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합헙’ 논란 확산…“낙태위헌 주장한 재판관들 12주로 생명 판단 우려스럽다”

People / 노정금 / 2012-08-27 13: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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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노정금 기자]

재판관 4:4의 의견으로 찬반 엇갈린 팽팽한 대립
새생명지원센터 “초기생명의 시작은 ‘수정된 순간부터”

뜻하지 않게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자기선택권’을 가지고 태아를 낙태하는가. 아니면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 낙태를 하는 것은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이같은 ‘낙태’ 논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3일 첫 판결을 내놓았다.

낙태 금지 현행법 ‘합헙’

낙태를 금지한 현행법에 대한 첫 법률적 판단은 합헌(낙태반대)으로 결정 났다. 지난 2010년 1월 부산에서 조산원을 운영했던 송모씨는 낙태를 금지한 형법 270조(의사나 조산사(助産師) 등이 임신부의 동의를 얻어 낙태했을 때 이를 형사처벌 해야 한다)에 대해 “원치 않는 출산을 강요하는 현행법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송씨는 지난 2010년 1월 말 자신이 운영하는 자신이 운영하는 부산의 조산원에서 임신 6주된 태아(胎兒)를 낙태시켜 달라는 임신부 김모(28)씨의 부탁을 받고 낙태수술을 해줬다. 이 일로 불구속 기소된 송씨는 처벌의 근거가 된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고 작년 말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형법 제270조 제1항’의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리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269조 1항과 낙태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70조 1항이었다.

이에 대해 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에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불법낙태는 이미 성행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낙태를 찬성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천주교 중앙협의회 등 종교계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된다”며 “낙태를 허용하면 무분별한 낙태 풍조가 만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 관계자는 “2008년 ‘태아 성감별’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내린 뒤 낙태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논란이 됐었다”면서 “이번 낙태 문제도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큰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판관들이 신중히 검토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헌재 “가볍게 처벌하면 낙태 만연”

헌재는 결정문에서 “이에 대해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제를 가한다면, 지금보다도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낙태가 대부분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뤄지는데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약품 등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해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해 위하력(범죄 억제력)을 가지기 어려운 만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사건 심판대상은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지만 형법에서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낙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는 만큼 의사 등에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법 역시 상한이 징역 2년 이하로 되어 있어,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는 작량감경을 통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만큼 과한 형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합헌 결정은 재판관 4:4의 의견으로 찬반이 엇갈린 만큼, 향후 같은 사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낙태반대 VS 찬성 ‘팽팽’

헌법재판소의 ‘낙태합헌’에 대한 판결이 나오자 한국성폭력상담소 및 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임신출산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국민 모두가 지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그 불가침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가에 의한 낙태 통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에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신과 출산은 하나의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여성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며 동시에 매우 구체적인 사회적 상황들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삶을 무시한 채 출산이 강요될 수밖에 없다면 이 역시 생명으로서의 여성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따라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사익’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으로 해석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생명존중’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에 불과하며, 결국 여성이 지니는 사회적 역할과 가치, 존엄성을 무시한 채 여성을 재생산을 위한 도구이자 통제의 대상로만 여기는 인식수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낙태율이 낙태를 불법화하고 있는 나라에서 더 높으며, 안전하지 못한 낙태로 인한 여성 사망률 또한 매우 높기 때문 잘못된 것이라고 일관했다.

반면 낙태반대운동연합회는 이번판결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뱃속에 아이를 임부의 요구에 의해 낙태를 하는 것은 생명원칙에 반하는 행위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합헌으로 나온 것이 반갑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천주교 청주교구생명위원회장, 새생명 지원센터 이준연 센터장은 “과거나 앞으로도 입장변화는 없을 것이다. 저희가 생각하는 초기생명의 시작은 ‘수정된 순간부터이다’”라며 “당연히 이번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운동을 해왔으며 ‘낙태가 살인이다’라고 생각한다. 태아의 생명권을 함부로 짓밟을 수 없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관 4:4로 결정이 났는데요. 낙태위헌에 대한 주장한 재판관들이 12주로 생명을 판단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우려로 생각한다. 인간생명을 12주로 본다하면 ‘12주 전에 대한 모든 초기 배아나 태아에 대한 생명권을 함부로 하겠다’는 논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초기 생명에 대한 ‘생명경시’행동들에 대해 최근 많이 불거지고 있는 청소년자살, 폭력문제 등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모자보건법이 허용되고 있는 부분이 우리나라 저출산과 죽음의 문화를 초래했다고 천주교측은 생각하고 있다”고 이번 판결에 대해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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