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A 특별기획] 하나의 경제권은 어떻게 ‘지역’이 되는가

국제 / 서영현 국제경제부 기자 / 2026-10-01 12: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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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식·인재·자본의 이동으로 다시 읽는 선전·광저우·홍콩
▲ 광저우의 바이오·첨단제조, 선전의 AI·로봇, 홍콩의 연구·금융 역량과 주강삼각주의 제조 공급망이 맞물리면서 웨강아오 대만구(GBA)는 도시별 산업의 집적을 넘어 새로운 지역경제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중국 남부의 광저우와 선전, 홍콩과 마카오를 하나의 지도 위에 놓으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거대 도시권이 나타난다. 중국은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연결해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大湾区·Greater Bay Area, GBA)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육성하고 있다. 처음 GBA를 들여다보면 도시별 산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선전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반도체와 드론이 성장하고 광저우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와 자동차, 첨단제조가 움직인다. 둥관과 포산, 후이저우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 공급망이 형성돼 있다. 홍콩은 국제금융시장과 대학·연구기관, 전문서비스를 통해 중국 본토와 세계를 연결한다. 하지만 6개월 이상 GBA의 기술산업과 기업의 사업화 과정을 추적·연구하면서 관심은 개별 기업과 산업에서 조금씩 다른 질문으로 이동했다.


하나의 경제권은 언제 비로소 하나의 ‘지역’이 되는가. 정부가 경제권의 범위를 정하고 도로와 철도를 연결한다고 해서 서로 다른 도시가 자동으로 하나의 지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거래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공동연구를 하며 사람이 이동하고 자본이 투자돼야 한다. 기술과 지식, 데이터가 도시의 경계를 넘어야 하고, 무엇보다 그 관계가 한 번의 사업이나 협약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돼야 한다. GBA의 미래산업을 바라볼 때 주목해야 할 변화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 광저우 바이오에서 보이기 시작한 ‘관계’
광저우 바이오산업을 따라가 보면 지역을 단순히 기업의 집적으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분명해진다. 신약 하나가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오기까지 대학과 연구기관, 바이오기업, 병원과 임상기관, 규제기관, 제조기업과 투자자가 참여한다.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면 글로벌 제약회사와 해외 임상기관, 국제자본까지 관계가 확대된다.


광저우 황푸구는 이러한 변화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황푸구에는 수천 개의 바이오의약 관련 기업이 집적돼 있고 혁신신약 개발과 생산, 임상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숫자나 산업단지의 규모만으로 이 지역의 바이오 경쟁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와 임상, 생산과 자본, 해외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다.


광저우는 최근 다기관 임상시험의 효율을 높이고 연구성과의 사업화와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마카오와 의약품·의료기기의 제도적 연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바이오기업들이 제기하는 문제 역시 연구개발비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혁신신약의 해외진출, CDMO·CMO 생산역량, 국제화 인재, 임상과 금융 등 기술이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광저우 바이오산업의 질문이 ‘얼마나 많은 기업을 유치할 것인가’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어떻게 산업과 세계시장으로 이동시킬 것인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산업집적과 지역협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한곳에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은 산업집적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도시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과 병원, 투자기관이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반복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 기술은 한 도시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이 현상은 바이오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전의 AI와 로봇산업을 보면 사업화 경로는 바이오와 전혀 다르지만 여러 행위자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AI와 로봇에는 알고리즘뿐 아니라 반도체와 센서,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와 정밀부품, 제조설비가 필요하다. 제품을 만든 뒤에는 산업·서비스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실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선전이 최근 스마트로봇 산업에서 강조하는 방향 역시 단순한 기업 육성에 머물지 않는다. 홍콩·마카오의 대학·연구역량과 주강삼각주의 제조자원을 연결하고 산업·서비스·특수환경 등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계획과 산업의 현실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로봇 몇 대를 생산했는가보다 실제 기업이 자기 자금으로 구매했는지, 실증사업이 끝난 뒤에도 계속 사용되는지, 첫 주문이 반복구매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술적 시연과 시장의 선택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와 로봇은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여기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나타난다. 기술은 기업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산업은 기업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GBA를 ‘지역학’으로 본다는 것
GBA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개별 도시의 경제규모나 첨단산업을 비교하는 데서 벗어나 도시와 도시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지역은 반드시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는다. 기업과 사람이 이동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지식을 교환하며 기술과 자본이 경계를 반복해서 넘으면 행정구역과는 다른 경제·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다. 중국 학계에서도 GBA를 단순한 산업집적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제도와 행위자가 관계를 만들어가는 지역통합의 과정으로 분석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복단대학교 국제관계·공공사무학원의 쉬징위안(徐菁媛)은 자오천린(赵辰霖)과 함께 발표한 「粤港澳大湾区一体化下的粤港协同治理——基于三种合作形式的案例比较研究」에서 GBA 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광둥과 홍콩의 협력 거버넌스를 세 가지 협력형태의 사례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이 연구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물리적 연결이나 경제규모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제도 아래 존재하는 행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그 협력을 조정하는 거버넌스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함께 살펴봤다는 점이다. 실제로 GBA에서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도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가 서로 다른 법률·경제·행정제도를 유지한다. 따라서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것과 제도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GBA를 바라보면 질문도 달라진다.


