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계약을 체결한 3순위 낙찰자가 개인 사업자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입찰 자격 기준을 놓고 상반된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원시측은 입찰 참가 기준을 ‘공고일 현재 만 20세 이상의 수원시 관내에 주소(주된 사무소)를 둔 개인 또는 법인 사업자’로 규정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 순위 탈락자측은 이 공고 기준을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수원시의 주장대로 라면 ‘개인 또는 법인’으로 공고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보통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에는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 등 여러 평가 항목이 있는데 비해, 일월 도서관의 북 카페 운영사업자 선정에는 객관적 평가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선 전자입찰, 후 서류’로 진행돼 참가 기준 해석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수원 도서관 사업소, 지난달 27일 북 카페 및 자판기 운영 사업차 입찰 공고
위 사진은 수원시 도서관 사업소(소장: 조인상)가 지난달 27일자로 공시한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일월 도서관(팀장: 갈미숙)의 ‘북 카페 운영 및 휴게실내 자판기 설치 운영 사업자’ 공고문이다. 참가자 자격 기준은 ‘공고일 현재 만 20세 이상의 수원시 관내에 주소(주된 사무소)를 둔 개인 또는 법인 사업자’로, 방법은 ‘한국자산관리공사 홈페이지인 온비드를 통한 전자입찰’로 규정돼 있다.
수원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자칭 타칭 ‘성실한 시민’ A씨는 위 입찰 공고문을 보고 누구나 기뻤다. 수원시가 관내 공공 도서관의 북 카페나 휴게실 운영자를 수의 계약이 아닌 입찰로 선정하는 것은 일월 도서관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A씨는 입찰에 개인으로 참여 할 것인지, 법인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공고문의 참가 자격 기준을 ‘(개인 또는 법인) 사업자, 즉 개인 사업자 또는 법인 사업자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6년째 수원 거주 A씨, 개인 사업자 없어 공무원에게 ‘개인 자격 입찰 여부’ 자문
A씨는 개인적으로는 6년째 수원시 관내에 주소를 둔 수원 시민이었지만, 개인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법인체의 대표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A씨의 법인은 주된 사업소가 수원 관내에 있었지만, 법인 설립을 김포시에서 했기 때문에, 수원 세무서에서 발급한 사업자 등록증에 ‘사업장 소재지는 수원, 본점은 김포로’ 나눠져 있었다. 개인 사업자를 내기에 시간이 촉박했던 A씨는 친분이 있던 공무원에게 ‘개인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에는 사업 수행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고, 특히 이번 경우처럼 면접이나 다른 평가 항목 없이 낙찰되는 경우 보통 사업체 운영의 증빙이 되는 사업자 등록증과 세무 관련 증빙 서류가 있어야 된다”며, “만약 개인에게도 자격을 부여하려고 했으면 ‘개인 또는 법인’으로 했지, 왜 ‘개인 또는 법인사업자’라고 했겠느냐?”며 자격 기준을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A씨에게 법인 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법조 관계자 ‘주된 사무소는 실제 사업장이기에, 수원 관내 법인 사업자 자격 충분’ 해석
A씨는 법인체로 입찰 참여를 결정했지만, 법인 설립 당시의 본점 주소지 때문에 꺼림직 했다. 그래서 모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등기부 등본과 사업자 등록증, 그리고 법인체의사무실 규모와 위치 등을 꼼꼼히 검토하더니, “주된 사무소는 실제 사업장이기에 수원 관내 법인 사업자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지난 온비드 전자입찰에 법인 대표 자격으로 참여해, 예정가 1887만원보다 훨씬 높은 ‘연 3900여만원’의 임대료를 써 넣어 낙찰됐다.
지난 4일 개찰 결과, A씨 보다 600여만원이 적은 3300여만원을 써 넣은 B씨가 차순위, B씨보다 1백여만원이 적은 C씨가 3순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씨가 일월도서관측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하자, 결국 ‘주된 사무소’ 소재지가 발목을 잡았다. 수원시 도서관사업소와 일월도서관측이 ‘주된 사무소’를 ‘본점’으로 해석하면서 수원 관내 법인 사업자 자격 부적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제한 입찰 국가 계약법 21조의 ‘법인의 주된 사무소’는 ‘법인 등기부상 본사 소재지’
이와 관련 일월 도서관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자문을 통해 부적격 결론을 내렸고 내용증명으로 이미 통보를 했다. 기획 재정부의 계약 예규 전문에도 주된 사무소와 관련 ‘입찰 참가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 등기부상 본사 소재지를 말한다’고 적시돼 있다”며 계약 예규 전문 복사본을 건네주었다.
일월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받은 자료집에는 경쟁 참가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와 사유를 규정한 국가 계약법 시행령 제 21조 가운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입찰 참가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등기부상 본사 소재지”라고 적시돼 있었다.
입찰 공고 이후 전입 신고한 차 순위도 부적격 판정, 3순위와 계약 체결
일월 도서관 관계자는 이어 “그래서 후 순위자와 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전입 신고를 입찰 공고 이후에 했기 때문에 역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본인은 이미 몇 달 전에 이사해 실제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공무원은 서류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3순위자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서류 검토 결과 적합 판단을 내려, 지난 18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A씨에게는 지난 4일 온비드 개찰 이후 제출받은 서류를 검토해 이미 9일 오전 11시 부적격 통보를 했다면서, 이후 A씨가 ‘주된 사업장’ 관련 자신의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 왔지만 법적 자문을 통해 ‘문제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상 주차장, 공원과 연결된 북카페 인테리어는 수원시 예산으로
수원시가 97억 원을 들여 지은 일월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천885㎡ 규모로 강당, 강의실, 커뮤니티 공간, 어린이 자료실, 유아실, 종합자료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는데, 지형의 경사도로 인해 북 카페가 위치한 지하층이 외부 공원, 주차장 출입구와 연결되어 있다. 기자가 23일 오후 방문했을 때 북 카페는 이미 인테리어가 마무리 되어 있어 커피 머신이나 관련 집기류 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한 상태였다.
