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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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빈 원장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수원에서 학원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Q. 요즘 방학이라 많이 바쁘실 텐데 ‘작가 초대석’과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와 그 당시 품었던 국어 교육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 우리 집은 책이 많은 집이었어요. 인문서와 문학책이 가득했고, 어머니는 늘 책을 읽고 계셨죠. 어릴 때는 그 책더미가 마치 감옥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 곁에서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그것이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국어를 전공하게 되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국어학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문학과 독서를 가르치며 글이 사람의 생각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궁금해졌어요. 이 궁금증은 대학원 전공으로 이어졌고 고전 문헌과 문학 작품을 연구하면서 국어가 단지 성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이 형성되는 과정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Q. 연구자의 길 대신 입시 현장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궁금합니다.
▶ 논문 속 문장은 이미 완성된 문장이지만, 학생들의 문장은 늘 미완의 문장이지요. 틀린 것을 고치고 다시 생각하며 조금씩 자라나는 문장들. 저는 완성된 글을 분석하는 사람보다 학생들의 문장이 자라는 과정 옆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구자의 길 대신 입시 현장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박사 마지막 학기 때 유성호 교수님께서 졸업 후 평론이나 시를 쓸 계획이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했어요. 그때는 교수님의 가르침과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 못했던 일이 지금도 죄송하게 남아 있습니다.(웃음)
Q. 그룹과외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소수 수업 방식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 학생들을 더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할 수 있지요. 관심사도 나누고 고민도 들어 줄 여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국어를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바로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정해진 커리큘럼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 학생들이 정말 이해했는지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1 학생들이 한 그룹에서 개념을 배울 때에도 집중력과 암기 방식, 이해 속도는 모두 다릅니다. 같은 출발선에 서 있어도 끝나는 시점은 제각각이에요. 부족한 부분에 따라 교재를 바꾸기도 하고 설명을 덧붙이거나 책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소수 수업의 강점입니다.
Q. 고등 국어에는 문학, 독서, 화작·언매로 나뉘는데 이 중 선생님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모두 중요하지만 하나만 꼽자면 문학입니다. 문학은 성적을 올리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개념을 정리하고 시대별 특징과 작가의 특성을 파악한 뒤, 출제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며 풀어야 하는 과목이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가끔 학생들이 문학을 지나치게 분석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감성적 접근만으로는 위험합니다.
Q.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 좋아하는 시를 물어보면 학생들은 자신이 시험에서 정답을 많이 맞혔던 작품을 말합니다. 참 솔직하죠.(웃음) 하지만 홍랑의 시조 「묏버들 갈해 것거」가 쓰인 배경을 들려주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학생도 있습니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배우고 길상사에 다녀왔다는 학생도 있고요. 점수와 관계없이 한 편의 시가 학생의 일상에 닿는 순간, 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Q. 선생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요?
▶ 여러 시 편 중 한 편을 꼽는다면 백석의 「여승」입니다. 미학적인 시행이 쓸쓸함을 불러오거든요. 백석을 좋아해 논문도 백석으로 연구했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저를 가르치셨던 국어학원 선생님의 영향 때문인지 이육사의 시 앞에서는 늘 울컥합니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그의 작품을 가르칠 때면 나라를 독립시키기 위해 헌신했던 삶을 강조하며 학생들과 시를 읽습니다. 시 속에서 나라의 소중함과 우리가 왜 우리나라를 아껴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하지요. 아… 또 눈물이 날 것 같네요.
고등학교 때 저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도 이육사를 읽을 때 늘 같은 표정을 지으셨어요. 그 감동이 지금 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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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의 카메라를 보고 있는 모습(조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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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 수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
Q.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국어 과목에서 가장 크게 변했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 문제 유형도 달라졌지만 더 큰 변화는 학생들이 문장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국어를 유난히 어려워합니다. 난이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빠른 답을 요구받는 환경에서 문학은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바로 그 ‘멈춤’을 견디지 못해 국어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요. 특히 문학의 어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문학적 시어로 이해하고 속도보다 방향을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Q. 내신과 수능 국어를 준비할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중학교 때는 국어가 쉽습니다. 혼자 공부해도 잘할 수 있지요. 수학은 개념을, 영어는 단어를 모르면 접근 자체가 어렵지만 국어는 우리글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국어는 생각보다 훨씬 분석적이고 논리적입니다. 문학도 개념을 바탕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전혀 모르는 학생이 국어 모의고사 1등급을 받기 어려운 것처럼 국어는 다른 과목을 다 포괄하는 과목입니다. 그래서 국어 모의고사 1등급을 원한다면 타 과목에도 기본적인 성실함이 필요해요.
