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현대자동차 그룹 이 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외국인 학교 현행법 30%로 제한…내국인 입학생 제한 규정 규제 필요
[일요주간=노정금 기자] 재벌가 며느리를 비롯한 부유층과 사회지도층의 자녀들이 공문서 위조 등으로 국내 외국인학교에 불법으로 입학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예상된다.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국내 재벌과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위조한 서류를 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를 확인하고 이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소환 대상 학부모의 대부분은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재벌가, 투자업체 대표, 병원장, 변호사 같은 부유층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부모 50~60명을 1차 소환 대상자로 분류해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부모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브로커가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학부모가 함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문서 위조·행사 공모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건당 5000만 원에서 1억원 주고 여권위조
피의자들의 수법은 브로커들에게 건당 5,000만 원에서 1억 원을 주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수 년 동안 살았던 것처럼 현지 시민권을 위조해 만든 여권으로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킨 혐의다.
일부 학부모들은 검찰 진술에서 자녀가 진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3일 검찰조사를 받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이 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는 올 6, 7월 이민알선업체를 찾아가 온두라스 국적의 가짜 여권을 만든 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D외국인학교에 입학서류로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를 받고 있다. 이씨의 아들은 올해 8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소환 대상 학부모들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때 비슷한 수법을 쓴 점을 토대로 이들이 내부 모임을 가지며 브로커 정보와 부정 입학 수법 등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 이 학교를 포함한 외국인학교 세 곳과 강남지역 유학원 한 곳, 이민알선업체 두 곳을 압수수색 해 2010년 6월부터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1억 원을 받고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허위로 만들어준 혐의로 대표 등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또한 정ㆍ관계 자녀도 일부 부정입학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로 확대하고 있다.
주재원 자녀를 위한 학교사 부유층 자녀 교육기관 둔갑
이와 관련해 교육계에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자녀 교육 편의를 위해 만든 외국인 학교가 대기업이나 사회 지도층 자녀를 위한 학교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자녀들이 부정입학한 외국인학교는 서울 마포구의 D학교와 강남에 있는 2개 학교 등 3개 학교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 마포구의 D학교는 서울시가 세계 명문학교들을 직접 접촉해 유치한 최초 사례로 설립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 9월 개교한 이 학교는 미국 뉴욕에 본교를 두고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중국 베이징 등 3곳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조상호 서울시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비율 제한을 지키지 않고 있는 외국인 학교가 3곳이나 된다. 현원 대비로 따졌을 때 내국인 비율이 70%를 넘는 곳도 2곳이나 있다. 모두 영어권 외국인 학교다.
현행법상에 따르면 외국인 학교 내국인 정원은 30%까지 입학이 가능하며, 교육감이 시ㆍ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정원의 50%까지 입학이 가능하다.
외국인학교 입학조건은 해외에서 3∼5년간 교육을 받았거나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외국 국적자여야 한다. 내국인들이 외국인 학교를 선호하는 것은 외국인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등 해외 대학으로 입학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IB국제표준화과정을 따르는 외국인 학교에서 해외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것이 국내 고교에서 해외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2010년엔 국내의 한 외국인 학교의 내국인 학생 전원이 해외 대학에 진학한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학교의 등록금은 어느 정도 일까. D학교의 경우 학비가 2,500만원. 대부분의 영어권 외국인학교가 1,500만원에서 2,000만원 가량이다.
한편 이 사건에 연루된 학교 측은 일부 학생들이 국적을 속여 입학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입학생들의 국적과 해외 체류기간을 외국 공관을 통해 확인한 후 입학 서류가 가짜로 드러난 학생은 입학을 취소하고 퇴교 조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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