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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초는 우리나라 북쪽지역이나 중국 북동부 길림성 및 러시아의 캄차카나 쿠릴 지역이나 사할린 지역 및 일본 북해도 등지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
[일요주간 = 송봉근 교수] 이제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매화꽃 망울만 얼굴을 내밀더니 이제 병원 주위는 활짝 핀 매화는 물론이고 빨간 동백꽃도 한창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꽃망울을 머금고 있던 목련도 활짝 만개하여 온통 천지가 화사한 꽃으로 둘러 싸여 있다.
모든 꽃은 예쁘고 사랑스럽다.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즐거워한다. 마음도 환해진다. 꽃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노랫말처럼 매일 꽃을 보는 꽃집의 아가씨는 예쁘다는 말이 나왔는가 싶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꽃을 보러 들로 산으로 떠나기도 하고 꽃다발을 선물로 받으면 뛸 듯이 기뻐하는 모양이다.
이런 따뜻해진 계절이 되면 산에 오르다 연령초(延齡草)를 만날 수도 있다. 연령초는 말 그대로 보면 볼수록 수명을 연장한다는 꽃이다. 아름다운 자태에다 은은한 향기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래 살게 해준다는 정말 고마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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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초는 말 그대로 보면 볼수록 수명을 연장한다는 꽃이다. 아름다운 자태에다 은은한 향기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래 살게 해준다는 정말 고마운 꽃이다. |
연령초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왕삿갓나물 또는 큰꽃삿갓풀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백합이 그렇듯이 백합과의 꽃들은 대체로 향기가 그윽하다.
그리고 덩이뿌리에서 줄기가 올라오고 잎은 보통 넓고 나란히 맥을 가진다. 연령초는 여기에 세 개의 잎이 돌려나고 이른 봄이 되면 세 개의 하얀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잎 중앙에서 꽃대가 올라와 구슬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원래 연령초는 우리나라 북쪽지역이나 중국 북동부 길림성 및 러시아의 캄차카나 쿠릴 지역이나 사할린 지역 및 일본 북해도 등지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령초의 학명(Trillium kamtschaticum)도 잎이 세 개이며 캄차카라는 러시아 지역이 자생지라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나 강원도 및 경기도 이북 지역의 숲 속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지리산 일대에서도 연령초의 군락지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나라 등지에서는 주로 하얀색의 꽃을 피우는 연령초가 자생하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다양한 색의 연령초(Trillium erectum)도 자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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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초로 습포제나 연고로 만들어 피부에 바르면 곤충에 물렸을 때나 종기나 염증 또는 궤양이 난 상처 등에 효과가 좋다. |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연령초 뿌리를 순조로운 출산을 도와주는 약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연령초를 출산뿌리 (birthroot)라고 부른다. 또한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거나 성욕을 증진시키는 데도 활용하여 왔다.
또한 감기로 기침이 심하거나 기관지에 염증이 있거나 나아가 기침할 때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나 천식 및 폐결핵 등의 증상에 연령초의 뿌리를 우려내어 마시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장염을 앓거나 설사가 심하면 우유와 함께 연령초 뿌리를 달여 마시기도 했다.
연령초로 습포제나 연고로 만들어 피부에 바르면 곤충에 물렸을 때나 종기나 염증 또는 궤양이 난 상처 등에 효과가 좋다.
한의학에서는 연령초의 뿌리를 우아칠(芋兒七)이라 하여 한약재로 활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연령초가 맛은 약간 달거나 매운 맛이 있으며 성질은 평이하거나 약간 따뜻한 약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연령초는 주로 혈액순환을 증가시키거나 지혈작용을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을 발휘한다. 그러기에 한의학에서는 연령초를 고혈압이 있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에 활용한다.
또한 몸을 다쳐서 심하게 타박상을 입은 경우거나 허리나 다리에 심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활용한다. 외상으로 다쳐서 출혈이 있는 환자에도 활용한다. 여성들의 생리불순이나 심한 생리통에도 연령초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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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밝혀진 연구에서 연령초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제 연령초에는 사포닌과 포도당 및 탄닌과 다양한 배당체가 함유되어 있다. 이제까지 밝혀진 연구에서 연령초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초 달인물을 고양이에게 위장으로 투여하거나 주사로 복강 내에 투여하였더니 모두 혈압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연령초 달인물을 투여하면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효과는 연령초가 뇌의 연수에 있는 혈관의 운동 중추를 억제하여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임상이나 민간요법에서는 고혈압성 두통이나 신경성 두통에 연령초 열매를 3-5개 물에 달이거나 가루로 내어 달걀이나 설탕을 가미하여 복용한다.
또 허리를 다쳐 아픈 경우에도 연령초 뿌리 4 그람 정도를 갈아서 물과 함께 마시면 효과가 좋다. 다쳐서 피가 나는 경우에도 연령초 전초나 뿌리를 갈아서 환부에 붙이면 출혈이 멎고 상처가 쉽게 낫는다.
연령초는 중국에서 머리구슬꽃이라는 의미의 두정일과주(頭頂一顆珠)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중국의 고대 전설에 의하면 신농(神農)씨라는 의약의 신이 있었다. 그는 하루에 72번이나 독초를 맛보아 고통을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매일 100가지 풀을 맛보면서 약효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깊은 숲속에서 독사 무리의 공격을 받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독사에 물려 그만 높은 데서 땅으로 떨어지게 된 신농씨는 온 몸은 붓고 피가 나면서 정신을 잃게 되었다. 이 때 그는 혼신을 다해 자신을 구해달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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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를 다쳐 아픈 경우에도 연령초 뿌리 4 그람 정도를 갈아서 물과 함께 마시면 효과가 좋다. |
그러자 하늘에서 파랑새가 나타나 해독약을 신농씨의 입 속에 떨어뜨렸다. 해독약 덕분에 정신을 차린 신농씨는 너무 고마워서 파랑새에게 고맙다고 크게 외쳤다. 그 바람에 그만 입 속에 있던 알약이 밖으로 튕겨져 나와 땅 위에 떨어졌다.
그러자 그 자리에 구슬 같은 열매를 맺은 풀 한 포기가 자라났다. 자세히 보니 신농씨가 먹었던 해독약과 같은 모습의 열매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두정일과주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훗날 학자들은 이 약초를 수명을 연장해 준다는 의미의 연령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신비한 전설을 가진 연령초가 우리 주위에서 자생한다는 것은 커다란 혜택이다. 볼 때마다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도 전혀 허황된 일이 아닐 듯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면 봄 날 아지랑이 산 아래서 피어오르고 지천이 색색의 꽃으로 뒤덮인 날이면 산에 오를 일이다. 갖가지 꽃들을 보고 향기를 맡다 보면 하늘이 더 높이 푸르러 보이고 유난히 공기가 깨끗함을 느끼게 되리라. 어느 숲길에서 잎 세 개에 꽃 세 장 붙어 있는 연령초를 보거들랑 이제 젊음이 다시 왔다고 소리쳐 불러도 좋을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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