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이정미 기자]“안전과 서비스 등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비행기 승무원들의 복장 규정은 효과적인 역할 수행은 물론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해서 결정돼야 한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는 항공사 여승무원들과 민주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과도한 외모규정 및 차별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들은 “개인의 개성과 인권을 고려한 복장규정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현재 비행기 여성승무원들의 복장·용모 지침은 업무 연관성을 넘어 과도하게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는 여성을 외모로 판단해 대상화시키는 관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은 업무연관성 낮은 과도한 외모규정 폐기하고 여승무원에 대한 차별적 관행 시정하라’라는 제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치마는 무릎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고 유니폼을 입고서는 안경을 쓸 수 없다. 일명 ‘쪽진 머리’의 경우 머리 고정 위치는 본인 귀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며 머리에 실핀은 두 개만 허용한다”며 “귀걸이는 가로, 세로 1.5cm 이내로 플라스틱과 주석 재질도 안 되고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섞여도 안된다. 매니큐어는 손톱이 짧아도 무조건 발라야 하며 바지 유니폼은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1970~1980년대 서슬 퍼런 군사정권 아래 중고등학생들에게 가해진 용모와 복장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믿기지 않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여승무원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용모?복장에 관한 규정이다”고 성토했다.
또 여성위원회는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행하는 기내 서비스는 전문적 지식과 훈련된 감정노동이 바탕이 되는 고품격의 상품이다”며 “업무의 특성과 회사의 정책으로 특정한 유니폼을 입고 일하도록 하는 필요성이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귀걸이의 재질이 플라스틱이면 안 된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반지, 귀걸이, 목걸이는 어떤 재질로 몇 개까지 허용하고, 머리 모양과 색깔은 어떠해야 하며 눈 화장의 색까지 지정해야 하는 필요성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들은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은 왜 안경을 착용해서는 안 되는가? 이러한 엄격한 규제는 업무와의 합리적인 연관성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 과잉규제이며 개인의 취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인 처사이다”고 일갈했다.
항공법상에 기재된 승무원의 주요 업무를 보면 항공기 승무원은 비상 상황 시 비상탈출의 진행과 평상시에는 기내 안전 및 보안업무를 수행함으로써 탑승한 모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휘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위생 및 응급 처치, 식음료 제공 및 기내 면세품 판매, 목적지로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돌봄 노동 등 다양한 역할이 1만피트 이상의 고공을 운항하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에게 주어진다.
이같은 여승무원들의 역할을 놓고 볼 때 이러한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승무원들의 용모와 복장은 안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여성위원회의 지적이다.
“승무원들의 구체적인 노동과정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비행기는 난기류 지역에서는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하게 튀어 오르는 경우도 있다. 기체동요가 발생하면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 체크해야 하지만 승무원들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리로 돌아가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어야 한다. 이착륙할 때 승무원의 안전자세는 양 다리를 살짝 벌리고 진행 방향에 따라 의자 또는 다리를 잡아야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이동하거나 눕혀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식음료 준비, 서비스 시에도 수시로 무릎을 꿇고 손님들과 마주해야 한다. 안전업무를 위해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짧은 치마유니폼만을 강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업무적 특성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여성위원회는 “업무와의 합리적 연관성도 없고 획일적인 과잉 규제에 집착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용모·복장 규정은 결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신체 모든 부위를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며 “여승무원들의 용모와 복장을 규제함으로써 여성노동자들의 전문성과 고품격 감정노동은 사장되고 오로지 외모 관리가 모든 평가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 승무원이라는 전문 직업이 예쁜 여성들이 젊은 시절 한동안 일하다가 나가는 곳으로 치부당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외모 위주의 노무 관리와, 전문성보다는 인형 같은 복제품으로서의 이미지만을 강제해 온 것에서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승무원들은 보여주기 위해 포장된 인형이 아니다. 자신만의 개성과 인격이 있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해가는 전문직 노동자”라며 “결코 외모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여승무원들이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창의력과 개성과 취향을 발현함으로써 전문성을 더욱 보강하고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