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 아들은 증여재산 부모에 돌려줘야”

사회 / 이정미 / 2012-03-13 12: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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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부양의무 불이행하면 물려받은 재산 반환해야”

[일요주간=이정미 기자] 성실한 부양을 조건으로 어머니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았음에도 효도는커녕 부양의무마저 게을리 했다면 물려받은 재산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슬하에 1남 4녀를 둔 A(73.여)씨는 지난 2008년 4월 남편이 사망한 이후 장남(49)인 아들 부부가 모시겠다고 해서 장남 집으로 이사해 함께 거주하며 부양을 전제로 자신이 소유한 땅의 매매대금 2억 8,000만 원을 장남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장남 부부가 자신에게 효도는커녕 막말을 일삼으며 심히 부당하게 대우하자 2011년 2월 딸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토지 매매대금을 돌려 달라”며 장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장남은 어머니가 2010년 4월 작성해 준 확인각서를 토대로 ‘증여’라며 맞섰다. 확인각서에는 “토지 매매대금 3억 2,000만 원 중 딸 4명에게 각 1000만 원씩 주고 나머지는 아들에게 다 주며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잘 보살피고 내가 죽으면 49제와 제사를 아들이 지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김경호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장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증여재산 2억 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지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 부부는 노령과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원고의 식사를 제때 차려주지 않고, 원고에게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원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막말을 했으며 원고와 딸들 사이의 전화통화를 감시하면서 원고와 딸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원고는 피고 부부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토지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어 토지 매매대금으로 노후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매매대금 중 딸들에게 주는 4,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피고에게 증여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는 준비서면을 통해 이 사건 확인각서를 증여의 증거로 적시했으나, 확인각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토지 매매대금 중 2억 8,000만 원을 증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피고에게 보관 내지 위임한다는 의미로 작성한 것으로서 피고 또한 원고가 매매대금의 증여가 아닌 보관 내지 관리의 의미로 확인각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확인각서에 기한 피고 주장의 증여계약은 민법 107조에 의한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설령 증여계약이라고 하더라도 확인각서에는 ‘나머지는 아들에게 다 주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잘 보살피고’라고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춰 보면, 원고가 자신의 노후를 의지해야 할 피고에게 토지 매매대금 3억 2,000만 원에서 딸들에게 주는 4,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2억 8,000만 원 전부를 증여한 것은 수증자인 피고에게 아무런 부담이 없는 증여라기보다는, 피고가 노령인 원고와 함께 살면서 원고의 건강을 보살펴주는 등 성실하게 부양할 것을 부담부로 한 증여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 부부의 계속된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한 원고는 2011년 2월 딸들을 따라 피고 부부 몰래 집을 나와 딸과 함께 살며 현재에도 피고 부부와 함께 살기를 거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확인각서에 의한 증여계약은 부담부 증여로써 피고가 부양의무를 게을리 해 부양채무를 불이행한 만큼 원고는 이를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해제 취지가 담긴 소장을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위 증여계약은 적법하다 해제됐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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