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웃으며 사는 여유… 사람냄새 나는 방송인 ‘뽀빠이 이상용’

People / 김태훈 / 2009-02-03 11: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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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만 잡으면 내 세상, 나를 찾는 곳이 있다면 돈은 중요하지 않아”
▲ 술, 담배, 커피는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으며 육체미대회에 76회 도전했다는 그의 첫 모습은 ‘건강’ 그 자체였다. 오전 4시면 어김없이 기상해 3시간동안 웨이트와 조깅을 한다.
TV 오락프로그램의 백전노장

10대~20대들에게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고 있는 신세대 MC들보다 오랜 방송활동을 통해 닦은 노하우로 폭넓은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중년 MC가있다. MBC의 유일한 노년층 대상 프로그램 ‘늘 푸른 인생’에서 ‘뽀빠이가 간다’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37년 방송활동의 경력을 가진 66세의 이상용 씨.

얼마 전 대구를 찾은 그를 만나 시청자와 함께한 세월을 들어봤다. 그는 “리더가 되기 위해선 유머가 풍부해야한다. 유머가 있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젠 나이가 있어 옛날의 건강한 이미지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였다. 지금까지 육체미대회에 76회 도전했다는 그의 첫 모습은 ‘건강’ 그 자체였다. 술, 담배, 커피는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으며 오전 4시면 어김없이 기상해 3시간동안 웨이트와 조깅을 한다는 그는 70세까지 방송활동 후 본인이 직접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전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진행을 한다. 방송에 익 숙치 않은 그들을 위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도록 진행하는 모습은 과히 대단하다. 또한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구수한 입담과 3만개가 넘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무기로 중장년층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주어진 방송시간이 100분이면 180분 분량을 미리준비 한다는 그에게서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살면서 불확실한 것이 있다면 죽음이다.
확실한건 죽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이가…
그건 바로 즐겁게 살다 죽는 것이다”

▶ 요즘 근황은 어떤가
한 달에 90회 이상의 대학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과 시골축제 MC활동이 잡혀 있다. 년 식이 오래된 짚차가 있지만 버스를 이용한다는 그는, 하루 버스 이동시간만 9시간이 넘다보니 한 달에 50권의 책을 읽는다며 A4용지 앞뒤로 책 제목과 읽은 책 목록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내보였다. 대단한 독서광으로 기네스감이다.

“바쁜 와중에도 음식은 찾아서 먹는다. 맛난 음식을 먹는 건 나에게 있어 큰 행복이며 패스트푸드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가
나이가 들어서 인지 인생에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항상 계획적인 삶을 통해 지출을 하다 보니 신용카드가 없다. “현찰의 느낌과 카드의 느낌이 달라 지갑 없이 현찰을 자기고 다닌다”
그가 갑자기 바지 속주머니에서 감춰둔 10만원권 수표 10장과 현금을 보여줬다.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식도락가인 그는 전국에 5백 군데가 넘는 맛 집을 알고 있어 그 지방을 갈 때 마다 꼭 찾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D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지만 정작 돌아가실 때 1만2천8백원을 유산으로 남겼다”며 “빚을 남기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대구에선 소문난 맛 집이 어디냐? 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는 솔직히 ‘동인동 찜갈비’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웃어 넘겼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40년 동안 자신을 위한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는 그는 “70세 이후 글을 쓰고 좋아 하는 후배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그의 삶이 지금까지 어떠했는지 짐작케 했다.

지난날 정치파문으로 어려움을 겪은 그는 지금까지 소리 없이 74억을 들여 576명의 심장병어린이들을 수술시켰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집이 없어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집이 이제 대출받은 금액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 당시 박찬호, 박세리 선수가 심장병어린이들을 위해 1천만 원을 기증한다고 해 각 언론사에서 대서특필 한 적이 있다”며 “한명의 심장병어린 수술비가 1천8백만 원인데 난 576명을 수술시키면서 단 한 번도 언론에서 찾아 온 적이 없어 조금은 섭섭했다”며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한다고 했다.

▶군인 & 어린이들의 우상 ‘뽀빠이’
“마이크만 잡으면 내세상이다. 나를 찾는 곳이 있다면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다시금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보였다.

‘출발동서남북’8년, ‘우정의 무대’10년, ‘대구MBC 우리가족만세’10년, 지금 방송중인 ‘늘 푸른 인생’6년 등 37년의 방송 활동을 대변하듯 장수 프로그램을 이 끌어 왔다. 매니저가 있냐는 질문에 “많은 스케줄을 함께 할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해 사무실 스케줄 관리만 한다”며 자신의 왕성한 노익장을 과시했다.
▲ 한 달에 50권의 책을 읽는다며 A4용지 앞뒤로 책 제목과 읽은 책 목록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내보였다.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
“병원에 누워있는 재벌보다 건강한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3시간의 운동 후 사우나를 하고 점심으로 비지찌개를 먹고 주머니에 쓰지는 않지만 50만원의 현금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 본적이 없다. “어린이날이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을 위해 하루를 보내고, 어버이 날이면 늙으신 부모님들을 위해 하루를 보내다보니 가족에게 늘 미안했다. 특히 어린이날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고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향 어르신 곁으로 뽀빠이가 간다
“우스게 소리지만 지금 내게 10억이 있다면 남은 빚 갚고 아들 집사주고 3일 동안 자고 싶다”고 말하는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마지막 방송프로그램으로 KBS ‘전국노래자랑’을 끝으로 방송생활을 마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해 선배님은 20년 넘게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당신의 삶이 되었고 인생의 전부”라며 “친한 후배들에게도 이것만은 송해 선배님을 위해 넘보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자신 또한 선배님이 더 이상 힘이 없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씀 하실 때 까지 기다렸다 이어서 하고 싶다고 의중을 밝혔다. 선배를 위하고 후배를 위하는 그의 마음이 깨끗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너무 불상한 것 같다. 아직 농ㆍ어촌에는 다양한 문화적인 혜택이 없는 것이 아쉽다”며 “음향장비를 갖춘 관광버스를 하나 장만해 민요가수와 밴드, 작은 경품을 마련해서 도서 산간 벽지 등 문화적 혜택이 적은 소외지역을 찾아 공연하고 싶은 것이 마지막 바람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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