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사진)의 1심 공판이 이례적으로 서울서부지법 항소심 재판부의 심리로 열린다.
한화 측이 지난해 이 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탓에 법원이 재판부를 바꿔야 할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은 김승연 회장을 포함한 그룹 전현직 관계자 11명의 1심 사건을 원래 항소심을 맡는 형사2부(배기열 부장판사)에 배당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량이 높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ㆍ횡령 등)'이라 애초 이 법원의 유일한 형사 합의부인 형사 11부(김현미 부장판사)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한화 측이 공판 대리인으로 김천수 전 서부지법 부장판사를 내세우자 사정이 달라졌다.
김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변호사로 개업했고 형사11부 김현미 부장판사와는 퇴임 전 1년 동안 서부지법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법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사임 1년 전 담당 재판장과 6개월 이상 같이 일했다면 대법원 예규에 따라 재판부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사정이라면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사건을 맡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지법은 비슷한 비자금 비리로 구속 기소된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사건은 형사11부에 배당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서부지법 재직 당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 국내 첫 사례인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의 판결을 맡아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고위 판ㆍ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에게 퇴직 전 근무지의 대형 사건을 맡기는 관행은 자칫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할 수 있어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전관 변호사의 형사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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