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선수가 누구예요?”

문화 / 김태호 / 2011-02-25 11: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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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생활체육축구교실’ 첫날 ‘날쌘돌이’ 서정원 ‘굴욕’

▲ 서정원 코치와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재미있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즐거워지는데요.”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꿈나무마을’ 잔디운동장. 초등 4,5학년 학생 30여명이 운동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술래잡기를 한다. 마음 한구석 응어리를 다 털어내겠다는 듯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운동장에 메아리친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이혜지 선생님(사회복지사)도 ‘오랜만의 즐거움’ 표정이다.


이날은 3년 째 이어오고 있는 ‘서정원선수와 함께하는 행복 나눔 생활체육 축구교실’ 첫날이다. “서정원 선수가 누구예요?” 열성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날쌘 돌이’ 서정원 선수를 모르다니. 하지만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 구자철, 손흥민 선수에게 더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해 보였다.


보통 생각하는 술래잡기와는 좀 달랐다. 술래가 된 아이와 도망 다니는 아이들이 운동장에 함께 있다. 술래는 아이들을 잡거나 운동장 밖으로 몰아내면 성공이다. 이렇게 잡힌 아이들은 술래와 함께 손을 붙잡고 길게 늘어서 다른 아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잡아낸다.


“부상당하지 않도록 게임을 통해 몸을 푸는 일종의 훈련입니다. 무엇보다 술래가 손을 붙잡고 길게 늘어서게 되면 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서로 집중을 하고 협력을 하려고 하죠. 재미가 있으니 훈련하는데 싫증도 나지 않고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서정원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


서정원 코치가 어렸을 때는 이런 놀이훈련이란 게 없었다고 한다. 운동장을 뛰며 땀 흘리고 공을 차고 골을 넣는 것이 훈련의 전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상도 잦았다.


▲ 서정원 코치가 축구공을 들고 핸드볼 놀이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게임이 이어졌다. 이번엔 축구공을 이용해 핸드볼처럼 공을 뺏기지 않으며 같은 편끼리 패스를 하는 게임이다. 공을 빼앗기거나 땅에 떨어뜨리면 상대편에게 넘어가고 패스를 10번 하면 성공이다. 모든 게임이 집중력과 협동심을 기르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아이끼리는 물론 코치 선생님들과도 이제는 허물없는 친구가 됐다. “서정원선수가 누구예요?” 묻던 아이도 이제는 더 이상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으로 축구게임이 시작됐다. 4팀으로 나눠 10분씩 번갈아가며 대결을 했다. 집중력과 협동심을 기르는 게임을 한 효과일까, 패스가 곧잘 이뤄졌다. 슛을 할 때마다 쉬고 있는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렸다. 개중에는 유명 축구선수들의 이름을 붙여가며 중계놀이도 했다. 오늘 이 순간만큼은 이 아이들이 박지성이고 구자철이고 웨인 루니였다.


“메시 선수가 제일 좋아요. 서정원 선수는 잘 모르지만, 오늘 재미있게 게임도 하고 축구도 가르쳐 주시니 좋은 사람 같아요. 기회가 되면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박모 군.5학년)


서정원 코치는 이렇게 축구교실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후배의 권유로 시작한 축구교실을 3년째 이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역시절에 국가대표도 했고 유럽에서 뛰기도 했죠. 지금은 국가대표 코치를 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그동안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제는 그 보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입니다.”


3년째 축구교실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매년 초반기에 10회 한정으로 축구교실을 하다 보니 연속성이 없고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연중 전국적으로 실시하게 되면, 축구에 소질 있는 아이들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제가 아는 선수들 중에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한테도 봉사할 기회를 많이 줄 수 있고.”


서정원 코치는 이런 방식의 축구교실을 연중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리그(대회)도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소질 있는 아이들이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서정원 코치는 이번 축구교실은 물론, 체력과 시간이 허락되는 한 어디든지 달려가 재능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꿈이 있어요. 그런데 그 꿈을 이루기까지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마련이죠. 가난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는 없도록 돕고 싶습니다.”


▲ 서정원 코치와 축구교실 아이들, 그리고 꿈나무마을의 정영숙 수녀원장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달 8일부터 4월30일까지 진행하는 ‘행복나눔 생활체육교실’에는 서정원 코치를 비롯해 이규혁(스케이팅), 유승민(탁구), 홍인기(스키) 등 전·현직 스포츠 스타들뿐 아니라, 연예인야구팀(조마조마, 알바트로스, 한)과 프로농구 선수단(서울 삼성 썬더스, 울산 모비스 피버스, 인천 전자랜드 앨리펀츠)도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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