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논란 나경원 “백의종군”

정치 / 윤영석 / 2012-03-12 11: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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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무책임한 음해와 선동에 끝까지 맞서 싸워 떳떳이 돌아오겠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사법연수원 8기수 선배·국회의원 남편·관할 판사와 검사 사이 3가지 이유


[일요주간=윤영석 기자]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나 전 의원은 8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위해 물러나 백의종군하겠다”며 서울 중구에 대한 공천신청을 철회할 뜻을 공식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제기된 남편 김재호 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박은정 검사(현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대한 ‘기소청탁’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돼 왔다.


나 전 의원은 먼저 “저는 10년 전에 당에 들어와서 그간 최선을 다해 일 해왔다. 촛불시위 정국에서도 정부와 당을 대변해 TV 토론에 적극 나섰다. 각종 선거를 맞아 전국적으로 지원유세를 다니며 당과 국민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어 다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느 누구보다 당의 뜻을 받들어 헌신하고 봉사해 왔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야권후보에 20% 이상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었음에도 당의 요구에 따라 의원직과 제 지역구인 중구를 뒤로 하고 선거에 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다시 온갖 거짓 음해와 선동이 난무하고 있는데, 당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에 맞서긴커녕 이를 빌미로 저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며 당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나 전 의원은 “그러나 편향된 언론의 무책임한 음해와 선동으로 피해를 본 저로서는 과연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멍에인지 묻고 싶다”며 “아울러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저에 대한 또 다른 여론몰이가 시작되고 있고, 당은 그 뒤에 숨으려 하고 있다”며 “우리 당이, 나아가 우리 정치가 이런 음해와 선동에 휘둘린다면, 나경원을 음해와 선동의 제물로 삼고, 거짓의 힘이 두려워 뒤로 숨기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비겁한 정치가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 정치가,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당에서 저의 공천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이유야 어떻든 논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제 탓”이라며 “더 이상 이런 논란으로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제가 당을 위해 물러서겠다. 백의종군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모자라서 당과 국민을 지켜내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당원과 중구 구민의 명예를 위해 지지해주신 서울 시민, 나아가 국민 여러분의 명예를 위해 무책임한 음해와 선동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 그리고 떳떳이 여러분 앞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서기호 “김재호 판사 전화 자체로 청탁”

이와 관련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지난 7일 “지금 (박은정 검사와) 진술이 엇갈리는 것처럼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김재호 판사가 했던 말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을 조롱하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과 재임용 탈락으로 논란이 돼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판사’ 법복을 입고 퇴임한 뒤 최근 통합민주당에 입당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한 서 전 판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재호 판사의 전화가 청탁인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서 전 판사는 “언론에서 나오는 걸 보면 김재호 판사가 전화를 해서 고발 경위를 설명했다는 것인데, 일단 (두 사람의) 지위를 보면 박은정 검사 사이에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사법연수원 기수가 8년 선배였다는 것, 그 다음에 나경원 의원의 남편이라는 지위에 있었다”며 “그렇다면 박 검사 입장에서는 전화를 한 것 자체를 이미 청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근무하는 김재호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1기이고,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근무하는 박은정 검사는 사법연수원 29기다. 이번 ‘기소청탁’ 논란은 2006년 김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박 검사가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는 이어 “거기다가 김재호 판사 스스로 ‘사건 고발경위를 설명했다, 누리꾼이 스스로 (나경원 의원 관련) 글을 내리면 고발도 취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며 “이 자체가 청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전 판사는 “김 판사는 사건 당사자(나경원)의 남편 정도가 아니라 같은 관할 서울서부지법 판사였다”며 “그렇다면 검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소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이후 경찰이 박은정 검사는 진술서를 받았는데, 김재호 판사는 조사를 안 하는 것과 관련, “형식적으로 볼 때는 박 검사의 조사를 우선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박 검사는 대검 공안부에 사실을 말하고 서면 진술서를 낸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계속 박은정 검사를 더 추가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진술서에 나와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하고, 그렇다면 그걸 가지고 김재호 판사를 먼저 조사한 다음, 그 진술이 엇갈리면 그 부분을 가지고 추가조사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경찰을 꼬집었다.


서 전 판사는 거듭 “(박은정 검사보다 김재호 판사가) 사법연수원 8년차 선배라는 점하고, 나경원 의원의 남편이라는 것, 그 다음에 같은 관할에 근무하는 검사와 판사 사이라는 이 세 가지만으로도 이미 청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통합진보당에 입당해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6번이 아닌 당선이 불투명한 14번을 배정받은 것에 대해 서 전 판사는 “비례대표 6번을 받은 박원석 씨는 시민사회활동을 꾸준히 해 온 굉장히 훌륭한 분이다. 당 지도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고 특별히 서운한 것이 없다”며 “어차피 제가 국회의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핵심이 아니었고, 사법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고 싶은 게 목표였기 때문에 마침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맡기로 해어 특별히 서운한 건 없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다시 복귀해 판사복 입고 싶다’고 했는데 정당에 입당한 것은 복직을 포기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서 전 판사는 “상황이 좀 바뀌었다. 법적 대응을 하려고 했더니 대법원과 정면대립을 하는 양상을 띠다 보니까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고, 특히 대법원장의 권한이 집중돼 있는 구조 하에서 제가 법적소송을 통해 (법원에) 되돌아갈 가능성이 낮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이 핵심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정치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정당에 입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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