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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삐마이축제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
[일요주간= 오은성 기자]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국 춘절은 길게는 한 달, 적어도 보름 이상의 연휴를 즐긴다. 이 연휴기간에는 귀성과 관련해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현상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고향집에서 쉬면서 회사에서 강제퇴직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60~70년대도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도회지 방직공장이나 가발공장에 취직했던 가족이나 친척들이 추석명절에 내려오고는 다시 올라가지 않아 일터를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긴 시간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랬다. 이는 근대화를 거치는 개발도상국가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로 어느 나라나 반드시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이 되어 버렸다.
사람사는 세상은 다 마찬가지인지 라오스 최대 명절인 ‘분삐마이라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곳 사람들은 삐마이가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도시 전체가 들뜬 분위기다. 직장인도 그렇고 식당이나 호텔, 각종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시골 출신들은 집에 가고픈 마음에 일손을 놓을 정도로 싱숭생숭한 모양이다.
문화적인 시설이나 별반 놀이문화가 많지 않은 라오스사람들에게 신년명절의 설레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들은 가족과 떨어져 일 년을 보내는 이유도 삐마이명절을 잘 보내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 도회지에 있는 시골출신들은 ‘분삐마이라오’를 학수고대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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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지역인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안, 빡세, 사바나켓, 타캑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루앙프라방의 삐마이는 마치 내일 이 세상에 종말이라도 올 것 같은 분위기에 젖어 든다. 이런 모습들이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에게는 간혹 오늘 하루만 즐기려는 것처럼 비춰져 후회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화와 질서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삐마이를 보낸 한국인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하지만 ‘재미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우세하다. 이는 ‘남이 물 맞는 것은 즐기지만 내가 당하는 것은 싫다’ 이기적인 마음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이보다 더 즐거운 축제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분삐마이라오를 즐기기 위해 라오스를 찾는 한국인들에게 “한 3일 물 맞을 각오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해 보라”라는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휴대전화와 패스포트, 카메라와 지갑은 미리 비닐봉지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축제 한 복판으로 뛰어들면 무엇이 이들을 미치게 하는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질서를 지키고 스스로 진화하는 ‘분삐마이라오’ 행사에 세계각국의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예년과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곳 라오스에는 술 한 잔 들어가면 불안해지는 우리나라의 축제와는 전혀 다른 문화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은 “괜찮다”, “걱정하지마라”로 함축되는 ‘보뻰냥’문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삐마이라오를 가장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루앙프라방의 항공편과 호텔은 벌써 동이 나 여행사들이 아우성이다. 태국에서 열차로 비엔티안까지, 그리고 버스를 이용해 라오스 북부를 여행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지금 출발하면 시간은 충분하다.
[도움말 : 라오코리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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