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제2의 가업' 일군 이성호 회장… 이스트밸리 성공의 명암

e산업 / 노금종 / 2026-08-07 1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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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냉장·이스트밸리CC 앞세워 그룹 재건… 공격적 사업 확장에 재무 부담도 확대
대호건설 매각 이후 물류·레저·철강 중심 재편… 성장과 부실이 교차한 2세 경영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김현철 게이트… 다시 주목받은 이스트밸리 가문
▲ 은둔의 건설 명가에서 중견그룹으로 재탄생한 이스트밸리 그룹의 경영 궤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호건설 매각 이후 대외 활동을 최소화해 온 2세 경영자 이성호 회장은 수직 지배구조와 알짜 자산을 바탕으로 견실한 성장을 이끌어왔으나, 2010년대 추진한 신사업 및 철강 계열사의 부실로 심각한 재무적 출혈을 겪어야 했다. 세미냉장과 이스트밸리CC로 일군 화려한 성공 이면에 숨겨진 신사업 실패와 계열사 지원 부담 등, 10년 전 비즈와치 기록에 담긴 이스트밸리의 경영 실태를 종합 조명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1990년대 관급 토목공사를 기반으로 ‘황금시대’를 누렸던 대호건설(옛 아세아건업) 가문은 1995년 대호건설 매각 이후 한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물류·레저·철강을 중심으로 한 중견그룹 '이스트밸리'로 재편되며 새로운 사업 기반을 다졌다. 2016년 비즈와치는 당시 이스트밸리 그룹의 성장 과정과 함께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따른 재무구조, 계열사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조명했다.

이건 명예회장의 장남인 2세 경영자 이성호 회장은 부친의 대호건설 매각 이후 대외 활동을 최소화한 채 그룹 경영을 이어왔으며, ‘제2의 가업’을 일군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에는 사업 확장에 따른 부실 계열사의 연쇄 적자와 모회사 출혈이라는 명암이 짙게 교차하고 있었다. 이성호 회장이 구축한 이스트밸로그룹의 빛과 그림자를 다시 되짚어본다.
 

당시 비즈와치는 이스트밸리 가문이 한때 재계 안팎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배경도 함께 소개했다. 이건 명예회장은 1995년 대호건설을 수산중공업에 매각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이는 같은 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재계가 큰 주목을 받던 시기와 맞물렸다. 이어 1997년 김현철 게이트 수사 당시에는 장남인 이성호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며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 알짜 ‘세미냉장’과 명문 ‘이스트밸리CC’로 다진 수직 지배구조

이성호 회장이 이끄는 이스트밸리 그룹 재건의 두 축은 1988년 7월 설립된 냉장·냉동창고 업체 ‘세미냉장(현 이스트밸리)’과 2001년 개장한 명문 골프장 ‘이스트밸리CC(운영사 청남관광)’였다.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87년 대호건설에 입사해 30대 초반에 사장에 올랐던 이성호 회장은, 1995년 12월 대호건설 매각(320억 원)으로 물러난 뒤 1997년 세미냉장 부회장으로 복귀해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2006년 회장에 올랐다. 한 살 아래 동생 이상호 부회장 역시 대호건설 계열 우남개발 이사와 세미냉장 사장을 거쳐 2006년부터 부회장으로 함께 경영을 이끌었다.

세미냉장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물류 요충지에 제1~4창고를 순차적으로 완공하며 냉동·냉장창고 사업에 안착했다. 또한 1995년 3월 취득한 영동고속도로 횡성(하)휴게소 사업(2015년 11월 계약 만료)을 바탕으로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세미냉장은 2000년 매출 154억 원, 영업이익 20억 2000만 원(이익률 13.1%)을 기록한 데 이어 화물 주선, 식자재 유통, 치즈 가공으로 영역을 넓히며 2014년 매출 296억 원을 달성하는 등 200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내지 않는 알짜 회사로 자리 잡았다.

이 알짜 기업의 가치는 주주 구성 변경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총자산 536억 원(2015년 말 기준) 규모의 세미냉장은 당초 이성호 회장(53%)과 이상호 부회장(37%)이 지분 90%를 보유했으나, 2013년 이를 지주사 격인 청남관광에 매각하면서 형제가 주당 2만 5200원(액면가 5000원)씩 총 212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나머지 10%의 지분은 매형인 박용욱 이생 회장이 오래전부터 소유해 왔다.

이성호 회장은 특수관계인과 함께 청남관광 지분 100%를 보유했으며, 이를 정점으로 세미냉장과 이스트밸리티아이, 이스트밸리스틸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가 구축됐다고 분석했다. 세미냉장의 사명마저 ‘이스트밸리’로 변경한 것도 이 시기였다.

◇ 과감한 사업 확장의 신음, 연쇄 부실과 3세 승계의 그늘

그러나 대호건설 시절의 과감한 세 확장을 재현하듯 2010년 전후로 속도감 있게 추진된 사업 다각화가 이스트밸리 그룹에 재무적 부담과 출혈을 안겨주었다고 분석됐다.

이 회장은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청남관광이 2010년 5억 원을 출자해 세운 운수업체 ‘이브이해운’은 이듬해 바로 처분되었고, 세미냉장이 2011년 5000만 원으로 차린 와인 수입·유통업체 ‘에스엠와인플러스’ 역시 2014년 3월 청산되었다. 2008년 4억 원을 들여 만든 광고·부동산개발 업체 ‘이브이인터내셔널’ 또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가장 치명적인 그림자는 2011년 6월 자본금 50억 원으로 설립한 특수용접관 제조사 ‘이스트밸리티아이’에서 발생했다. 경북 경주 건천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운 이 회사는 2014년 매출 162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2015년 80억 90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더욱이 2012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으며, 2015년 영업손실은 40억 5000만 원, 당기순손실은 54억 9000만 원으로 확대되었다. 총자산(413억 원)의 59.4%에 달하는 245억 원의 외부 차입금 이자로만 2015년 한 해에만 13억 6000만 원이 빠져나갔다.

결손금 보전을 위해 2014년 12월 67%(80억 원), 2015년 12월 95%(71억 3000만 원)의 혹독한 무상감자를 실시했으나 재무 악화를 막지 못했다. 이에 모회사 청남관광은 초기 출자금 20억 원과 2013년 증자 대금 28억 원, 그리고 빌려준 돈 90억 원의 출자 전환 등 총 138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다(지분율 79.8%로 확대). 부실의 불똥은 알짜 자회사 세미냉장에까지 튀어, 세미냉장이 쏟아부은 40억 4000만 원 중 28억 1000만 원을 부실 감액 처리하면서 2000년대 이후 흑자를 유지하던 세미냉장은 2015년 17억 6000만 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철강 유통 자회사 ‘이스트밸리스틸’ 역시 차입금 133억 원(총자산의 73.7%)에 따른 이자 부담(8억 800만 원)과 영업적자가 겹쳐 2015년 16억 600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인수 후 처음으로 13억 9000만 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이스트밸리스틸에는 이성호 회장의 자녀인 이직 씨가 2011년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로 참여했으며, 감자 이후에도 지분 20.15%를 보유한 것으로 소개됐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이 지분 98%를 보유했던 세명투자개발에 청남관광의 대여금이 투입되는 등, 당시 이스트밸리 그룹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는 계열사 지원과 재무적 부담이 함께 나타났다.

 

 

일요주간 / 노금종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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