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부당한 내부거래 통해 편법상속·중소기업 영역 침탈”

e산업 / 박지영 / 2011-11-15 12: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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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박지영 기자]끊이지 않고 지적돼온 대기업들의 주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인 계열사간 '수의계약 비율'이 무려 8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기업 광고, 물류 및 SI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실태분석결과에 따른 것으로 그간의 지적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 9일 공정위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에 소속된 광고, SI, 물류 등 20개 업체(광고 8개, SI 8개, 물류 4개)의 내부거래 현황과 사업자 선정 방식 등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제일기획, 이노션, SK마케팅앤컴퍼니, 에이치에스애드, 대홍기획, 한컴,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오리콤 등 광고분야 8개사, SI 업종은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오토에버, CJ시스템즈, 대림아이엔에스, 포스텍, 한화S&C 등 8개 업체, 현대글로비스, 삼정전자로지텍, 하이비즈니스로지스틱스, 롯데로지스틱스 등 4개 물류업체가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20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12조 9,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71%인 9조 2,000억 원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8년(69%), 2009년(67%)보다 비율이 상승한 수치다.
특히 업종별로 물류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이 83%로 가장 높았고, 이어 광고(69%), SI(64%) 순으로 집계됐다. 내부거래 매출액은 SI업종이 4조 4,806억 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물류업(3조 7,748억 원), 광고업(9,066억 원) 순이었다.
특히 대기업들은 계열사와 비계열사를 입찰 단계에서부터 차별했다. 자사 계열사에는 일감을 몰아주기 쉬운 '수의계약' 방식을 선호한 반면 비계열사에는 입찰가격을 한 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경쟁 입찰을 선호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공정위 조사결과 지난해 이들 20개 업체의 계열사와의 거래액 총 9조 1,620억 원 가운데 88%(8조8,46억 원)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며 경쟁입찰 비율은 12%(1조 774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비계열사와의 거래액 총 3조 7,177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60%(2조 1,966억 원)가 경쟁입찰이며 수의계약 비율은 41%(1조 5,211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 수의계약비율은 물류업 99%, 광고업 96%, SI분야 78%로 집계됐다.
수의계약은 기본적으로 계약업체를 원사업자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입찰과는 성격이 달라 이들 대기업 계열사들과 달리 독립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상대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을 크게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의계약 비율이 높게 집계된 것은 계열사 간 의도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성행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도급실태 분석결과, 이들 대기업 광고·SI·물류 계열사들은 주로 전체 기획 및 총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계약의 세부업무는 중소기업 등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뒤 계약내용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별다른 역할 없이 하나의 중소기업에게 위탁하고 일정금액을 취하는 일종의 '통행세'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기업들이 광고, SI, 물류 분야 등에서 관행적으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사례가 많음을 확인했다"며 "이로 인해 역량 있는 비계열 독립기업의 사업 참여와 성장기회가 제약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계약방식에 관한 모범거래관행을 제시,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경쟁입찰을 확대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경쟁입찰 및 수의계약 여부 등을 공시하도록 해 사회적 감시수준을 강화하겠다"며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공정위는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실시할 방침이다.
정치권, 재벌 일감몰아주기 맹비난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등이 도마에 오른바 있다.
당시 여야는 최근 대기업 집중으로 인한 산업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었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번 경제위기 때 우리는 큰 아들, 즉 대기업에게 몰아주기식 지원을 했다.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썼다"며 "대기업이 동생들, 즉 중소기업을 잘 건사했어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잘 챙겼다고 보느냐"고 지적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 한 해 동안 대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가 145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지만 일감을 받은 회사가 재벌의 개인회사라는 것“이라면서 ”편법 증여와 상속에 이용된다고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
또 김 의원은 "재벌 총수의 2세, 3세들의 주식을 투자해 비상장회사를 세운 뒤 그 그룹 회사가 일감 몰아주기로 상장을 해 편법 상속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것을 규제하지 않고 방조·묵인하는 것이 이 정부가 아니냐"며 "이 정부는 대기업 프렌들리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선진당, 편법상속·증여 수단 광범위 이용

자유선진당은 지난달 19일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근절 대책 시급’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내면서까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근절대책을 촉구했었다.
당시 논평에서 임영호 선진당 대변인은 “대기업 계열사 사이의 구체적인 내부거래 실상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사회단체들이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해 왔지만 그동안 정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편법상속하고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탈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겨우 부당 내부거래의 윤곽을 조금 밝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의 내부거래는 예상했던 대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많았고 또한 비상장 소규모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며 “이는 대기업에서 내부거래가 ‘일감 몰아주기’ 형태로 편법상속이나 증여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현실을 증명해 주는 하나의 자료이며 이는 주주와 종업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오너일가가 갈취 독식해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임 대변인은 “대기업, 특히 재벌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더 이상 방치해 둘 수는 없다”며 “시장 질서를 왜곡시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며 소액주주와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탐욕적인 불법 부당행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은 물론이고 정부 어느 부처도 이를 발본색원해 바로잡으려는 실효성 있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며 “부당 내부거래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체적인 자료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해야 하며 바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래야만 소액주주들이 이를 바로잡고 시장질서도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며 “대기업이 1%의 탐욕에 분노한 99%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공정사회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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