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좌’는 해당분야의 최고 또는 시초를 의미하던 본래의 뜻이 신세대들 사이에서 변질되어 ‘이길 사람이 없다’,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최고다’라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된다. 서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전화방 370여 곳에서 돈을 받고 음란 동영상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경찰이 단순히 “아동 포르노나 음란물 유포자를 잡아보자”며 시작된 경찰 수사망에 서씨가 걸려든 것으로 알려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음란물 유포계의 초 대어급 ‘서본좌’ 그는 누굴까?
청년사업가였던 그가 ‘서본좌’가 되기까지
서씨는 2남 중 장남으로 경기도 소재 모 대학 건축과를 다녔다. 군제대후 특별한 직업 없이 살던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의료기기 납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3년이 지나 사업은 조금씩 기울었고, 그는 다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2009년 7월쯤 인터넷에서 음란물 서버를 판다는 광고를 우연히 본 서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업자를 만나 서버를 3000만원에 사들였다. 서씨가 산 서버에는 이미 1만 7000여개의 음란물 뿐 만아니라 전화방 업주들과 계약까지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결국 3000만원에 서씨의 손에 들어온 것은 단순히 서버가 아닌 음란물 배포 사업을 할 ‘밥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서버는 소규모에 불과했고, 본격적으로 확장한 것은 서씨였다. 이후 서씨는 홀로 전국을 돌며 전화방 업주들을 상대로 영업을 시도했고, 매월 70~80여개 전화방에 안정적으로 서버를 공급했다.
서씨의 영업 과정은 주도면밀했다. 대포통장, 대포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그는 심지어 전화방 업주들과 거래할 때도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씨는 경찰에 “한 명만 불어도 전부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해외 P2P 사이트를 넘나들며 음란물을 계속 업데이트했다. 심지어 수집한 자료를 전화방에 제공하기 편한 형태로 직접 편집까지 했다.
서씨는 의료기기 사업을 접을 때쯤 IT 산업에 진출할 생각으로 웹디자인 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이때 배운 노하우를 동영상 편집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씨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해외 곳곳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아동포르노를 포함, 총 60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가 작성한 ‘음란물 파일명 일람표’만 A4 용지로 550여쪽에 달한다.
서씨가 유통한 음란물 수는 경찰이 지금까지 적발한 것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과거 국내에 유통된 일본 음란 동영상의 7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김본좌’라는 별명을 얻은 김모(33)씨의 기록을 뛰어 넘는 것이다.
뛰는 ‘김본좌’ 위에 나는 ‘서본좌’
지난 2006년 국내에 유포되고 있는 일본 포르노물 중 절반이 넘는, 엄청난 물량의 음란물을 공급해온 일명 ‘김본좌’가 경찰에 붙잡혔다. 모 P2P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공급해온 김씨는 네티즌들로부터 ‘본좌’로 인정받고 지난해 S사로 스카우트 됐지만, 결국 경찰의 끈질긴 추적에 의해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하지만 뛰는 ‘김본좌’위에 나는 ‘서본좌’가 있었다.
서씨가 유포한 음란물은 미성년자가 출연해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비롯해 음란성 동영상들로 모두 3만3353건, 약 16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분량이다. 1TB는 1024GB(기가바이트)로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서씨가 벌어들인 돈은 통장에 찍힌 것만 1억4000만원이다. 하지만 기타 수입과 전화방의 부당이득 등을 고려하면 그가 구축한 전체 시장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씨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 서버를 설치하고 대포계좌를 통해 업주들에게 돈을 송금 받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이제 손을 씻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겠다”고 자백했다.
‘서본좌’의 구속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잠깐 화제가 될 뿐이지 음란물 유통이 뿌리 뽑히는 게 아니다. P2P나 파일 다운로드 사이트에서는 아직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컨텐츠 1순위가 음란동영상과 불법영화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이트들이 특정 단어들을 필터링 방식으로 걸러내는 ‘검색어 제한’으로 음란물 유통을 방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미봉책일 뿐이다. 비슷한 단어로 ‘우회검색’을 하면 다운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량 유통업자를 잡았다고 문제가 해결 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제2,제3의 서본좌가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고 미꾸라지 유통업자들도 판을 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인터넷상에 널려있는 음란물들을 더 철저히 규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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