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스플레이, 노동자 산재 소송 관련 자료제출 거부"...은폐인가 영업비밀인가

e산업 / 박민희 기자 / 2019-02-20 08: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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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계기로 삼성반도체 직업병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고, 이후 10년 간 삼성전자와 유족 간 분쟁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과 반올림 농성장의 모습.
[일요주간=박민희 기자] 삼성전자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한 후 희귀 신장질환 진단을 받은 노동자의 산업재해 신청 과정에서 삼성이 산재 판단의 자료가 되는 관련 문서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해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근무하다 2015년 희귀성 신장질환인 IGA신병증 진단을 받은 노동자 정모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정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2011년 IGA신병증 관련 증상이 나타났고, 2015년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반올림은 장씨의 질병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의 액체 유기화학물질인 ‘유기용제’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고 2015년 10월 29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2년후 공단은 산재 불인정 판정을 내렸다. 이에 반올림은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제차 기각돼 2017년 12월 28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반도체 LCD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담당 공정 뿐 아니라 그 인근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에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며 “따라서 근무 당시 공정의 배치상황과 각 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물질을 파악하는 것은 정씨의 산재 판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삼성이 이에 응하지 않자 법원은 관련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전에 이미 제출했던 자료들을 반복해서 제출할 뿐 기타 자료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법원의 제출명령을 전면 거부했다. 문서제출명령이 내려진 후 2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당 자료는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반올림은 전했다.

‘문서제출의무’란 문서를 소지하고 있는 자가 법률이 규정한 일정한 경우에 그 문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에 따라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문서의 제출을 구한 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며 또한 제3자가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과태료를 처분할 수 있다. 

 

반올림은 “산재소송에서 삼성이 업무환경 자료를 은폐하는 것은 지금껏 계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이지만 이번 문서제출명령 거부 사건은 그간의 행태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라며 “‘문서제출명령’은 법원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2016년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재륜 삼성전자 부사장은 홍영표, 강병원, 신창현 의원 등의 ‘삼성의 자료 은폐’ 문제 질타에 ‘법원에서 제출명령 받은 자료들은 다 제출했다’고 답변했다. 당시 삼성은 실제 삼성반도체의 ‘다발성경화증’과 ‘뇌종양’ 산재소송에서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계속 거부하다 문서제출명령이 내려지자 자료를 제출했다. 해당 자료들은 모두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사용됐으며 두 사건에서 노동자들은 최종 승소했다.

반올림은 “삼성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제출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불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서울행정법원이 삼성의 이번 명령 거부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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