선전의 AI산업만으로 선전을 설명하거나 광저우의 바이오산업만으로 광저우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와 투자기관은 왜 다른 도시의 행위자를 필요로 하는가. 기술과 지식, 사람과 자본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가. 그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무엇이며 반대로 어떤 제도적 차이가 협력을 가로막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도시에 무엇이 있는가’만이 아니다. 누가 누구와 연결되고, 무엇이 이동하며, 그 관계는 왜 만들어지고 얼마나 지속되는가. GBA를 하나의 ‘지역’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이다.


● 대학도 지역을 만든다…홍콩과기대의 실험
GBA의 지역 형성을 기업과 자본의 이동만으로 설명하면 또 하나의 중요한 행위자를 놓치게 된다. 대학과 연구기관이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와 광저우 난사에 위치한 홍콩과기대(광저우)의 관계는 이를 관찰할 수 있는 사례다. 두 대학은 법적·재정적으로 독립된 기관이지만 ‘Unified HKUST, Complementary Campuses’라는 방향 아래 교육과 연구, 인재와 지식이전을 연결하고 있다.


학생은 캠퍼스를 오가고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연구자들은 공동연구와 학생 지도를 추진한다. 공개된 대학 자료에서도 양 캠퍼스 사이의 학생 교류와 인턴십, 산업방문, 공동연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동하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연구자와 지식, 공동연구 프로젝트와 연구성과가 함께 움직인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지식의 이동을 산업화와 연결하려는 시도다.


홍콩과기대(광저우)는 연구개발을 비즈니스 개발과 결합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방식을 통해 산업·대학·연구·응용·투자를 연결하는 지식이전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에서 만들어진 연구성과를 이른바 ‘0에서 1’의 기술과 제품으로 만드는 데서 끝내지 않고 ‘1에서 N’의 산업화 단계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광저우시 역시 대학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와 지분을 연계하는 정책수단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성과가 연구실을 나와 기업과 투자자, 지방정부와 제조생태계를 만나도록 연결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연구성과가 많다는 사실과 성공적인 사업화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창업기업이 설립됐다는 것과 지속적인 매출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투자를 받았다는 것과 연구성과가 산업에 정착했다는 것도 구분해야 한다. 그럼에도 홍콩과기대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의 대학 네트워크를 따라 사람과 지식, 연구와 기술, 기업과 자본이 홍콩과 광저우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선전과 홍콩 사이의 짧은 거리, 긴 제도
GBA의 지역 형성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선전과 홍콩 사이의 허타오(河套)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전과 홍콩이 각각 과학기술혁신협력구를 개발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 측 허타오 과학단지에는 100개가 넘는 기술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 계약을 체결했고 약 2,000명의 연구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하나의 연구생태계가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곳에서 GBA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도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홍콩과 선전은 물리적으로 매우 가깝지만 서로 다른 법률·경제·상업제도를 운영한다. 연구자가 이동할 수 있다고 연구용 시료와 장비, 데이터와 자금이 같은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용 물품의 통관, 장비의 공동사용, 데이터의 역외 이동, 자금과 전문인력의 이동에는 서로 다른 규정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와 선전·홍콩 당국도 허타오를 중심으로 연구용 물품의 이동과 세제·통관, 데이터와 인재의 이동을 보다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결국 GBA의 통합은 다리를 하나 더 건설하는 것보다 복잡한 문제다.


● 사람·물자·자금·데이터…‘4개의 흐름’
홍콩 정부는 허타오의 발전에서 사람·물자·자금·데이터의 원활한 이동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네 가지 흐름이 GBA라는 지역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와 거의 정확하게 만난다는 점이다. 기술과 지식은 연구자와 데이터를 따라 움직인다. 인재는 연구환경과 제도, 생활조건을 따라 움직인다. 기업은 공급망과 고객, 시장을 찾아 움직인다. 자본은 수익과 위험, 법률과 금융제도를 판단해 움직인다. 따라서 도시 사이에 철도와 도로가 연결됐다는 사실만으로 경제적 통합을 설명할 수 없다.


사람과 기술, 데이터와 자본이 실제로 경계를 넘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홍콩도 연구기관의 GBA 공동연구 참여를 확대하고 연구성과가 다른 GBA 도시에서 실증·생산·산업화될 수 있는 연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의 연구개발 역량과 광둥의 제조·산업기반을 연결해 연구성과가 실험실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는 경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계획과 실제 작동은 구분해야 한다.


● 홍콩은 단순한 금융창구가 아니다
GBA를 설명할 때 흔히 ‘선전은 기술, 광저우는 제조, 홍콩은 금융’이라는 방식으로 도시의 역할을 구분한다.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홍콩에는 국제금융시장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기관, 바이오·AI 연구역량, 법률·회계·특허와 같은 전문서비스가 존재한다. 홍콩의 대학들은 선전을 비롯한 GBA 중국 본토 도시에서 산학연구와 교육·혁신 거점을 확대해 왔다. 따라서 홍콩에서 GBA로 이동하는 것은 자본만이 아니다. 연구자와 학생이 이동하고 공동연구가 이뤄지며 연구성과와 기업도 움직인다.


