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취임 첫 기자회견…담긴 ‘경제·대북’, 빠진 ‘복지·경제민주화’

정치 / 김진영 / 2014-01-07 0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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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대북정책에 가로막힌 ‘불통’논란
野 특검도입 요구에 朴 ‘소모적 논쟁’치환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년차 갑오년 새해를 맞아 국민들 앞에 취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80분 동안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비정상의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강조한 통일시대 기반구축 메시지 등 신년구상을 펼쳤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 등 국회의 의미 있는 합의에 존중한다는 언급 외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별도의 발언은 없었다. 야당의 특검도입 요구에는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단언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최대 화두였던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도 자취를 감춰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Newsis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정치권(야권)과 언론, 국민들의 기대감 혹은 궁금증은 날로 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소통을 가장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만큼 지난 1년간 정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국정원 등 대선개입 의혹과 특검도입 등 야권의 요구에 대한 입장, 그리고 최근 철도파업 문제를 낳았던 민영화 논쟁에 이르기까지 생중계될 대통령의 발언에 모두의 눈과 귀가 모아진 것이다.

특히 신년구상에 실릴 내용과 그 무게감이 어느 정도까지 핵심을 파고들지에 대한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 단순히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도 대통령의 순발력과 속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래’로 채워진 신년구상에 과거는 등장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질문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질문을 요약한 문구가 중계방송 자막에 실리기도 하고 이른바 진보적 언론사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짜여진 각본이라는 지적이 따르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빠진 경제혁신, 비핵화로 뭉친 대북정책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구상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한반도 통일 기반구축에 모아졌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사라진 경제혁신 구상은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수립, 내수활성화 등 3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철도개혁을 시작으로 한 공공부문의 정상화개혁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 및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발족,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 확대, 친환경에너지 타운 설치,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및 관련부처합동 TF 설치가 제시됐다.

이같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내 완성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회복을 위한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가늠하게 했으나 ‘한강의 기적’을 이룬 압축 성장 시대였던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과거로의 회귀라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비핵화를 통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선주문했던 MB정부의 대북기조와 유사성을 띄었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대도약기회로 보는 입장이나 인도적 지원, 민간교류 확대 등은 진일보했다는 평이 따랐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물은 질문에 대해 안보태세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 인도적 지원 강화 및 NGO 교류 통한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통일공감대 확산 위한 국제협력 강화 기조 등을 설명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지난한 해 중 의미 있는 일로 꼽은 박 대통령은 “방공식별구역이 문제가 되었을 적에 이것이 잘못하면 동북아의 위기를 가져오는 그런 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동안 관계개선을 꾸준히 해온 결과 이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었다”고 자평하며 “이러한 외교적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고 특히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해서 역내 국가 모두에 도움 되는 한반도 통일, 또 주변에 있는 국가들의 공동번영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현안에 대한 거리감 여전

대선 후 1년여가 흘렀지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논란으로 자리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야권의 특검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긋겠다는 당초 입장을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이 문제로 인해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소모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다행히 여야가 많은 논의를 한 끝에 국가정보기관, 국가정보원, 또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를 했다. 이제는 이 소모적 논쟁을 접고 우리가 함께 좀 미래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정최고운영자로서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명확한 입장발표를 촉구하는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원론적인 대답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또 “특검과 관련해 현재 재판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불통 논란이나 철도노조 파업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오히려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헌법 정신에 기초한 정상적인 관행 안에서의 소통이 진정한 소통이며 비정상적인 관행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불통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이것은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 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철도노조 파업을 보면 우리 정부가 민영화하는 것 아니다라고 누차 이야기를 해도 그 얘기를 들으려고도 안하고 그냥 불법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며 “앞으로 소통에도 더욱 힘을 쓰겠지만 불법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앞으로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관행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구성과 개헌론 제기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미 구성된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확대는 의미가 없으며 성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개헌론과 관련해서는 지난 1년간 모든 이슈의 중심에 섰던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같은 블랙홀이라며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시민사회 “불통 여전하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에 대한 시민사회와 야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불통쇼, 일방적인 국정홍보의 장이라는 날 선 표현부터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대선 공약들이 빠진 데 대한 비난도 따랐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기자회견장이 쌍방향 소통의 장이 아니라 일방적인 국정홍보의 장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하며 “국민들은 잘 짜여진 한편의 각본보다 솔직한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특검, 개각설, 경제민주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설치, 개헌론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거나 일축했다는 것이다.

불통을 지적한 데 대해 법과 원칙으로 맞선 것은 곧 청와대가 일방적인 기준을 가지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골라서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지의 여부는 대통령의 느낌이 아니라 국민 등 대화의 상대방의 느낌에 달려 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대외의존도 및 사회양극화 심화 속에서 구체적인 대책 없이는 실패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개혁 역시 이에 대한 대책이 선행되지 않아 설득력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언급되지 않은 것도 문제시 됐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그처럼 시대의 화두라고 찬양했던 경제민주화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그 꼬리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과감한 경제민주화 대책, 복지정책, 인사대탕평과 전향적인 노사정책 등을 통한 사회대통합이 전제될 때만이 (4%성장, 3만불 소득달성, 고용률 70% 달성 등) 가능함에도, 이런 말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가 빠진 점, 특검 요구 거부에는 실망스러움을 표했다.

정의당도 기초연금과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무상 의료 등 복지정책 실행과 재원대책 촉구를 강조했다. 김제남 원내대변인은 “국민과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행의지 없이 오로지 경제활성화만 내세운 것은 마치 대한민국의 시계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받들던 50여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복지의 후퇴에 대한 별도의 입장표명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국민 행복 시대는 모호한 창조경제와 과거 방식의 성장 정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의 성실한 이행에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첫 기자회견을 열어 ‘불통’이미지를 불식해보려 한 것이겠지만 무지와 무능을 드러낸 불통쇼에 불과했다”며 “장관과 비서진 수십명을 배석시키고 기자들은 30여명만 참석한 기자회견은 그 모양 자체도 소통과는 거리가 먼 권위주의적 연출일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 역시 순서와 내용이 미리 정해진 것으로 보였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정국구상에 대해서도 알맹이가 없다고 평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코레일의 ‘고용세습’에 대해서도 잘못을 지적하며 청와대와 참모진들의 무지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실망을 표하며 지난 1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박근혜 정부의 독선과 독주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전했다.

특히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론 분열과 국론 소모’로 매도한 것과 재판중인 사안이라는 반복된 대답으로 미루어 “박근혜 정부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은폐축소, 수사방해 행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지속된다면, 작년보다 더한 국정 위기가 초래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가 더욱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자리였다고 평가하며 “국회도 박 대통령이 밝힌 국정 운영과 각오에 책임있는 자세로 답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민생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인식으로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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