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법정에 오른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리 진실 공방...검찰 수사 난항

사회 / 이민식 / 2015-11-05 1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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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 존 패더슨. ⓒNewsis


[일요주간=이민식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아더 존 패터슨(36)과 에드워드 리(36)가 지난 1998년 파기 환송심 이후 17년 만에 법정에서 재회했다. 피의자와 증인이 바뀐 채 진행된 첫 정식 공판에서 두 사람은 서로 범인이 아님을 주장하며 범죄 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재판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패터슨에 대한 첫 재판에 18년 전 주범으로 지목됐다 무죄가 확정된 리가 증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이날 리는 당시 현장에서 패터슨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리는 “(나는) 사건 당시 화장실에서 세면기를 이용해 손을 씻고 있었다세면대 거울을 통해 누가 없는지 대변기 칸을 살펴보던 패터슨이 피해자 조모(사망·당시 22)씨를 흉기로 찌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리는 검찰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전면 부인했다.
리는 범행 전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멋진 걸 보여주려고 해, 화장실로 나를 따라 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또 범행에 사용된 22cm짜리 칼에 대해서도 패터슨이 여자친구에게 햄버거를 잘라줄 때 봤지만 “(자신은) 손 댄 적 없다고 리는 주장했다.
그러나 패터슨 측이 칼을 가지고 같이 놀지 않았느냐고 반박하자 리는 칼을 만진 적은 있다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 건넸다고 답변을 번복했다.
그리고 리는 패터슨과 공범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거듭 부인하며 패터슨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리에게 진술조서를 건네며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뒤 서명, 날인하지 않았는가묻자 리는 기억나지 않는다당시 검찰 수사가 상당히 강압적이라고 느꼈었다고 답변했다.
이날 법정에선 리와 패터슨 두 사람은 과거 검찰 수사 당시 증인 진술을 놓고 직접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도중 패터슨은 리에게 지인 A씨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A씨는 과거 검찰 수사 당시 '멋있는 것을 보여줄 테니 화장실로 따라오라'라는 말을 리가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다시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번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리가 “A씨는 그 같은 내용의 진술을 (검찰에서) 하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고 말하자 패터슨은 “A씨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할 수 없지만 둘 중 한 사람은 화장실로 따라오라고 했었다라는 의미로 법정에서 증언한 것이라고 맞섰다.
여기에 리는 사건 이후 A씨가 패터슨 아버지가 대답을 부탁해서 그랬다라며 (나에게) 사과한 적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범행 현장을 직접 재연하는 데 있어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렸다.
리는 증인석에서 일어나 상황을 재연하면서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패터슨도 직접 당시 현장을 재연하며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떠나면 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리라 기대하며 세면대 쪽에 서 있었다하지만 리가 갑자기 피해자를 공격해 매우 놀랐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대부분의 수사 내용을 전면 부인한 리의 진술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검찰 혐의 입증이 불투명해지게 됐다.
검찰이 살인범으로 지목한 패터슨의 혐의를 입증할 열쇠는 리의 사건 당일 행적에 있지만 현재 리가 유일하게 인정한 건 패터슨과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는 사실 하나이기 때문.
또한 밝힌 범죄 사실 중 대부분을 리가 부인할 경우 검찰은 입증할만한 다른 증거나 정황도 없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은 혈흔 분석과 진술 분석 기법을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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