반대로 광둥의 기업과 기술 역시 홍콩의 자본시장과 대학, 전문서비스와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시장과 접점을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홍콩은 GBA의 단순한 ‘금융창구’라기보다 중국 본토의 기술·산업과 국제적 자본·지식·제도가 만나는 접점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연결되고,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여기에 GBA의 역설이 있다. 서로 다른 대학과 연구환경, 금융과 법률제도, 제조기반과 국제시장 접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력할 이유가 생긴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가 협력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데이터는 어떤 규정 아래 이동할 것인가. 바이오 연구에 필요한 시료는 어떤 절차로 반출입할 것인가. 전문인력의 자격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투자자금은 어떤 제도와 규제를 거쳐 이동할 것인가.


의료와 바이오, 금융과 데이터처럼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GBA의 역설은 결국 서로 다른 제도가 경쟁력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통합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GBA의 경쟁력을 판단할 때 기술기업의 숫자나 투자규모만큼 제도의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


● ‘도시’보다 ‘행위자’를 따라가야 한다
이 지점에서 GBA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선전을 기술도시, 광저우를 제조·바이오도시, 홍콩을 금융도시라고 고정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실제 지역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 각 도시 안에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정부와 금융기관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도시 자체보다 행위자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광저우의 한 바이오기업은 대학의 연구성과를 필요로 하고 병원과 임상기관을 찾아야 한다.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려면 글로벌 제약기업과 투자기관, 국제적인 전문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


선전의 로봇기업 역시 알고리즘만으로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센서와 모터, 반도체와 배터리, 정밀부품과 제조기업이 필요하고 실제 제품을 사용할 고객도 필요하다. 대학의 연구성과도 논문에서 산업으로 이동하려면 기업과 투자자, 정부와 시장을 만나야 한다. 이렇게 보면 GBA는 몇 개 도시의 단순한 결합이라기보다 여러 종류의 행위자가 서로 다른 필요에 의해 연결되는 네트워크에 가까워진다.


● 협약보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협력’
지역 간 협력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수많은 협약과 공동연구, 투자계획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협약이 체결됐다는 사실만으로 관계가 형성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동연구가 실제 연구성과로 이어졌는가. 연구성과는 기술이전으로 연결됐는가. 기술이전 이후 실제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졌는가. 투자를 받은 기업은 생산과 고객, 매출을 확보했는가. 첫 번째 거래는 두 번째 거래로 이어졌는가. 이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MOU와 공동사업은 다르다. 공동연구와 기술이전도 다르며, 기술이전과 사업화 역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투자유치와 지속 가능한 기업성장도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 협력보다 두 번째 협력이 중요하다. 한 번의 거래는 ‘연결’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연구와 투자, 생산과 거래는 행위자 사이에 ‘관계’를 만든다.
연결이 반복될 때 관계가 되고, 관계가 축적될 때 지역이 형성된다.


동시에 어디에서 관계가 끊어지는지도 봐야 한다. 공동연구가 후속연구로 이어지지 않거나 데이터가 경계를 넘지 못하고, 기술이전 이후 제품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거나 투자 이후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도 하나의 혁신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정책이 만든 경제권에서 관계가 만드는 ‘지역’으로
처음에는 어떤 기술이 앞서 있는지, 어느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가 먼저 보였다. 하지만 기술 하나가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따라갈수록 그 뒤에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과 제조기업, 투자자와 정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의 도시 안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광저우와 선전, 홍콩과 주변 제조도시를 넘나들며 기술과 지식, 사람과 자본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GBA가 이미 하나의 완성된 지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데이터와 연구용 시료의 이동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고 전문자격의 상호인정을 확대해야 하며, 임상과 금융·통관에서도 제도적 연결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존의 경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GBA를 평가하는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협약을 체결했는가보다 실제 공동사업이 얼마나 지속됐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입주했는가보다 서로 다른 도시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협력하는가. 얼마의 자본을 조달했는가보다 그 자본이 연구와 생산, 고객과 해외시장으로 이어졌는가. 그리고 정책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그 관계가 지속되는가를 봐야 한다.


정부는 경제권의 범위와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지역’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그 경계를 반복해서 넘는 기업과 사람, 기술과 지식, 그리고 자본일 것이다. AI와 로봇, 바이오와 반도체라는 서로 다른 미래산업이 GBA에서 주목되는 이유도 단순히 첨단기술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산업과 도시, 제도가 어떻게 연결되고 그 연결이 어디에서 지속되며 어디에서 단절되는지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GBA는 아직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질문에 가깝다. 기술과 지식, 인재와 자본의 반복적인 이동은 서로 다른 제도와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들을 하나의 ‘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나의 경제권은 언제 비로소 하나의 ‘지역’이 되는가. GBA를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 있다.

 

 

일요주간 / 서영현 국제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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