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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보라 기자]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공격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27)씨가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저지른 일이라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야당과 많은 국민들은 이같은 공씨의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낮 운전기사에 불하한 데다 컴맹인 공씨가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찰은 지난 8일“공씨가 새벽 조사 도중에 심경의 변화를 느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선거 전날(10월 25일)가진 술자리에서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에‘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버릴까’하는 농담이 나와 자신의 고향 후배인 강모(25) 씨가 생각났다며 곧바로전화해 실행을 요청했다는 것.
그러나 경찰은 공씨의 자백내용에 신빙성이 있는지 여러 정황과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공씨와의 술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씨와 저녁 자리에 동석했던 청와대 행정관 박모(37)씨를 8일 소환해 조사했다.
이처럼 공씨의 단독범행이냐, 몸통이 따로 있느냐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민주당“5대 의혹 해명해야” 민주당의 이 사건이 공씨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낮다며 특검 등을 추진하겠다며 한나라당과 정부를 향해 5대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 여부, 억대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의 출처,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경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 피의자 공씨가 선
거 전날 밤부터 선거 당일 새벽까지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관계자와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현역 의원의 명함 등 5가지다.
또 민주당은“그동안 수사기관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하지 못하고 사건을 적당히 은폐하거나 몸통을 비호하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일관해 왔다”며“이번 역시 민주당 진상조사위원들이 경찰청을 방문해 증거제시를 요구했으나 협조하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은“이번 사이버 테러에 대한 수사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미흡할 경우 특검을 통해 반드시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며“한나라당도 조금이라도 진실규명의 의지가 있다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스스로 제안하지는 못할망정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야당의 국정조사와 특검 제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밝혔다.
아울러“한나라당은 이승만자유당 정권의 붕괴가‘3.15 부정선거’때문이었다는 역사적 교훈에서 이번 사건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경찰이 배후세력을 밝히지 않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범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혹을 풀기 위해서 로그파일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선거 전날 술자리 왜?
이런 가운데 공씨가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박태희 국회의장 비서관들과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돼 한나라당 윗선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회의장실과 한나라당 관계자 등에 의하면 공씨가 이날 밤 강남의 한 술집에서 김씨와 변호사, 병원 원장 등과 만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공 씨가 디도스 IT업체 대표 강모(25)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시는 이날 밤 행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공씨가 술을 마시던 도중인 밤 9시께 필리핀에 있던 강 씨에게 처음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전화를 받지 못한 강씨가 밤 11시께 공씨에게 전화를 했고 이후 두 사람은 26일 새벽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전화를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술자리에 동석한 국회의장 비서관 등 참석자들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나경원 도와야 한다’
이런 가운데 공씨의 고향 후배인 IT대표 강씨 등 3명의 공범이“나경원을 도와야 한다”는 부탁을 받고 일을 벌인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
강씨는 경찰 진술에서“(공씨가) ‘우리(한나라당후보 나경원)가 선거에서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씨는 강씨에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고 강씨는 공격을 강행했다는 것.
그러나 공씨는 강씨 등의 이런 자백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대질심문에서도‘모른다’고 일체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공씨의계좌추적과 제3자와 통화 기록 등을 조사하며 공씨 범행의 배후를 잡기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가장 의문인 점은 국회의원수행비서가 굳이 디도스 공격
을 할 이유가 있느냐다. 여기에 디도스 공격이 공씨의 소행이라는 자백이 나오고 나서도 내내 범행을 부인하던 공 씨가 갑자기 심경 변화를 일으켜 단독 범행임을 자백했다는 점도 의구심이 남는다.
또한 공씨와 김씨, 박씨 등 참고인들이 말을 맞췄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이들의‘윗선이 있지 않겠느냐’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더욱이 디도스 공격이 이뤄
지고 공씨가 검거되기 전 공씨와 김씨, 박씨 등 관련자들 간의대책회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문도 생긴다.
이들이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몰랐을 리 없는 만큼 적어도 경찰 조사에 대응할 만한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이나 의원실 등 윗선에 보고가 됐으리라는 의심이 커진다.
여기에 술자리에서 공 씨가 단독으로 디도스 공격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국회의장의 의전비서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그런 의장 비서가 자초지종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공씨가 진주에서 지인들을 만나“나경원 의원을 도우려고 했다”거나“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쓰게 생겼다”고 말한 것도 중대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 경찰은 공씨의 고향인 진주로 수사팀을 보내 탐문을 벌였고 공씨의 진심을 가장 잘 들었을 것 같은 인물인 공씨의 여자친구를 조사했지만 “디도스 공격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는 답변만 듣고 되
돌아왔다.
이와 함께 공씨가 지시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이 새벽시간대에 공씨 진술처럼 갑자기 생각나 지시한대로 바로 이뤄질 수 있는지도 의심이간다.전문가들 사이에선 좀비 PC가 많이 켜져 있는 낮시간대라면 몰라도 거의 PC가 꺼져 있는 새벽 시간대에 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찾기라는 특정한 항목만 공격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좀비 PC를 평소에도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없이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결국 경찰은 사건 송치를 불과 하루 남겨놓고“나 혼자 했다”는 자백만 받아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수행비서가 자신이 상관인 최구식 의원에게 보고조차 안 했다는 것이다.역으로 최 의원이 모르는 내용을 단독으로 수행을 돕는 비서가 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수행비서가 향후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게 뻔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달 25~27일 최 의원과 함께 경남 진주로 간 공씨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내가 한 게 아닌데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는 자신이 벌인 일이 아닌데도 자신이 뒤집어써야 하거나, 윗선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찰 추적 피하려 IP주소 세탁
현재까지 드러난 강씨 일당은 범행수법은 이렇다.
해킹 공격을 하면서 1,500여대의 좀비PC를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좀비PC를 이용해 경찰의 추척을 따돌리려고 무선인터넷 10개를 바꿔가며 사용하고 인터넷상의 주소인 IP 세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애초알려진 것보다 7배나 많은 좀비PC를 동원해 최대 1~2GB의 트래픽을 발생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티로그인 5개, 와이브로 5개 등 모두 10개의 무선인터넷을 사용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은 디도스 공격을 시작하면서 서버가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트래픽을 일시에 보내 서버의 기능을 마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보안 전문가들은 좀비PC를 동원하고 무선인터넷을 사용한데서 더 나아가 IP 세탁까지 한 것은 교묘한 수법이라며 디도스 공격 툴을 이용한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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