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변호사'…은밀한 뒷거래

사회 / 김보라 / 2011-12-05 1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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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벤츠 여검사’ 질타 vs ‘백혜련 검사’ 찬사 “과연 검찰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일요주간=김보라 기자] 총리실의 강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발한 경찰이 검찰의 비리에 대한 수사권을 요청한 가운데 ‘그랜저 검사’에 이어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의 도덕성과 신뢰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사건이 세간에 논란이 되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은 검사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특임검사를 투입해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창재 안산지청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지난해 ‘그랜저 검사’에 이어 두 번째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검찰의 제식구 봐주기 수사 비난 여론과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는 경찰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사팀 규모는 검사 3명, 수사관 10명으로 ‘그랜저 검사’를 수사한 특임검사팀 보다 인원이 더 많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이 밝혀야 할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최모(49) 변호사의 내연녀로 알려진 이모(36) 검사와 관련된 의혹이다. 최 변호사와 이 검사는 각각 가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연관계를 지속해왔으며 최 변호사가 이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하며 대가로 법인카드와 벤츠 차량, 샤넬 백, 아파트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대검은 이미 지난 5월 이 둘의 관계에 관한 제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늦장 수사에 들어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번째는 최 변호사가 검사장급 인사에게 부탁해 자신이 고소한 사람을 억지로 기소하게 했는지 여부다. 최 변호사는 동업자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가 들통나 협박을 당하자 연수원 동기인 검사장에게 부탁해 무리하게 기소했으나 결국 무죄가 선고된 것.


세 번째는 최 변호사가 부장판사에게도 50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고가의 와인을 선물했는지의 여부다. 액수가 큰 편은 아니지만 최 변호사가 다른 판·검사와 유착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최 변호사는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진 상태이며 벤츠 여검사 이씨의 소환도 조만간 앞두고 있어 수사는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벤츠 여검사-변호사’ 은밀한 만남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부산에서 근무했던 이 검사는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를 2008년에 알게 됐다. 각각 가정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내연관계로 발전했고 이 검사는 최 변호사로부터 법무법인 명의의 벤츠 승용차와 로펌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한 청탁을 하며 그 대가로 이 검사를 지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최 변호사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면서 틀어졌고 최 변호사는 지난 6월 이 검사에게 내용증명까지 보내 벤츠를 돌려받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검사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등 일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둘의 관계는 올해 7월 부산지검에 최 변호사의 의뢰인이었던 대학강사 이모(40)씨가 최 변호사에 대한 진정을 접수해 조사가 벌어지면서 알려지게 됐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로비를 해야한다며 1,000만 원의 수표와 골프채, 명품 지갑 등을 가져갔다는 의뢰인 이씨의 주장에 따라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최 변호사가 받아간 1,000만 원은 로펌에서 사용했고 골프채는 최 변호사의 집에 명품 지갑은 본인 호주머니 안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와중에 이 검사와 최 변호사가 내연관계였던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검사와 최 변호사의 관계가 부적절했더라도 사생활에 가까우므로 두 사람의 사이를 일일이 캐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 변호사는 현재 의뢰인 이씨에게 받은 로비자금을 변호사 수임료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에서 최 변호사가 의뢰인 이씨를 속인 것으로 결론나면 최 변호사를 사기 혐의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장급 간부·부장판사 연루 의혹


현재까지 최 변호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4가지. 며칠 전 알려진 최 변호사가 이 검사에게 각종 검찰 사건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처리되도록 청탁하며 벤츠와 샤넬 가방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최 변호사가 고소한 사람이 기소되도록 대학·사법연수원 동기였던 A검사장에게 부탁해 검찰이 가짜 진정서를 만들어가며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 등이다.


또한 최 변호사가 내연관계로 추정되는 이 검사를 위해 검찰 고위층인 B검사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은 물론 올해 초 부산·경남 지역의 C 부장판사에게 100만 원 상당의 와인과 5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했으며 C 부장판사는 매번 죄송하게 챙겨주느냐고 답했다는 의혹이다.


C 부장판사의 물품 수수와 관련해서 대법원은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자체 진상파악에 나섰고 C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과 관련해 최 변호사의 문자메시지와 사건 관련자의 증언, 최 변호사의 법무법인 사무실과 자택에서 압수한 회계장부 자료 등을 확보한 검찰은 29일 검사 5명과 수사관 10여 명으로 이뤄진 전담 수사팀을 꾸려 최 변호사를 소환해 각종 의혹을 추궁했다. 또한 대검찰청 감찰부는 사표를 낸 “벤츠 여검사(이 검사)”에 대해서도 감찰을 벌이고 있다.


'벤츠 여검사'사건을 계기로 감춰져 있던 법조계 관련 의혹들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부산·경남 지역 법조계가 긴장하고 있다.


“검사 한 지 10년도 안된 검사가...”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물론 사회각계각층에서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1월 28일 이른바 ‘벤츠 여검사’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반면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 사직서를 낸 대구지검 형사3부 백혜련 수석검사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올린 ‘우리 검찰의 슬픈 두 얼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먼저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우리 검찰의 슬픈 얼굴을 보여주는 두 개의 기사가 한꺼번에 올라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나는 변호사로부터 벤츠를 얻어 타고 다니던 검사(36,여)가 동료 검사에게 청탁을 해준 대가로 540만 원짜리 샤넬 핸드백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기사였다”며 씁쓸해 했다. 거론된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어 “벤츠는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얻어 탄 것이라니 제3자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청탁의 대가로 명품 핸드백을 받았다는 것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 검사의 나이가 30대 중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라며 “검사 일을 한 지 10년도 채 못 될 텐데 벌써부터 그렇게 물의를 빚는 일을 한다면 이건 큰일 아닙니까?”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지검에 근무하는 이 여검사는 문제가 터지자 일신상이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부산지검에 전담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도 모자랄 판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니 정말로 한심하다”고 일갈했다.


반면 이 교수는 “또 하나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편향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분개해 사표를 던졌다는 어떤 검사에 관한 기사”라며 대구지검 백혜련 수석검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교수는 “그는 ‘이제는 떠나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비판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큰 사건들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며 “이 검사의 행동을 돌출행동이라고 감히 돌을 던질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지고 말 거라는 예감이 들지 않았나요?”라며 “패거리 문화에 빠져 버리면 자신이 속한 조직을 비판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백 검사의 행동을 추켜세웠다.


이어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던지며 홀연 검찰을 떠난 그 검사 분이 얼마나 비장한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며 “비록 슬픈 일이지만, 그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교수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검찰이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한 게 벌써 몇 번째냐?”며 “신문 스크랩 해보면 최근에만도 그런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검찰을 지적했다.


끝으로 “검사 자신의 입에서 우리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이 두 사건을 보면서 과연 검찰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자못 궁금해진다”고 검찰이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작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판검사ㆍ변호사 참 몰염치”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과 청와대 특임장관을 지낸 ‘킹메이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지난 11월 30일 이른바 ‘벤츠 검사’ 사건에 대해 “참으로 염치없는 짓들”이라고 강하게 꾸짖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벤츠 검사 사건은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이 함께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이라고 질타하며 “법조인이 이렇게 몰염치한 짓을 하고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할 수 있을까”라고 개탄했다.


그는 거듭 “참으로 염치없는 짓들”이라고 꼬집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관련자들은 그들의 자격을 스스로 반납해야 될 것”이라며 “그것이 법조인의 도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현재 부산지검은 전담팀을 구성하고, 논란이 되자 최근 사표를 낸 여검사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와 사건청탁 대가로 명품 핸드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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