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중소기업 아이디어 무단 도용 뒤늦은 사과..."디자이너 제품 베껴 중국서 생산"

e산업 / 김슬기 / 2015-06-10 14: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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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 사건 끊이지 않는 ‘이랜드’ 이번엔 카피제품 발주 논란
이랜드 공식 사과문 내고 “모든 제품 공급 시스템 재검토”

[일요주간= 김슬기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단 도용하는 일부 대기업들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행위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한 대기업이 국내 디자이너들의 피땀 어린 결과물을 그대로 카피해 중국 업체에 직접 발주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연간 매출 규모 10조 원이 넘는 유통 대기업 ‘이랜드’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이랜드가 지난 2013년에 론칭한 리빙&팬시 SPA브랜드 버터샵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판매 중인 상품 중 일부가 국내 디자이너 제품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2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이랜드는 본사 브랜드 ‘버터’를 통해 총 13개의 도용의심 품목을 판매했다. 해당 제품들은 이미 국내 디자이너가 출시한 것들이었지만 이랜드는 중국공장에서 다시 생산해 자사 이름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특히 ‘POTATO CHIPS MEMO’라는 메모지 상품은 디자이너 이성진씨가 1년 반 만에 내놓은 디자인이었음에도 하루아침에 이랜드에 아이디어를 도용 당한 것이다. 이랜드 ‘버터’에서는 제품명과 포장지뿐 아니라 메모지에서 감자향이 나도록 하는 핵심 아이디어까지 그대로 가져와 이것을 반값에 판매해왔다.

중국 이우시에 있는 생산업체 측도 이랜드가 자사에 직접 사진, 샘플까지 가져와 주문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이 상품을 개발한 디자이너 이성진씨는 제품 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감자칩 향이 나는 디테일까지 그대로 카피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한 때 일을 그만둘까라는 생각했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외에도 버터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도용의심 품목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품들은 ‘페코마트 메모지’(3개), ‘모바일 테일’(1개), ‘사람모양 펜 꽂이’(1개), ‘과일 메모지’(2개), ‘구두 폰 홀더’(1개), ‘원형 펜 꽂이’(1개), ‘안경거치대’(1개), ‘칫솔거치대’(1개), ‘마그네틱 도넛’(1개), ‘도어스토퍼’(1개) 등 총 13가지다.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이랜드 측은 모조품이 자사 제품 속 우연히 포함됐을 뿐이라며 아이디어 도용을 부인했다가 지난 3일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통해 관련자 징계를 비롯해 모조품들을 전량 폐기, 피해 디자이너들의 디자인권을 구입하는 등의 후속 조지를 이미 마쳤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앞서 공식 사과 전 지난 3일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이랜드 관계자는 “잘못한 부분이 있는 건 맞다”며 “대량으로 제품을 들여오다 보니 중국 생산업체에서 모조품이 섞여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일일이 점검하지 못한 건 잘못이다”고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랜드가 직접 업체에 발주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엔 “하나하나 지정한 부분이 아니다. 발주해서 거기 맞게 제작하는 상품이 있고 또 소싱해 들여오는 제품들이 있다”라고 답했었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이랜드와 중국 생산업체 간의 거래량이 1년 만에 10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디자인 도용 피해업체들은 지난 1일 이랜드를 디자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편 이랜드 디자인 베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이랜드 계열사 이랜드파크에서 중소업체의 인테리어와 메뉴를 도용한 것이 문제로 제기 돼 당시 대표가 사임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이랜드파크가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중소 식당체인인 ‘바르미 샤브샤브’의 판매 방식 및 매장 디자인을 도용해 ‘로운 샤브샤브’를 오픈한 것이 문제다 됐다.

또 지난 2012년에도 이랜드 계열 SPA 브랜드 '스파오'에서도 국내 소규모 업체 ‘얀윅스’의 양말 디자인을 도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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