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의 인사가 벌써 두 달이 넘게 공석인 가운데 새 청장이 지상에 보도되고 이를 청와대가 즉각 부인하는 등 웃지 못 할 해프닝마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세청장의 장기 공백은 지역배려차원에서의 산고(産苦)라는 등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웬걸 사상유래가 없는 국세청의 대규모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 공직자들의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져 “올해는 세수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차장의 공식 발언이 발표되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국세청이 얼마나 중요한 부서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가예산이 대부분은 국세공무원의 손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한창 선진부국(先進富國)을 향해 치달리던 때로부터 국세청장은 문관(文官)임에도 불구하고 무관(武官)인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소위 4대 권력기관장으로 일컬어져 왔다.
그러한 국세청장의 자리가 벌써 두 달이 넘게 공석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정상은 아닌 듯싶고, 그런 가운데 고위직은 70-80% 그리고 숫자상으로는 전국 2만여 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물갈이가 이루어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고로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인사가 잘못된 것으로 들어날 경우 청장도 없는 사이에 이 같은 인사를 지시한 사람을 찾아내어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맞는 말이지만, 그 보다 더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노무현정부가 경찰의 공권력을 약화시킴으로서 경찰이 매를 맞는 나라를 만들더니, 이명박 정부는 “친 기업정서”가 지나쳐 국세공무원이 기업가들에게 조롱을 당하거나 기업 형 외식업소에 입회조사를 나갔다가 다반사로 얻어맞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나 아니냐? 하는 우려다.
그렇다면 박정희 대통령 이후 지난 40여 년간 역대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쌓아올린 국세행정은 와르르 무너지는데 그것이 국가조직 자체가 무너지는 것과 무엇이 다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적인 예측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세청장의 비정상적인 장기 공백과 그 틈 사이에 집행되고 있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할 인사의 칼바람, 그리고 이와 함께 국세청의 핵심권한인 세무조사권한을 국세청이 아닌 외부기관으로 이관하려는 기도가 현재 병행되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조사권”이 없는 국세공무원들은 세금을 기업인이나! 기타 사업자에게 구걸해야할지도 모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친 기업정서”는 많은 국민들이 이를 선택했음으로 시시비비를 벌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또한 많은 국민들은 전 정권의 반 기업정서를 심판하는 의미에서 이명박 정부를 택한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친 기업정서”는 처음부터 도가 지나쳐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더니 이제는 기업인들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인 국세청의 세무조사 권한마저 감히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음모를 받아들이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기업인이 바로 애국자라는 뚱딴지같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인이 애국자라면 그 기업은 십중팔구는 망해야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장점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거두는, 극한 이기주의라는 금과옥조(金科玉條)를 구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기업인이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최근 일련의 사태, 즉 2개월이 넘게 공석 중인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 보류와 국세청에 대한 사상유례가 없는 대규모 인사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국세청 세무조사권의 약화 기도는, 일부 몰지각한 기업인들이 강부자 내각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 기업정서”를 이용해서 대한민국 정부의 간(肝)마저 삼키겠다는 파렴치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나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 도승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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