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김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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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옥은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김미옥은 작가, 서평가이다. 저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와 『미오기傳』, 『당신의 삶이 글이 될 때』 『나의 왼발』을 냈다. 현재 《중앙일보》, 《시로 여는 세상》, 《문학과 행동》, 《문학뉴스》,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쓴다. 2024년 양성평등문화상,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 문화부문,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문학상을 수상했고 “EBS 지식e채널의 인물”로 선정 방영되었다.
Q 바쁘신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근황이 궁금합니다.
▶ 독서 부흥을 위한 전국 강연과 원고 집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외부 활동을 줄이고 원고에 매달릴 생각입니다.
Q. 『각으로 읽고 감으로 쓴다』와 『미오기傳』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원래 책을 내지 않는 ‘독자’로 남으려 했어요. 작가가 꿈이었다면 일찍 책을 냈겠지요. 저는 제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준 책을 쓴 저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어요. 『미오기전』과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낼 때 기대감이 없었습니다. 제 책을 읽고 많은 분이 호응을 보내는 이유는 진솔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 문장이 단문이고 직진형이다 보니 가독성이 높은 이유도 있었을 거고요.
Q. SNS에서 ‘독서선동가’, 연간 800권을 읽는 ‘활자중독자’로 유명하신데,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독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 한 권의 책을 백 명이 읽으면 백 가지 독후감이 나와야 정상이지요. 삶이 저마다 다르듯 책을 보는 관점에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왜 이 글을 썼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는 독자가 좋은 독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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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진흥청 독서 강연 |
Q. 그렇다면 좋은 글은 어떤 글이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간결하게 전달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를 배제한 작자 도취의 글은 조심해야지요. 원래 글은 쓰는 순간 작가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누구도 글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사회의 주요 소통 수단은 글쓰기이거든요. 편지나 문자, 소셜 미디어도 결국 문자로 소통하는 거니까요. 이 시대의 글쓰기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초개인주의의 시대에 타인과 가장 깊이 연결되는 소통 창구이기 때문입니다. 공감은 연대를 부르고 사회 변화를 위한 원동력이 되니까요.
Q. “공감 없는 인문학은 위험하다”라고 하신 말씀 기억납니다. 요즘 문단이나 비평계가 놓치고 있는 ‘공감’은 무엇인지요?
▶ 인문학은 지식 축적이나 분석적 사고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어야 합니다. 요즘 문단이나 비평계의 담론이나 서평을 보면 과잉 지식의 학문적 글쓰기로 보입니다. 독자를 배제한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독서 인구의 감소가 놀라울 정도인데 평론이나 서평이 오히려 독자에게 작품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게 해요. ‘독자’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공감의 부재로 생각됩니다. 수많은 평론가로부터 공격받았던 헤밍웨이도 그랬어요. 나는 독자를 먼저 생각한다고.
Q. 이어 글쓰기를 ‘공감의 실천’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공감의 글쓰기’는 단순한 감정이입과 무엇이 다른가요?
▶ ‘공감의 글쓰기’가 단순한 감정이입과 다르다는 말은 대상을 이해하려는 “이성적 노력과 실천적 행동”을 의미합니다. 감정이입은 글을 쓴 이의 감정이나 경험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이해하는 반응이지요. 물론 글쓰기의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공감의 글쓰기’는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해요. 감정적 교류를 넘어선 이성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감정이입은 객관성을 잃게 하기도 합니다. ‘공감의 글쓰기는 심리적 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을 말하지요.
‘나도 그렇게 느꼈다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나아가는 것이죠. 간략하게 말하자면, 감정이입이 느낌이라면 ‘공감의 글쓰기’는 느낌을 바탕으로 한 이해와 성찰 그리고 행동으로 확장되는 보다 적극적인 글쓰기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동네 서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동네 서점을 ‘독서 문화의 모세혈관’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대형 플랫폼 시대에 ‘작은 서점’과 ‘지역 독서 문화’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 동네 ‘작은 서점’은 지역사회의 문화 교두보이자 사랑방이지요. 또 책방 주인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로 북토크나 독서 모임이 이루어지는데 지금처럼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되는 세상에서 지역 문화의 구심점으로 독특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역 독서 문화'는 그 지역 문화의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대형 온라인 서점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책의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통한 공동체 문화는 비교 불가의 특색을 가집니다.
