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기 잡은 삼성…"'이재용 승계용' 따가운 시선 떨쳐낼 수 있을까"

e산업 / 김슬기 / 2015-07-03 10: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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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교수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서라는 게 현재 다수 생각"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Newsis
[일요주간=김슬기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싸고 벌어진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사(이하 엘리엇)간 법정다툼은 일단 삼성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17일을 기점으로 엘리엇이 추가 법률 대응을 예고해 양 측의 싸움은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삼성이 주주들의 지지표 결집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1일 기각 판결을 내렸다. 또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엘리엇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오는 17일까지 그 결론을 내릴 것임을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주가가 산정된 것”이라며 “산정기준 주가가 부정행위로 형성됐다고 볼 근거 자료가 없는 이상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엘리엇이 제기한 현재 삼성물산의 저평가된 주가와 제일모직의 고평가된 주가 차이에서 오는 합병 시기 문제에 관해서는 “회사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주가 역시 시시각각 변동하는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이 뻔히 예상된 만큼 엘리엇이 계속해서 합병 반대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의 엘리엇은 이미 여러 글로벌 기업에 투자해 무차별 소송전을 벌이고 수익을 극대화 사례들이 다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엘리엇 측이 이번 소송에서 이길 거라고는 기대 안 했을 거다”며 “다만 소송 등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슈화해 주가를 올리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결국 돈을 버는 게 (엘리엇의) 목적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주주총회에서 합병안 가결 결정이 나오면 엘러엇이 주총결의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해 법률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물산 이사회의 합병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한 만큼 삼성물산 이사회를 상대로 배임 및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을 지적하는 소송 역시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엘리엇이 법리적으론 취약한 내용을 여론전으로 커버한 만큼, 양측의 법률 싸움보다는 그들 입에 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미 엘리엇은 다국적 기업 언론홍보와 위기관리를 줄곧 맡아왔던 뉴스커뮤니케이션으로 하여금 법원 판결의 유감인 자사 입장을 전달하게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주총을 앞두고 날선 공방이 예상되면서 양측이 향후 어떤 전략으로 각축을 벌일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교수는 “(오는 17일까지 결과가 나오는) 삼성물산 자사주 KCC 매각 건이 아직 남았다. 아직 법원이 판결을 내리지 않은 만큼 그 부분이 (이번 싸움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며 “하지만 우리 법원은 삼성 편을 들어줄 것 같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삼성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적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병을 위해선 삼성이 17일 주총을 통해 총 47%의 주주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 (삼성은) KCC를 합쳐서 총 20%가 확보된 상태다. 그래서 나머지 27%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10%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관건이 됐다”며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를 한 것처럼 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합병 승인은 어렵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합병을 둘러싸고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들 여론 또한 합병 어려움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여론이 옛날과 같지 않다. 많은 주주들과 국민들이 과거처럼 순진하게 국수주의 관점으로 보고 있지 않는다”며 “이번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서라는 게 현재 다수 생각인데 그런 측면에서도 (합병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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