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元帥)임명은 뚱딴지같은 소리

People / 도승희 언론인 / 2009-03-27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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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내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명예 원수”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아닌 밤중에 홍두깨비격으로 “원수임명 부적격시비”와 함께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백선엽 씨는 32세의 나이에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북진 때는 평양에 첫 번째로 입성한, 한국전쟁의 살아 있는 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한국 최초의 원수로 임명하기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첫째로 우리나라의 관계법령은 “원수는 현역 대장 가운데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비역대장을 원수로 임명하려면 법령 개정이 불가피하며, 평상시에 원수 계급장 수여가 과연 적절한지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원수는 전쟁 중에 수여하는 계급으로,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당시 4성 장군들을 지휘·통솔하기 위해 원수를 임명했었다.

둘째로는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전략에 통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제1의 요소는 때의 선택에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 정부가 “원수 논란”이나 불러일으킬 만큼 한가한 시점인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1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한 세계적인 대 불황으로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하고, 궁지에 몰린 서민들은 먹고 살기위해 거리를 헤매고 있으며, 청와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력투구하면서, 추경 예산안을 짜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원수임명이라니 도저히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백선엽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의 영웅으로써, 비록 그의 전공에는 경의를 표할만 하다고 해도, 그 분이 일제치하의 만주군 중위 출신이란 사실마저 불문에 붙여서, 정부가 건군(建軍) 이래 최고의 영예인 원수칭호를 내리는 데는, 독립유공자와 그 유가족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5,000년의 그 기나 긴 역사 속에서 단 한번, 유일하게 36 년간 나라를 잃었다. 그 같은 수난의 시기에 이 땅의 많은 엘리트들이 일제치하에서 군수다 도지사다 혹은 육군 장교다 하는 식으로 그 당시의 사회에 진출했었다.


이 분들을 몽땅 매국노로 치부해서 정죄할 수는 없었고, 그 당시의 개인적인 삶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도 아량을 갖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인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세계사적인 대 운세와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건설되어, 5,000년 역사의 정통성을 회복한 이 나라에서, 대한 독립군의 섬멸을 주된 업무로 했던 일제 만주군의 장교출신에게 국군 최고의 영예를 주어야한다면 이는 국가의 정통성을 해체하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다. 한마디로 백선엽 장군에게 원수칭호는 불가한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의 이번 “원수계급 수여방안”은 장기적인 평화시대의 지속으로 국군의 긴장상태가 많이 이완될 수도 있으며, 김구선생까지 테러리스트로 보는 일부 과격한 진보주의자들의 행태로 인해 일부 국군장병의 민족사관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상태에서 불쑥 튀어나온 뚱딴지같은 아이디어로 볼 수도 있다. 국군장병이 올바른 민족사관을 갖도록 하는 정훈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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