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의원일정에 오래된 의원사무실은 접대를 위한 찻상을 제외하고는 쓰지 않은 물건처럼 깨끗하다. 대한민국의 국회는 이렇게 호흡을 하고 살아간다. 정치에 정의는 없고 상징만 겨우 이어가고 있는 국회의사당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어 뭔가 섬세함을 기다렸지만,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만큼 제아무리 최강 군부세력의 딸이 권력을 잡았지만 국민들이 안보와 치안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그나마 그 것 또한 이전 정권보다 더 불안정하다. 분명 2013년 한국은 남다른 분위기로 시작되었고 그 어느 정권보다 특별한 대통령의 취임으로 뭔가 큰 기대심리가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해가 거듭되고 정권 2년차가 다되어도 이전 정권과 다를 바가 없고 차별되는 건 미혼의 대통령으로서 직계가족의 비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누구에 의해 한국이 지도되고, 이끌려 가는지 조차 느끼지 못 할 만큼 존재감이 잔잔한 채 사회와 국회만 시끄러웠다.
국회에 오래 간만에 출근한 의원은 심심하면 대선불복과 함께 대통령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따지며 출근했음을 알린다. 그냥 국회로 들어오는 것이 민망한지 하나씩 물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역시 의원은 남다르다. 연일 무기력을 보여주는 국회는 임대료가 비쌈에도 웬만해서는 공실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 최고의 노른자위이다. 무얼 영업하는지 알 수가 없어도 연일 문전성시이다. 그들은 차린 것도 없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흡족해 한다. 대표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중요한 인재인 양 입가에 미소를 띤다.
그런 그들에게는 기업과는 다른 수입이 존재하고 특별한 수완과 수단으로 웬만한 중소기업의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니 선거 때 투자한 돈은 말 그대로 권리금이다. 이벤트에 반드시 참여하는 동선에 혼자는 아니다. 그들을 둘러싼 우수한 인재들이 무릎을 대주고 허리를 잡아주니 무리한 일정에도 힘이 들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로 꽤나 쓸만한 인재를 뽑아 심부름을 시키려했던 의원직이 되려 초호화 보좌관들이 움직여 사람하나 만드는데 돈을 쓰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수족처럼 사용되는 사람들은 큰 불만이 없다. 골드계약직이기 전에 자신도 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예비의원으로서 선배의원을 보좌하는 격이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처음과 달리 보좌관의 역량은 정책과 입법과정의 수행보다는 이벤트 섭외에 강하고 속칭 돌려막기로 의원을 땜빵하기 바쁘다. 주인을 담아 정치적 행정적 성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 대감(大監)집 개도 사람에 따라 짖는다고 한다. 일감은 많은데 다들 공사가 다망하여 자리를 비우니 쌓여가는 일감을 온전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일 잘하라고 준 돈은 품위유지비로 쓰느라 모자라기만 하다. 국민들의 수발을 해주어야 할 의원들이 국회에는 없고 다른 곳에서 수발을 받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성과와 기대는 선거 때만 빛나고 선거 후면 은둔하거나 연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존재감과 인지도를 밝히는데 여념이 없다. 지금의 국회는 존재감보다 인지도이고 능력보다는 인맥이 판을 치니 의원회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뭔가 지는 것 같아 불안들 한다. 세상이 요지경이 아니라 국회가 요지경이다.
국민의 대표성보다 개인의 욕구에만 빠져있는 국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강제노역을 시켜서라도 일감을 마무리 하도록 국민들이 촛불과 광장이 아닌 투표권으로 압박해야 한다. 국회에 있는 자들에게 이번 선거의 의미를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한다. 그들의 의지는 자유로울 수 있어도 책임과 의무는 지독하게 무겁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7.30 보궐선거에서 보여줄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자 올해 국민들의 최고의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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