또 하나는 내신 성적이 낮으면 “수능으로 만회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고1 후반부터 수능에 집중하겠다는 학생들이 있는데 일반고에서는 자칫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내신이 낮은 이유는 기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므로 수능으로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2학년까지 학교 성적에 충실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수능 안에는 내신과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Q. 선생님이 생각하는 ‘국어를 잘하는 학생’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 주제 파악을 잘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대하는 자세입니다. 정답 해설을 이해하려는 학생보다 “나는 왜 이걸 골랐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학생이 국어를 잘합니다.
물론 성실함을 바탕으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과목입니다. 자기 생각 과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통해 어떤 낯선 지문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깁니다.
Q. 국어 성적이 오르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국어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과목입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학생들은 쉽게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준다고 다음 날 바로 싹이 트지는 않지만 땅속에서는 분명 뿌리가 자라고 있듯이 국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Q. 입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 입시 현장은 결과만 남는 곳처럼 보입니다. 점수와 등급, 합격 여부만이 전부인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실제 공간에서는 매일 작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어제는 그냥 넘겼던 문장을 오늘은 다시 읽어보는 학생, 틀린 문제를 덮지 않고 “왜 이렇게 생각했지?”를 묻는 학생, 정답보다 자기 생각 과정을 설명하려는 학생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작은 변화가 쌓여 결국 결과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특히 틀린 문제를 보며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점차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 이해가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성적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입시 결과와 학생의 성장,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 네, 있습니다. 성적은 빠르게 오르는데 생각은 아직 얕은 학생을 볼 때, 반대로 생각은 깊어졌는데 점수가 오르지 않아 좌절하는 학생을 볼 때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탄탄한 개념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 학생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안정적인 성적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3개월, 6개월 뒤를 보며 학생을 믿고 기다리는 편입니다.
Q. 학생을 가르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2년 전 고3 학생이 있었습니다. 정말 성실한 친구였어요. 그러나 국어 성적은 노력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1년을 함께 공부했지만 2등급 안에 들지 못했고, 수능 두 달을 남겨두고 “선생님, 저는 안 되나 봐요”라고 말하던 그 말이 참 아팠습니다.
이후 수능에서 그 학생은 어렵게 2등급을 받았습니다. 마카롱과 커피를 들고 찾아온 그 학생은 “선생님, 수능이 끝난 뒤 배웠던 시들이 자꾸 떠올라서 시집을 한 권 샀어요.”라며 가방에서 시집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그 학생의 눈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줄 수 있는 것이 성적 향상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때로는 견디는 법과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더 소중한 선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요.
Q. 국어 공부에서 이건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개념서는 최소 두 번 이상 풀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틀린 문제의 이유와 풀이 과정을 문장으로 써보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대로 만나려는 의지도 중요하지요.
국어는 생각을 말과 문장으로 바꾸는 훈련입니다. 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해는 쉽게 사라집니다. “이 선지는 왜 틀렸지?”를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과 직접 써보는 것은 전혀 다른 학습입니다.
Q. 국어를 싫어하던 학생이 흥미를 갖게 만들기 위해 선생님만의 수업 방식이 있다면요?
▶ 무엇보다 국어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수업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공통 관심사를 나누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과는 성적을 걸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떡볶이나 마라탕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국어가 교과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독서는 폭넓은 상식을, 문법은 정확한 문장을 쓰는 힘을, 문학은 자신을 빛나게 하는 언어의 마술과 같다고 말해줍니다. 그러면서 성적이 오른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지요.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거의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지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가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충분한가 하고요. 단순히 성적만 올리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 기억 속에 공부도 잘 가르치고 따뜻했던 선생님으로 남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교육 현장에 있지만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성실하지 않거나 자존감이 낮고 공부에 핑계가 많은 학생일지라도, 기질이 다를 뿐 마음을 들여다보면 모두 안타깝고 사랑스럽습니다.
학생들이 입시를 피할 수는 없지만, 이 시간을 즐기며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백 번 고민하는 것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것이 자신을 기쁘게 한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모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모든 학생에게 항상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가 초대석’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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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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