무엇보다 작은 서점이 만드는 독서 문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네 서점은 책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소중한 공간이지요.
Q. 기존 문단의 형식주의를 비판해 오셨습니다. 선생님께 문학의 본질은 무엇이며, 진정한 ‘열린 비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 진부한 얘기지만 ‘문학의 본질’은 인간의 삶과 생각과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해서 독자에게 새로운 인식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저는 한마디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열린 비평’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협의의 비평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이 시대는 이념이나 관점에 따라 비평이 왜곡된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문단의 진영논리나 비평가의 고정관념 또는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비평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뭘 말하고자 하는지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열린 시각이어야 합니다. 주류에 따른 닫힌 사유가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여러 면에서 고찰하는 포용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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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꼼마 '책도 운명이 있다' 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장면 |
Q. 소규모 출판사와 신인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하셨는데 실제로 소개한 책들이 주목받게 된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판매가 되지 않아 창고에서 곧 폐기될 책이 있었어요. 한보리 시인의 『꽃 한송이 주지 못했네』였는데 제가 서평을 올리면서 바로 완판되었어요. 저도 놀랐습니다. 다른 책도 제가 소개하면 하루 200권 이상 판매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독서 인구가 더욱 감소해서 신간의 초판도 다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1년에 7만 권 이상의 책이 발간되는데 대부분 노출도 되지 않고 사라진다고 해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Q. 독서가 한국 사회의 극단화와 세대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독서의 정치적 또는 윤리적 힘’은 무엇인가요?
▶ ‘독서의 정치적 또는 윤리적 힘’이라고 하시니 거창하게 들립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미국의 역사학자 린 헌트의 『인권의 발명』을 좋아합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약자에 대한 소설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부르고 연대를 이루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노예해방운동이나 프랑스 대혁명 이전 『톰아저씨의 오두막』이나 『신엘로이즈』 같은 소설이 거론되지요.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제도나 규범이 독서를 통해 비판적으로 전향되면서 도덕적 상상력과 사회적 행동에 참여하게 되는 능력을 고양합니다. 단순한 재미나 정보 습득이 아니라 독서가 개인의 의식과 사회의 변화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포괄하지요.
독서는 기존의 권력구조나 지배에 대하여 의문하는 힘을 줍니다. 타인의 고통과 윤리적 판단 기준에 민감해지면서 행동으로 이어지지요. 독자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고 책임감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서게 됩니다. ‘독서의 정치적 또는 윤리적 힘’은 개인의 내면적 성찰을 넘어,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Q.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오롯이 읽고 쓰는 삶을 살고 계십니다. 앞으로 10년 후 ‘김미옥’은 어떤 모습일까요?
▶ 제 정체성은 ‘독자’입니다. 여전히 책을 읽고 책상 앞에서 글을 쓰고 있을 겁니다. 독서 인구가 증가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Q. 『미오기傳』의 개인사가 “마르케스 소설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준비 중인 작품을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제 글이 ‘재즈’ 같다는 생각을 해요. 스윙이 있는, 그리고 슬픔이 슬픔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원래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것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할 때 쓰는 기법이잖아요. 재즈도 그렇습니다. 흑인 노예에서 탄생한 재즈의 묘미는 슬픔을 최대한 숨기는 거잖아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한 편 있고 시에 대한 독후 에세이가 두 편이 있고 서평집에 엔솔로지까지 총 8권입니다.
Q. 끝으로 “모든 사람이 책을 읽는 사회”를 꿈꾸신다고 하셨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책을 펼쳐보려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모든 사람이 책을 읽는 사회"는 개인의 지식과 정서를 충족하는 풍요로운 삶에서 나아가, 더 성숙하고 발전된 공동체를 염원하는 표현입니다.
AI가 인간을 앞서고 능력주의와 초개인주의가 우위에 서는 세상이 되었지만, 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책을 읽으십시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면 삶이 달라집니다.
- 인터뷰 내내 '독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30년 공직 생활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독서 선동이 단순한 책 읽기 권유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실천적 행위라는 말씀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연간 800권을 읽으며 쌓아오신 선생님의 통찰이 한국 사회의 독서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오늘 귀한 말씀 나눠주신 김미옥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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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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