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생색내기 합의안 날치기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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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모습> |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지난 14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나온 상생안을 두고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상생안으로 줄어든 수수료율보다 늘어난 배달비가 커진 이유다. 이들은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기만한 ‘날치기’라며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특히 이번 합의는 협의체가 내세운 상생협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상생협의체는 말로만 상생을 외치면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정작 배달앱 수수료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에게 그 부담을 모두 떠넘김으로써 원칙도, 명분도, 결과도 모두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번 상생안은 건당 음식값이 낮은 업체에 더 불리할 것으로 예상돼 갈수록 ‘혼밥’ 비중이 높아지는 배달 음식 업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배달앱 플랫폼 기업들의 수수료 폭리와 전국민의 음식값 폭등을 가져온 ‘무늬만 무료배달’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배달앱 수수료 상생협의체’ 구성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뜸 들이는 사이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6.8%였던 수수료를 9.8%로 기습 인상했다.
당초 상생협의체를 통해 10월까지 상생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었으나, 배민과 쿠팡 측 상생안과 입점업체 단체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거듭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 14일 상생협의체는 12차 회의를 열고 배민 과 쿠팡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2.0∼7.8%로 낮추는 차등수수료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적용 기간은 내년 초부터 향후 3년이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액 상위 0∼35%는 7.8%, 중위 35∼80%는 6.8%, 하위 80∼100%는 2.0%를 적용한다. 배달비는 총 4개 구간으로 구분, 1900원부터 3400원을 적용한다. 수수료율의 경우 기존보다 최대 7.8%포인트(p), 최소 2.0%p 인하되는 셈이다. 다만 배달비는 최상위 구간에서 500원 인상된다. 또한 배민은 전통시장에서의 중개수수료 0% 부과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중재 기준에도 못 미치는 ‘졸속 상생안’
그러나 이를 두고 중소상인·노동·소비자·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앱 주문 중개수수료 인하를 위해 출발한 협의체가 수수료율을 오히려 1% 더 높이고, 배달비용도 500원 추가 인상하는 안을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생협의체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위해 마련한 중재 기준에도 못 미치는 ‘졸속 상생안’이라고 꼬집었다.
당초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현 수준인 1900~2900원 정액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최종 상생안에서는 전체 입점업체 중 50%가량이 배달비를 200~500원 추가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중개수수료 역시 ‘평균 6.8%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발표된 상생안은 배달매출이 많은 상위 35%에 대해 중개수수료 7.8%를 부과해 전체 입점업체 평균 중개수수료율이 6.8%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김영모 공정한플랫폼사장협회 회장은 “상생협의체 진행하기 전에는 수수료 6.7%에 배달비가 2900원이었는데, 이번 합의안을 보면 수수료는 7.8%, 배달비는 3400원”이라며 “협의체를 통해 중개수수료와 수수료가 오히려 올랐는데 도대체 어떤 셈법에서 나온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안에) ‘상생’은 없고 ‘인상’만 있다”며 “합의안을 전면 폐기하고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상생협의체는 수수료 인하라는 모양새를 위해 배달앱 측의 상생안을 최종 채택했다”며 “전체의 80%는 인상 이전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의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요율이 1%p 올라가고, 고정액인 배달비는 무려 500원이 올라간다”며 “35~50% 구간은 요율이 같지만 배달비가 200원 인상되고, 심지어 50~80% 구간조차도 전혀 차이가 없다. 배달 매출이 극히 적은 하위 20%에만 요율을 낮춰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하고 거꾸로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합의가 되고야 말았다”며 “이것이 수개월 간 사회적 비용을 쏟아붓고 얻어낸 결과물이라니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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