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 빈곤서 해방되어 노을 속에 해지듯"

People / 송기옥 칼럼니스트 / 2010-06-10 20: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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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황혼! 여전히 요원하다"

[일요주간= 송기옥 칼럼니스트] 유교에서 말하는 5복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라 했다. 첫째, 살아 숨쉬는 것이고, 둘째, 의식주 해결과, 셋째, 건강해야 하며, 넷째, 도덕을 지켜 사람답게 살고, 다섯째: 천명을 다한 죽음 복이다. 요즘 장례식장과 노인을 상대로 하는 실버사업이 뜨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평균 수명이 늘고,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문제가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는 무역흑자와 원자력 발전소 수주로 수십조를 벌어들이게 되었다고 자랑을 늘 어 놓는데, 노인 일자리는 언감생심,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전전 긍긍하고 있다.


대학을 나와 굴지의 대기업 S사에 입사하여 평균 근속 연한이 10년 정도로 40대에 조기퇴직을 하여 평균수명 80살까지 먹고 살아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이 하나 낳아 대학까지 가르치는 비용이 2억5천 만 원이 든다니 누가 아이를 낳겠는가? 제집 마련은 고사하고 두 부부가 맞벌이하지 않으면 생활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가진 자는 더 갖게 되고 못 가진 자는 가난 할 수밖에 없는 빈익빈 부익부 사회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잘 아는 저명한 L 선생님을 만났다. 점심을 나누며 근황을 물었는데 몇 년 전에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86세의 노구를 이끌고 노인요양원에서 쓸쓸히 보낸다고 했다. 자녀들이 있는데, 왜 혼자 사시느냐고 물었더니, 잘나가던 딸네에게 사업자금을 밀어줬는데 망해 버렸고, 마지막으로 사는 집이며 퇴직금까지 아들에게 몰아줬는데도 잘못되어 요양비 40만원도 근근이 세 자녀들이 보내줘 살고 있다고 했다.


요즘 우리 농촌을 돌아보자. 젊어 이래 뼈 빠지게 일하고 소 팔아 자식 가르치고, 마지막에는 전답 팔아 결혼 시켜 집까지 마련 해준 후 늙고 병만 처져 가진 것 없는 속빈 우렁이 껍질 같은 노인들이 허다하다. 효심이 지극한 아들네들이 부모를 모신다고 해도 고부 갈등, 경제 갈등으로 시골집으로 내려오는 이가 태반이다. 이제 자식에게 의지 할 때가 아니다. 늙고 병들기 전에 노후를 대비해야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자식과 같이 산다는 것은 꿈과 같은 얘기다.


전답이라도 있고 건강이 허락되는 노인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그도 저도 아닌 노인들은 사는 것이 지옥이고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올같이 눈이 많이 내리는 혹한의 날씨에 점심을 거르고 집도 난방비도 없어 불편한 몸으로 컨테이너나 냉방에서 잠을 자야하는 절대 극빈자가 수 백 만 명이라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연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13000여 명, 그 중 노인이 절반가량으로 병고와 빈곤으로 비관 자살수가 수치스럽게도 세계적이라니 도대체 위정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경로당에 남방비조로 고작 2백여 만 원을 지원받아 마을 노인들은 아침에 나와 놀다가 해가지면 귀가하니 각자 난방비 절약에 따른 국가적으로 엄청난 석유소비 절감을 해주는 셈이다. 마음 같아서는 예산을 더해 한 겨울만이라도 실비 도시락까지 마련 해줬으면 좋겠다. 얼어붙은 혹한에 불편한 몸으로 식사까지 마련 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시설이 잘된 선진 외국에 비해 초보적인 수준인 우리나라는 국회나 중앙 담당부서와 지방자치 장은 새로운 노인복지 조례 안을 마련하여 조금이나마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과감한 예산투자를 할 때라고 본다. 장엄한 태양은 동에서 떠서 서로 진다. 떠오르는 해가 지듯 우리 인생도 누구나 한번은 가기 마련이다. 태양은 질 때가 더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 된 노인들! 5천만의 먹을거리를 위해 평생 농사일을 하다가 늙고 병든 농부에게 공무원처럼 퇴직금은 못 줄지라도, 국가는 어려운 노인에게 최소한 한 끼니의 따뜻한 점심과 걱정 없는 겨울 한 철을 날 수 있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노인은 마지막 갈 때 병고와 빈곤에서 해방되어 아름다운 노을 속에 해가 지듯 편안하게 눈을 감고 죽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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