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윤창원 기자]“매일 밤 편하게 숙면을 취해본지가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매일을 소화불량과 두통, 어지러움, 미식거림, 피로를 느낀다. 정말 심할때는 구토증세까지 있어 병원을 가면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하니 정말 답답해 죽겠다.”
약 5개월 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인근의 한 아파트(6층)에 입주한 김훈(46)씨는 일주일 뒤 SK텔레콤이 옥상에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LTE)를 위한 대형 전파탑 공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공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건물 옥상에는 SK텔레콤 기지국 장비가 설치돼 있었지만 별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LTE 서비스 공사 이후 가끔씩 속이 메스껍고 심한 두통을 느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김씨.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런 증상들이 점점 심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 일부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자 김씨는 SK텔레콤 측에 철거 요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관리인과 임대계약이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며 철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7일 김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파탑을 설치한 뒤 매일같이 피로누적과 두통을 느끼고 살고 있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디하나 아픈데 없이 건강했었는데 갑자기 이런 증상을 생긴다는게 말이 돼느냐”면서 “(SK텔레콤은) 어디하나 부러지거나 눈에 띄는 타박상을 입어야 철거를 해준다는 식으로 나온다. 전자파로 느끼는 고통을 어떻게 증명할 길이 없어서 답답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기업 측에 강제로 철거시킬 법규도 없어
그는 “시청이나 경찰서 등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은 다 찾아갔으나 LTE서비스가 시행된지 얼마 되지않아 관련 규정이나 판례가 없어 방법이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면서 “방통위에서는 기업 측에 권고사항 정도는 할 수 있으나 강제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더라”고 전했다.
특히 “같은 건물 주민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 이들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철거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면서 “1층 노인회관 대표와 동대표, SK텔레콤 등 이렇게 셋이서 계약을 한 것 같은데 20여 가구가 넘는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진행한 것도 어이가 없지만, 빌딩 옥상에 설치하는 것도 아닌 집합건물에 이런 전파탑을 설치한 건 본적도 없고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래 있던 기지국 장비 계약기간이 올 6월에 끝나는 것이었는데 LTE 서비스 공사를 한다는 말도 없이 당사자들 끼리 재계약을 진행했다고 한다”면서 “첫 계약 당시에도 1~2명의 동의로 기지국을 설치했다고 하던데 재계약을 하려면 당연히 건물에 거주중인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재계약을 진행하고 이제 와서 이미 계약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겠지만 매일 고통을 느끼고 생활이 안돼고 있는데 대기업이라는 SK는 피하기에만 급급하다”면서 “공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파탑을 세워 돈벌이에 이용하는게 공익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힘없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됐는데 왜 이런 법규는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하다못해 핸드폰 통화도 장시간 사용할 경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움 증을 느낀다는데 이보다 더 많은 전자파를 발생하는 통신시설이 인체에 이로울 리가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수개월 동안 매일같이 SK텔레콤에 항의 전화를 했고 각종 언론사 및 방송통신위원회에까지 민원을 제기한 김씨는 결국 SK텔레콤으로부터 합의서를 받아 냈다. 하지만 합의서에는 2013년 6월 30일 장비를 철거하겠다는 약속뿐이었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 6월까지 계속 고통을 받으면서 지내라는 말이랑 다를바가 없다”면서 “당장 대책 마련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관련 법규가 없어서 배짱을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안는다”며 통신사 측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10여년 동안 통신설비 전자파로 인한 크고작은 민원으로 언론에 노출된 사건은 약 40여 건에 이른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03년 일어난 일명 ‘용대리 사건’과 2005년 발생한 ‘양평동 사건’이다.
‘용대리 사건’의 경우 기지국 반경 50m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집단으로 두통과 손발 저림, 마비증세 등을 나타내며 신체적 피해를 호소, 결국 기지국을 철거한 사건이고, ‘양평동 사건’은 기지국 설치 후 근처에 살던 주민이 임신 7개월 무렵 아기가 ‘댄디워커’라는 뇌기형으로 유산되어 결국 기지국을 철거하고 피해 당사자는 이사를 해야만 했다.

SK텔레콤 수도권네트웍본부 강북품질관리팀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보통 집합건물 등에 설비를 설치해야 할 경우 기본적으로 관리자 및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다”면서 “주민의 동의 없이는 절대 설치를 할 수 없다. 먼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현장관리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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