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피해사례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피해 근로자들은 유산, 불임, 생리불순은 물론 백혈병, 림프종, 재생 불량성 빈혈 등 혈액암, 뇌종양, 유방암, 피부암, 직장암, 간암, 육아종 등 다른 암과 희귀질환에 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2명(故 황유미, 故 이숙영)만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을 뿐 나머지 피해 근로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황유미, 이숙영씨 조차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산재여부에 대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요주간>은 지난 12일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를 만나 반도체 근로자들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보았다.
‘반올림’은 지난 2007년 11월 대책위를 발족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반도체 노동자들의 피해자들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라는 투쟁과 매년 3월 6일 故 황유미를 추모하고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故황유미는 2003년도 10월 삼성반도체에 입사해서 2005년 6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3월 6일 사망 했다. 故황유미씨와 2인 1조로 팀을 이뤄 일을 한 故 이숙영씨는 94년 입사해서 2006년 7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같은 해 사망했다. 이들을 치료한 병원에서는 “벤젠, 솔벤트류,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백혈병에 발병할 수 있고 그로인한 관련성을 이 분들 같은 경우 배제는 할 수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故황유미는 처음 반올림이 만들어진 이유다. 이종란 노무사는 “2007년 그때 당시 민주노총 경기 법률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어느 날 황유미 아버지가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만나고 이분한테 딸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화학물질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딸과 2인 1조로 같이 담당을 했던 이숙영이라는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백혈병에 걸려서 사망했다는 사연을 듣게 됐어요”라며 지난 일을 떠올렸다.
이어 “그 분이 이것이 산업재해가 아니고 무엇이 산업 재해이냐며 백혈병이 감기 같은 질병도 아닌데 2인1조로 일했던 사람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면 산재가 분명한데 삼성 측에 이것을 산재로 처리해달라고 요청을 하니 개인질병일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를 하고 있다고 해요. 故황유미 아버지가 몇 달 수소문 끝에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시민단체를 찾아 나섰던 것이 계기가 돼서 만나게 된 것 이예요”라며 “2007년 7, 8, 9월 (황유미씨의) 아버님을 만나는 동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또 있을 수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2010년 11월 20일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라고 반올림이 만들어 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다 업무와 관련해 사고를 당하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해서 진료비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 피해자들의 경우 산재로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노무사는 “국가기관에서 이것을 받게 해주는 것을 협조해야 됩니다. 회사에서 주는 것은 산재신청 무마하기 위한 위로금정도예요. 황유미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2007년 6월 1일 유족보상 청구를 했습니다. 이것도 산재의 한 종류죠. 이 분이 피해자로서는 처음으로 신청을 했고 이후에 반올림이 꾸려졌어요. 저희는 다산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건강한노동세상,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의 단체와 뜻이 맞아 반올림이 만들어진 것 이예요”라고 했다.
‘반올림’에서는 반도체 피해자들의 산재 인정에 대한 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현재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제보는 155건, 이들 중 6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또 산재 신청자 22명 중 근로복지공단 심의를 거친 18명이 모두 불승인이 났으며 나머지 4건은 역학조사 중이다. 또한 현재 행정소송 진행 중인 피해자가 10명이다.

“삼성전자 피해 노동자들은 산재 판정을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2008년 4월 산재보상을 청구했던 온양공장 백혈병 피해 노동자 (故) 박지연씨도 꼬박 1년을 기다린 후에야 결론을 통보 받았고 그나마 업무관련성에 대한 근거 불충분으로 불승인 판정을 받았어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박지연씨는 세상을 떠났어요.”
이 노무사가 ‘반올림’의 단체를 만든 이후 첫 사망한 사례이다. 당시 21살이었던 박지연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방사선기계를 다루다가 백혈병에 걸렸다. 그의 투병과정 3년을 지켜봤다는 이 노무사에 따르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23살의 어린나이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 노무사는 “산재 판정이 오랜 시간 걸리는 까닭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요”라며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투병 중 노동자들의 가정은 서서히 붕괴합니다. 산재보험의 취지는 일하다 병들거나 다친 노동자들의 치료와 생계를 위해 신속하게 보상하는 건데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토록 시간을 끄는 것은 과연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신속하게 보상 받을 수 있는 암 환자가 몇 이나 될까요. 아니 도대체 누가 산재 보상을 신청할 엄두조차 낼 수 있을 까요.”
