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노정금 기자] 지난 20년간 용산 조립PC 업체에서는 학생들과 서민층을 상대로 컴퓨터에 사용되는 부품을 조립해 브랜드 컴퓨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조립식PC를 판매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조립PC에 전파인증(KCC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한 이후 용산 조립식 PC업체들이 들끓고 있다.
이미 전파인증을 받은 부품이지만 조립을 하면 전파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1대의 PC당 150만 원서 2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인증을 받으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업체 관계자와 네티즌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현재 전파인증 관련한 부분을 유예하겠다고 한발 뒤로 물러난 상태이다.
이에 <일요주간>에서는 현재 조립PC 업체 아이코다(iCODA) 양광진 과장을 만나 ‘전파인증(KCC인증)’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이것은 분명히 이해집단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도 아닌데요. (대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새로운 먹잇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양 과장은 “민원이 들어온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며 “또 동종업체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것을 왜 조사하냐’라는 반응이었어요. 이미 수입해서 들어온 제품은 전파인증을 다 받는데 여기서 조립PC까지 전파인증을 받으라는 것은 이쪽 업체 문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라며 “우리가 왜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야 합니까. 부품에 인증을 안 받았다하면 명백히 조사를 받아도 되지만 조사를 받은 부품으로 조립식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조사를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것으로 득을 보는 곳이 과연 어디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조립 PC를 사는 사람들이 외제차 끌고 오는 사람들도 아니고 모두 서민들이고 학생들입니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속보이는 전파인증대행 업체
우리나라에서 전자파가 발생되는 모든 제품은 전파인증대행 업체를 통해 인증을 받고 방송통신위원회 소속기관인 전파연구원에서 등록번호를 받은 후 사용할 수 있게 돼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17일 국립전파연구원, 방송통신위원회, 3곳의 인증업체 그리고 5곳의 조립PC 업체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양 과장은 “우리 회사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을 했습니다. 업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인증대행업체가 왔다는 게 의아했다고 해요. 그 자리에 그쪽(인증대행업체) 사람들이 오는 줄 모르고 간 것이라고 했어요”며 “인증업체와 전파연구소와는 친합니다. 그 날도 같이 밥을 먹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대를 받지 않은 PC업체들도 같이 가자했다고 들었어요”라고 했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인증대행업체 중에서도 이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대행업체가 강력히 이것(전파인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들 대행업체가 검사료를 100만 원으로 줄여주고 4주 걸리는 검사 소유기간을 2주 정도로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인증을 받는 것이 금액도 금액이지만 PC모델이 넘쳐나는 데 이것을 받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고 덧붙였다.
이 날 방통위의 제시안을 보면 본체를 구성하는 부품 중 a메인보드, a파워, a케이스를 품목군으로 분류해 이를 A 품목이라 지정해 A 품목군에 지정된 부품은 제외하고 이외의 부품 사양변경 건에 대해서만 인증을 받으라는 제안을 했다.

또 메인보드, 파워, 케이스를 품목군으로 지정한다 하더라도 당사의 경우 각 부품별로 대략 20가지의 부품의 사양변경이 가능하며 이를 각각 품목군으로 인증을 받는다 하더라도 8,000개가 넘는 품목군이 나오며 이를 다 인증 받고 품목군 이외의 부품을 사양변경하게 될 경우에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 회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기존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조립PC 인증-> 조립PC 인상 -> 소비자 부담
“조립 PC에 전파인증 규제가 적용된다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부품을 바꿔 쓸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지고 가격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인상된 PC비용의 감당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또 신제품이 출시된다 해도 전파인증을 받는 기간이 대략 3주 정도 소요되기 때문 제품출시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양 과장의 설명이다.
양 과장은 “저희 회사(아이코다)는 한 달 평균 178개 모델을 내 놓고 있다. 유동적인 숫자이다. 어떤 모델은 없어지기도 하고요. 저희가 한 달 평균 17개 제품 만들고 이들 중 평균 한 모델 당 19개 PC가 판매 됩니다”라며 “19모델을 판매하고자 인증절차를 거치게 되면 그 비용을 생각해 보세요”라며 현실 불가능하다는 것을 토로했다.
그는 “조립PC 업체에서 1대를 판매할 경우 평균마진이 8.3%되고 카드수수료 3%정도 빠져요. 5%정도 마진을 내고 있고 있어요. 더 힘든 부분은 한 PC당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2880개의 모델이 나옵니다. 이것을 어떻게 전파인증을 다 받아요. 각각 부품 인증을 받은 제품인데 그것을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전파량이 달라질 수 있으니 또 받으 라는 하는 것은 불합리 하죠”라고 설명했다.
조립PC 업체 측은 전파인증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용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양 과장은 “삼성과 LG같은 경우 모델 하나를 만들어서 그 제품을 미리 몇 천개씩 만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그 제품들을 인증 받는 것이 맞고 삼성이나 LG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수입될 때 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들이 들어가서 인증을 받는 것이 맞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조립PC 업계들은 현재 영세업체들이 사정상 조립PC ‘전파인증이 어려우므로 인증 받은 부품을 사용한다면 전파인증(KCC인증)을 면제할 것’과 ‘조립PC 업계는 전파인증(KCC인증)검증필한 제품만 사용할 것을 다짐’ 또 ‘부품제조 및 수입업체와 협력해 미인증 제품은 고발조치 할 것’을 방통위에 제안한 상태다.

관련업계 종사자들 어디로?
현재 추정적 집계로 용산 뿐 아니라 전국 1만여개에 달하는 조립PC 업체들이 있다. 전파인증에 관한 법률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설 곳을 잃게 되기 때문에 조립 PC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주된 이유이다.
양 과장은 “저희 회사 직원만해도 90명이나 됩니다. 전파인증이 실행된다면 조립PC와 관련된 인원들이 다 정리될 것입니다”며 “조립PC 업체들에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면 10만에서 20만 정도가 된다고 봅니다. 이 친구들 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 됩니다”라고 현실적 문제에 대해 토로했다.
또 그는 “조립PC 업계는 앞으로 ‘전국조립컴퓨터판매자연합회’를 통해 영세업자의 억울함을 알릴 것 입니다”고 밝히고 “이번 일과 관련해서 정부에서 중소기업 죽이기다. 용산이 개발되고 있으니 용산에서 (영세업체들을) 쫒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온갖 소문도 들린다”며 “네티즌들도 10명이면 10명 다 왜 하냐고 그럽니다. 저희의 주장이아니라 서민들의 주장과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통위,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인증대행업체, 조립PC관련 업체 측은 2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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