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1호’ 요진건설산업 사례로 드러난 건설업 산재사망 줄지 않는 이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장+ / 김성환 기자 / 2023-01-27 15: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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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25일 건설현장 실태 폭로 및 건설사-정부-검찰 규탄 기자회견
-‘최근 1년 사이 건설현장 안전사항이 달라졌습니까?’, 작년 41.3%·올해 21.6% “달라졌다” 응답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을 맞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5일 오전 11시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중한 법 적용을 촉구했다.(사진=일요주간DB)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떨어져 죽고, 맞아 죽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에서는 후진적 재해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된적 없다’면서 무용론을 제기하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은 25일 오전 11시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건설현장 위험 상황 실태를 폭로하고 법제도의 엄중 적용을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최근 1년 사이 건설현장 안전사항이 달라졌습니까?’ 같은 질문을 1년 간격을 두고 했다. 작년엔 41.3%가 달라졌다고 답했다. 올해엔 달라졌다는 응답이 21.6%에 그쳤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이 같은 설문조사를 지난해 1월 17일부터 18일 진행한데 이어 올해 1월 6일부터 8일까지 건설노동자(7543명)에게 노동안전보건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중대재해처법법 시행 후 현장이 달라졌다고 보는 이들은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안전시설 확충 순으로 변화지점을 꼽았다. 반면 이보다 배가 더 많은 52%는 중대재해처법법 시행 후에도 건설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1년전에 비해 CCTV가 늘었다는 응답이 57.9%에 달했고 CCTV의 용도를 안전사항 관리감독 및 미비한 안전시설 개선(43.9%)을 위한다기 보단 노동자 감시 및 안전 책임 떠넘기기(56.1%)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노동자들은 “계도보단 실적위주, 사진찍기용 형식적 안전교육, 노동자 참여 보장 않는 안전협의체, 눈비와도 일하면서 말로만 안전 이야기하고 빨리빨리 강요가 여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건설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요진건설산업...2023년 또 다시 산재사망
 

지난 14일 요진건설산업 화성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낙하사고로 건설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외벽 공사가 진행 중인 물류센터 신축 현장에서 벽체에 붙어 있어야 할 철근 더미들이 휘어진 채 주저앉았고, 이 재해자는 철근 더미에 깔려 숨졌다. 

 

당시 현장에선 크레인이 작업용 발판 계단을 옮기고 있었는데, 외벽 구조물을 건드리면서 철근 더미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현장의 시공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건설업 1호 사업장인 ‘요진건설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2월 8일 요진건설산업 판교 테크노밸리 연구업무시설 신축공사 중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로 설치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재해자들은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했고 안전고리도 맸으나 숨졌다. 안전고리를 맨 데가 추락한 엘리베이터 본체 프레임이었기(국토부 CSI) 때문에 안전대를 매봐야 엘리베이터 자체가 추락하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건설노동자들은 길이가 보장되는 안전벨트 지급을 요구해 오고 있었다. 

 

사고 직후 건설노조는 “5m는 돼야 하는 안전벨트가 실제로는 3m밖에 되지 않아 눈가리고 아웅식 안전보호구”라며 “이마저도 3~4년에 한번 지급할까 말까 한 실정”라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 “엘리베이터 업계는 소수 엘리베이터 업체로부터 물량을 받는 소사장제로 이뤄져 있어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안전 관련 요구가 수렴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불법다단계하도급 및 최저가낙찰제가 빚은 무리한 속도전은 안전 대신 이윤을 선택하게 한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원하청 건설사 및 현장 건설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된 위험성 평가 혹은 노사협의체를 통한 의견수렴이 있었다면 중대재해는 일정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주에 대한 제재는 이러한 안전보건체계 구축의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1:29:300이라는 하인리히법칙에 따라 1번의 중대재해 전 29번의 작은 사고,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노동안전보건체계는 이 300번의 사소한 징후를 예방해 29번의 작은 사고를 방지하고 1번의 중대재해로 연결짓지 않게 한다. 반면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안일한 법 적용은 건설현장 안전보건체계에 대한 개선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않고 딴소리하는 건설사-정부-검경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총 211건의 법 위반 조사가 있었고 이 중 163건을 수사중이며 31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17건을 내사 종결했다. 반면 이들 재해 중 사업주가 대표이사가 책임을 진 건은 없었다. 

 

건설노조는 “이런 와중에 고용노동부를 위시한 정부 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중대재해 감소 TF를 구성 배경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들먹이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공포 마케팅형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재해를 예방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노동조합은 자문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적이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즉 정부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시행한적 없으면서 온갖 통계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해 법 제도의 취지를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일련의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주장해왔던 진보세력에 대한 재갈물리기의 일환”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건설노조는 “수백명이 건설현장에서 피 흘리며 죽어나가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도 건설사 혹은 사업주, 경영책임자는 0명이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노동이 존중받기 위해 안전한 현장은 필수다. 노동조합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중 적용과 건설현장 적폐청산을 위해 불굴의 의지로 단호히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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