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전투장면 파노라마 같이 전개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이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 28~29일) 7개월 전인 5월 20일 초판이 발행됐음에도 김정일의 죽음을 예견한 것은 물론 김정일 사후 북한 내부 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책 내용과 거의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강원도 평창에서의 성장과 한반도 안보전선에서 30여 년 간 활동했다고 솔직하게 소개한 작가는 575 세대다. 즉 50년대 생으로 70년대 학번을 지니고 지금 50대 중후반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년층이다. 이들 575세대들은 군사문화를 형성했던 개발독재시대에 학창 시절을 지내며 부마사태, 광주항쟁, 삼청교육대와 같은 험난했던 시대를 몸소 체험하면서 80년대 격동의 민주화운동 시기를 지나 오늘날까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의 세월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경험과 청춘을 몸담았던 안보전선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김정은 통일전쟁’을 집필 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평생의 혼을 털어 집필한 소설이기에 그 누구도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필체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김정은 통일전쟁’은 전개 된다. 강원도 태생의 575세대로서 국가안보최전선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산전수전 다 겪은 작가 ‘이 영’의 전쟁소설 ‘김정은 통일전쟁’속으로 들어가 본다.
소설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작가는 한민족 오랜 염원이자 숙원인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경험에 의한 논리인지는 몰라도 작가는 ‘힘이 평화’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영원한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 땅의 숭고한 젊은 영혼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며 소설은 시작된다.(본 소설은 남?북한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 미·일·중·러 4강의 군사력과 안보 환경에 기초하여 재구성한 픽션임을 밝혀둔다)
저격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일직선으로 뻗으며 허공을 갈랐다.
휠체어를 밀던 호위군관은 갑작스레 날아든 총탄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양 어깨에 대좌 계급장을 달고 있던 한 사내가 가슴에 안고 있던 ??김일성항일무장투쟁사?? 전집 속에서 갑자기 권총을 뽑아들어 총격을 가했다.
“아버지란 이름은 누구에게나 숭고하다.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를 불러보지 못했다.”
중년의 사내는 권총을 부르르 떨며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아버지 유훈을 저버리고 인민을 굶주리게 한 죄.”
두 번째 총탄이 휠체어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김정일의 가슴을 향하는 순간, 근접 호위군관이 뛰어오르며 육탄으로 막으며 덮쳤다.
탕.
둔탁한 총소리와 동시에 호위군관은 김정일을 안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들의 정신적 성지인 김일성혁명력사관 실내는 순간 고요가 안개처럼 깔리며 정적이 왔다.
김일성정치대학 혁명력사관장 김광일 대좌는 핏발이 선 눈동자로 조카 김정은을 찾았으나 호위군관에 둘러쌓인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장군님”을 외치며, 장성택 부장이 달려들었다. 세 번째 총구가 장성택의 가슴을 겨냥 하는 순간 세 발의 총성이 연거푸 울렸다.
탕탕탕.
김광일 대좌는 통나무처럼 나가떨어지며 뒹굴었다.
달려들던 장성택이 풀썩 주저앉으며 어깨를 감싸면서 쓰러졌다.
호위경호처장이 급하게 쏜 총탄 한 발이 장성택의 어깨를 스쳤다.
1960년대 중반 김일성과 문경자와의 사이 숨겨진 아들 김광일, 김일성의 아들로 김일성혁명역사관장으로 숨어 살아 왔던 그는 철저히 버려진 왕자였다.
후계자 김정은의 김일성혁명력사관 첫 방문에 맞추어 그동안 쌓인 울분을 행동으로 보인 김광일도 호위 처장 총탄에 죽었다. 두 사람의 죽음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느 소영웅들처럼 고요한 평양의 밤 속으로 묻혀 버렸다. 잠시 후 역사관 밖에서 대기하던 호위군관들의 발소리가 말밥굽 소리를 내며 몰려 들어왔다.
왼팔에 ‘백두산’ 마크를 달고 가죽 어깨반도를 두른 호위군관들은 이리 떼처럼 날뛰며 사방으로 총구를 겨눈 채 소리 질렀다.
“아무도 움직이지 말라! 움직이면 쏘갔어!”
그때까지도 김정은과 김경희는 전속 호위군관의 보호 아래 책장 사이의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번뜩이는 눈매의 리영호 차수가 김정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대장 동지, 괜찮습니까? 이제 일어서시라요.”
“아버지는 어떻게 됐습니까?”
김정은은 부들부들 떨며 상황을 물었다. 170㎝ 정도의 키에 비만형 체형, 두툼한 볼 살과 턱 아래까지 늘어진 살집, 곱슬머리에 앞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머리 스타일과 짙은 감색 인민복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젊은 시절처럼 보이게 하여 카리스마를 자연스레 연출해 내었다.
“무사하십니다. 염려 놓으시라요.”
리영호 총참모장통합군참모장은 어린아이 달래듯 김정은을 진정시켰다. 봉화진료소 응급군의관들이 들이닥쳤다. 김정일의 주치의 한지열 박사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쓰러져 있는 김정일의 맥박과 관상 동맥 부분을 만져 보았다. 힘없이 늘어진 팔목에서 희미한 맥박이 깔딱거렸다. 한지열 박사가 봉화진료소로 모실 것을 지시하는 순간. 김경희가 책장 사이에서 나오면서 ‘잠깐’하며 소리치고는 리영호 차수에게 급히 다가서 속삭였다.