삼성 측에서는 박지연 유족에게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만 포기하면 모든 것을 지원 하겠다”는 식의 회유를 했다는 게 이 노무사의 설명이다.
삼성이 산재신청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이 노무사는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닌가 생각해 요. ‘우리 회사는 결점이 없다’라는 거죠. ‘피해자들의 고통보다 본인들 이미지가 먼저다’라는 거예요”라며 삼성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또 “삼성이 회유할 때 어차피 산재보상을 받더라도 이 돈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 한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산업재해로 승인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것이 산업재해로 인정이 돼야지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 작업환경 개선 시급
“삼성반도체 생산직 여성 노동자들은 오전 오후 4시간을 일하는 동안 화장실을 못 갑니다. 공장을 출입하려면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에어 샤워’를 하고 ‘방진복’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화장실은 ‘공장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작업복을 갈아입고 에어샤워를 하는 행위를 2번해야 하지만 일이 바쁘기 때문 화장실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들은 4시간 동안 화장실을 참기 위해 물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 반도체를 포함한 몇 몇 반도체 공장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하다. 지난 2월 6일 고용노도부 발표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소에서 2009년에서 지난해까지 삼성반도체, 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을 정밀유해요인조사를 벌여보니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벤젠, 전리방사선, 포름알데히드 등이 공정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부산물로 발생한다는 것은 벤젠을 사용하지 않아도 벤젠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이 노무사는 “충격적 조사결과예요. 환기나 작업방식이 수동이라는 환경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고요. 산재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예요”라고 말했다.
지금껏 삼성에서는 외국에 있는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 ‘인바이런사’를 고용해 ‘백혈병이 업무와 무관하다’는 연구를 했다고 주장해 왔다. 산업재해가 아닌 개인질병으로 치부하고 이들에게 언론에 알리지 말라는 회유를 해왔다는 게 반올림 측의 주장이다.
지난 6일 반올림은 서울역에서 열린 황유미의 추모행사와 함께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유방암으로 산재신청을 준비해온 故 김도은씨의 산재신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같이 준비했었다. 하지만 3일 전 김도은씨가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안타까움을 더해 추모의 물결은 한 층 더했다고 한다.
김도은씨는 올해 36살 두 아이의 엄마다. 19세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5년간 방사선이 발생하는 임플란트 공정과 벤젠 등 유독물질이 발생하는 포토, 식각 공정에서 3교대로 일을 하고 퇴직 후 결혼해 살다 2009년 8년 유방암 3기의 진단을 받았다.
김도은씨 남편 강모씨는 <일요주간>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와이프를 치료한 담당 주치의가 와이프가 무슨 일을 했냐고 먼저 물어보더라고요. 단기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생긴 것 같다고요”라며 “처음엔 와이프가 삼성 반도체에서 일을 한 것을 말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일을 했다면 100% 원인 제공한 것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라며 그래서 그는 산재신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산재신청을 준비했다고 한다.
산재신청 준비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그는 “개인이 혼자 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피해자들과 같이 해보려고 했고요.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잘 나서지 않고... 피해자들을 찾는 것이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6일 산재신청을 3일 앞두고 그의 와이프 김도은씨가 사망했다. 현재 강씨는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를 통해 유족보상청구를 신청을 했다.
끝으로 대기업과 정부와의 투쟁에서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 이 노무사는 “저희가 사실 삼성을 전면 개혁을 필두로 싸우는 집단이 아니고 삼성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일부가 병에 걸렸고 삼성에서 사용한 물질이 노출되어 걸린 직업병이니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삼성이니까 무리한 요구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것은 큰 무리가 아닙니다. 강한 자와 약한 자의 싸움으로 알려지고 실제 그러하다 보니까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일반사람들이 있기에 반올림이 지탱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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