, 검찰의 행태를, 광란의 칼질을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전 판사는 “원래는 판사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가 불의의 강제퇴직을 당했기에,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하고 싶다는 순수한 뜻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이면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가 원하는 근본적인 사법개혁이 법률 개정 등 입법활동과 밀접히 연결돼 있고,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운동 차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며 고뇌의 찬 결단임을 내비쳤다. 그는 “그런데 오늘 박은정 검사의 소식을 접하고서,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전 판사는 “아직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비례대표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우선적으로 당에 가입하기로 했다”며 “저의 문제를 비롯해 영화 <부러진 화살>, 박은정 검사 사건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법조계 사태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소수 엘리트 관료 법조인들과 보수언론, 청와대 사이의 기득권 복합체의 지배체제 유지 차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이대로 두어서는 우리나라의 사법근간이 흔들리고, 국민들의 사법불신은 더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기에,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따라서 저는 전국적 조직을 갖춘 정당 활동을 통해, 그리고 가급적이면 국회의원이 돼, 뿌리 채 헤집어서 근본적인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나서고자 한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도움을 받아서, 민주통합당의 총선 후보로 나선 백혜련 변호사를 만나, 박은정 검사 사태에 대한 공동대응 방침을 논의하고자 한다”며 “제가 원하는 근본적인 사법개혁은 검찰개혁과 함께 갈 수 밖에 없고, 뜻을 같이하는 정당과 사회단체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공동대응 의지를 밝혔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