“이 상태로 봉화진료소는 안 됩니다. 소문이 안 좋게 퍼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여장부 김경희가 초조한 낯빛을 보이자 묵묵히 사태를 주시만 하고 있던 오극렬이 호랑이처럼 번득이는 눈빛으로 리영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눈을 맞추고는 한 박사에게 지시했다. “한 동무, 의료진과 함께 85호 청사로 장군님을 모시라우. 구급차 말고 벤츠 차량으로.”
“오대장 동지, 장군님의 상태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피하려는 오극렬의 의도를 한 박사가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구급차량으로 후송해야 안전합니다.”
한 박사가 다시 한 번 주장했다.
“한 동무가 곁에 있는데 뭘 걱정하겠어. 시키는 데로 하시오.”
북한 최고 의료시설인 봉화진료소 대신 중구역 노동당 1호 청사 바로 오른쪽에 자리한 85호 청사로 후송하라는 오극렬의 굵고 쉰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김경희는 장성택만이 들 것에 실려 봉화진료소로 후송되는 것을 보고는 김정은을 데리고 서둘러 김정일이 누워 있는 차량을 따라 나서며 오극렬에게 조용히 전달했다.
“오대장 동지. 여기 있었던 일 차단해 주시라요. 그리고 리영호 총참모장 동지와 함께 85청사에서 만납시다.”
공포의 서늘한 바람이 몰아치는 초겨울 밤, 공화국 심장부인 평양시 중구역으로 몰려가던 시각은 12월 12일 늦은 밤이었다. <계속>

저자 ‘이 영’은 어린 시절 강원도 평창에서 성장했다. 1979년 육군 소위로 임관 후 30여 년간 한반도 안보전선에서 활동했다. 전역 후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서해남침」「제2의 한국전쟁」 등 단편 전쟁소설을 주요 월간지에 연재했다.
그 외 저서로는「대포격전」「푸른 달에 지다」「저격수의 봄」등이 있으며 제17회 한국전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 등장인물
▲ 김정은 김정일의 삼남. 1983년 생. 인민군 대장.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노동당제1비서. 북한군 최고사령관.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 김일성혁명역사관을 방문했다가 저격당한다.
▲ 김정일 김일성 장남. 1942년 생. 북한 실질적 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 위원장.
▲ 김경희 인민군 여성최초 대장. 김일성 외동딸 김정은 고모. 김정은 체제 유지에 최대 후견인.
▲ 장성택 노동당행정부장공안비서 국방위 위원. 중앙군사위 위원. 북한의 실질적 넘버 투 맨으로 김정은 보호자다.
▲ 김광일 죽은 김일성의 숨겨진 아들. 인민군 대좌. 김일성혁명력사관 관장. 김정은 후계체제에 불만을 품고 김정일을 저격한다.
▲ 김정각 인민군 차수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 혁명 2세대. 김정은 군부 후견인.
▲ 김영철 인민군 대장 정찰총국장. 북한 대남 공작 및 테러 활동의 총책.
▲ 이영호 인민군 차수 총참모장육해공군 통합참모장북한군부 최고 실세. 장성택으로부터 직위해제 당한다.
▲ 오극렬 인민군 대장 국방위 부위원장.
▲ 최용해 총정치국장. 북한군 감시·통제 최고기관의 수장.
▲ 이소나 미국 이민 3세대. 35세. 서울 타임스 기자. 조기수 박사와 열애 중이나 결혼보다는 자신의 일에서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신세대 여성.
▲ 조기수 한국국방안보대학 교수. 48세. 대북문제 전문가. 자신의 제자였던 이소나 기자와 열애 중이나 가부장적 사고로 신세대와 갈등을 겪는다. 본 소설에서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TF팀장으로 활동한다.
▲ 장문호 조기수 박사의 고교 선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이다.
▲ 신차력 정찰총국108특공대 하사 저격수. 19세 나이로 혁명전사가 되어 출세를 꿈꾸는 북한특공대원.
▲ 고재팔 인민군 대위. 28세. 108특공대 3조 조장. 목숨 하나로 출세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특공게릴라 조장으로 전형적인 북한 군관이다.
▲ 야마다 자위대 육군중위. 26세. 제1공정단 공수정예부대의 팀장이다. 자부심과 꿈이 강한 청년장교다. 히토미의 약혼자다.
▲ 히토미 자위대 간호장교 중위. 26세. 야마다의 약혼녀. 자위대 중앙 야전병원 응급처치반에 근무 중이다.
▲ 김나라 인민군 중좌중령. 일본 오사카에서 살다가 5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북송선을 탄 후 북한에서 군관이 되었다. 이번 홋카이도 침공 작전에 일본어 통역 및 정보 수집 군관으로 참가한다.
▲ 호시노 일본 자위대 소령 정보본부 조사관. 3살적 어머니의 죽음으로 북송선을 타지 못하고, 일본으로 귀화해서 일본인이 되었다. 김나라의 어릴 적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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