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 일용근로직 변경 고지 안했다며 40%만 지급
-“현대, 유족 반발에 보험금 70% 수준에서 합의하자 제안”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전업주부 A 씨는 2007년 현대해상 ‘무배당행복을다모은보험’에 가입, 14년이 넘도록 매월 9만 7990원의 보험료를 냈다. A 씨는 전업주부지만 닭 농장에 일손이 모자라니 도와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돕기로 했다.
A 씨는 하루 작업을 한 뒤 귀가하는 12인승 스타렉스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은 램프를 통해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했으나 역진입한 것을 뒤늦게 인지한 운전자는 회차하기 위해 유턴하던 중 정상 주행하는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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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해상 홈페이지 갈무리. |
A 씨의 남편 B 씨는 올해 1월 현대해상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두 달이 지나 B 씨는 3월 현대해상 측의 현장 심사 결과안내를 받았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보험금의 40%만 지급하겠다는 통지가 도착했다.
◇“보험 약관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가 낮다는 점 악용”
현대해상은 A 씨가 약관상의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전업주부는 직업상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작아 보험 가입 시 상해급수 1급을 적용받는다. 현대해상 측의 주장은 A 씨가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용근로직으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했는데 이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해상은 상해 급수 3급에 해당하는 비례보상을 제공하겠다고 통지했다. 비례보상은 원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A 씨의 유족들은 현대해상에 반박 내용을 보내고 서면답변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에서는 서면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보상과를 통해 유족 측에 연락했다. 비용이 발생하니 소송전으로 가지 말고 보험금의 70% 수준으로 합의하자고 했다.
이처럼 현대해상의 ‘보험금 깎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5일 성명을 통해 “현대해상은 보험 약관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악용해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말고 약속한 보험금 지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A씨의 사례는 보험금을 깎기 위한 명백한 꼼수”라며 “상식적으로도 A 씨가 전업주부에서 일용근로직으로 직업을 바꾸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2017년 금융감독원은 ‘직업’이라는 용어의 해석으로 보험금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업을 ‘생계유지 등을 위해 일정한 기간(예 6개월 이상) 동안 계속해 종사하는 일’로 정의했다. 이후 현대해상에서도 보험 약관에 ‘직업’의 정의를 동일하게 기재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A 씨가 일용직으로 근로한 일수는 불규칙적이었고, 일정한 기간 계속되지도 않았다”며 “회사원인 남편 B 씨가 주로 생계유지를 책임졌다. A 씨는 지난해 2월 이후 사고일인 10월 27일까지 일하지 않았다. 따라서 A 씨의 직업은 일용근로자가 아닌 전업주부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 씨의 직업이 일용근로직으로 변경됐어도 A 씨가 겪은 사고는 직무와 관련된 것이 아닌 출퇴근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라며 “A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계약을 위반한 것은 A 씨가 아닌 현대해상”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업계의 상위 보험사로 많은 고객을 두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고객을 속이고 있다”면서 “마땅히 주어야 할 보험금을 70%로 깎는 꼼수를 부리고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보험사는 도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9월 21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상위 10개 손해보험사(보험가입금액 기준, 서울보증보험 제외)의 2021년 보험금 부지급률과 불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 한 바 있다.
당시 보험사별로 보험금을 주지 않는 장기손해보험 유형은 차이가 있었다. 운전자보험에서는 현대해상(1.7%)이 가장 높았고, 상해보험은 흥국화재의 부지급률이 5.3%, 질병보험에서는 DB손해보험(4.7%)이 보험금을 주지 않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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