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려면 그 이유와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합당한 설명 없이 함구하고 있다가 주총 당일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은 국민연금 의사결정과정과 내용 합리성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입장을 결정했다. 합병 찬반에 대한 공식 입장은 오는 17일 주총 이후 추후 발표할 방침이지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내부적으론 찬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대해 경실련 최정표 공동대표는 “향후 엘리엇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ISD 소송에서 한국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은 국민 세금으로 삼성재벌 총수일가의 세습비용을 충당해도 무방하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 3,000억 원어치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난 투자위원회를 통해 국민연금은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선 경실련은 “장기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이 크게 고려할 점이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합병을 찬성하는 게 아니라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 되고,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시점에서 제일모직 주식을 처분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유지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경실련은 국민연금이 삼성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업합병 발표 이후 국민연금이 2% 가량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이 삼성 총수일가를 돕기 위함이었다는 의심을 사기 알맞은 내용이라는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둘러싼 논란은 오는 17일 삼성물산 주총 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단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쪽으로 의견을 기울임에 따라 합병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게 됐다. 또 우정사업본부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각 공제회 등도 찬성 의사를 비치면서 현재 삼성측 우호지분은 최소 42.04%가 확보가 됐다.
투자위원회를 통해 보여준 국민연금의 이번 자체적 의결권 행사 결정은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합병 비율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새로 출범할 합병 법인의 성장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 판단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즉 현재 불리한 합병 비율이 미래 성장을 통해 장기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또한 이 같은 국민연금의 자체적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경개대는 기금운용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것이 본래 확립된 절차임에도 국민연금이 이 같은 안건회부 원칙을 무시하고 자체적 의사결정을 한 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13일 논평을 통해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역시 이날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전문 위원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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