일월 도서관 관계자는 “시민에게 보다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비를 들여 48평 북 카페를 인테리어 했다”며 “계약자가 가져다 놓은 비품은 없는 것으로 안다. 내부는 크게 손 델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열람실이 없고 자료실만 이용하는데도,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1천여 명에는 미치지 않고 있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다음달 7일에는 북 카페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자 ‘개인 사업자’ 여부 놓고 논란 - 수원시 ‘특혜는 없다’ 일축
이 때문에 수원시 도서관 사업소와 일월도서관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선순위 낙찰자를 잇따라 탈락시키고 후 순위자와 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놓고 일부에서는 특혜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정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 ‘시장 측근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루머까지 확산되는 등 미숙한 업무처리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불만 가운데 전자 입찰에서 3순위를 하고도 계약을 체결한 C씨가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즉 C씨가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개인’으로 입찰에 참가했는데, 이것이 입찰 참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월 도서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원시 관내에 주소를 둔 개인은 누구나 가능하다고 공고했다. 사업자 등록은 계약 체결 후 임대 계약서를 들고 가서 내는 것이지, 누가 먼저 내 주느냐?”며 “특혜 시비는 말도 안 된다. 지난달 도서관 정책과에서 경쟁 입찰 공문이 내려왔고, 우리는 관련 법규와 원칙에 따라 업자를 지정했을 뿐이다. 만약 특혜를 주려고 했으면 관례대로 수의 계약을 했지, 왜 경쟁 입찰을 했겠느냐”고 발끈했다.
자격 기준을 사업자가 아닌 개인으로 확대 해석할 경우 북 카페 운영의 노하우가 전혀 없는 개인이 선정될 우려에 대해 묻자 일월 도서관 관계자는 “계약을 체결한 C씨는 배우자가 다른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내 미술관 내 카페 입찰에도 참여하려다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 카페를 운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원시 ‘사업자 여부는 고려 대상 아니었고, 공무원은 문서를 가지고 적합 여부를 판단’
수원시 도서관 사업소 관계자도 “입찰제로 방법을 바꾼 것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수익성과 함께 이용객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수원 시민 누구나에게 북 카페 운영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사업자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공무원은 문서를 가지고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에 사적인 감정이 있을 수 없고, 특혜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 했다.
그러나, 1순위 낙찰자 A씨는 “사업자가 없어도 수원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면, 내가 왜 번거롭게 법인 사업자로 참가 했겠느냐? 그런 논리라면 법인 대표자는 수원 시민이 아니라는 말 밖에 더 되냐?”며 법적 대응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
수원시 도서관 사업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 시행한 입찰제도에 1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며 “유독 A씨가 법적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모호한 참가 자격 기준 문구와 이의 확대 해석에 대해서는 북 카페 입찰을 준비해 온 업체들 사이에서도 혼선과 확인되지 않는 특혜의혹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가 계약법 21조 휴추 해석하면 ‘법인 혹은 개인 사업자’가 기본 고려 대상
취재진이 건네 받았던 기획 재정부 계약 예규 전문에도 법인에 이어 개인 사업자의 주된 영업소에 대해 “입찰 참가자가 개인 사업자인 경우에는 해당 사업에 관한 사업자등록증 또는 관련 법령에 의한 허가, 인가, 면허, 등록, 신고 등 관련 서류상의 소재를 말한다. 다만 개인사업자가 사업장 소재지는 다르지만 사업 종류가 동일한 복수의 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개인사업자가 그 중 한곳을 지정한 사업장 소재지를 주된 영업소로 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쟁 참가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와 사유를 규정한 국가 계약법 시행령 제 21조의 기본적 고려 대상이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임을 유추해석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원시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객관성과 신뢰를 담보해야 할 입찰 공고를 내면서 철저한 사전 검토나 설명 없이 미흡하게 문구를 적시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공방을 벌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즉 참가 자격으로 ‘만20세 이상의 자로 수원시 관내에 주소를 둔 개인 혹은 수원시 관내에 주된 사무소를 둔 법인 사업자’로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 처럼 ‘수원시 관내에 주소(주된 사무소)를 둔 개인 또는 법인사업자’로 공고가 날 경우, 기획 재정부의 계약 예규 전문에 익숙한 사람은 ‘법인과 개인 사업자’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법적 분쟁 발생할 경우, 염태영 수원 시장 도서관 사업추진 타격 입을 듯
A씨 측은 “몇 년 전 염태영 시장님과 탤런트 박철씨의 토크쇼 때 북 카페 이야기를 듣고 바리스타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 지경이 되니 후회막심(後悔莫甚)”이라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담당 공무원의 억지 해석이 염 시장님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도서관 사업에 재를 뿌리지는 않을지 우려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 12월말 수원의 모 방송에서 열린 염태영 수원시장과 탤런트 박철과의 토크쇼에서 도서관의 증설과 공공청사 한편에 북 카페 등을 수용하는 것을 제안하는 시민 패널의 질문에 염 시장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을 들추어냈다.
한편, 수원시는 내년에 화서다산 도서관, 2017년에 매탄도서관, 광교푸른숲 도서관, 고색역 도서관 등을 개관해 모두 20개의 시립도서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