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한방칼럼] 마음의 감기-우울증①

칼럼 / 김주호 원장 / 2012-11-12 14: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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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울해. 혹시 우울증 아닐까?”

꼭 스트레스가 과도한 사람들이 아니라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우울하다’이다. 대학병원에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을 보며 상담한 경력이 있는 필자 역시도 경우에 따라 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니, 우울증에 대한 상식이 없는데다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많은 분들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울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로서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우울감은 경험하게 된다. 조금 어렵게 말해보자면, ‘우울’이라는 정서는 일상생활에서의 슬픈 감정상태와 심한 정신병적 상태를 양극으로 하는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설명되고 있는데, 이러한 우울이 비정상적으로 심하거나 지속될 때, 우울증이라는 기분 장애가 주축이 된 정신 장애가 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한 마디로
“아, 우울해. 혹시 우울증 아닐까?” 하고 가볍게 말하는 경우는 절대 우울증이 아니란 뜻이다. 우울증은 우울한 정서를 기본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우울증은 전형적인 증상으로 우울한 기분,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 피로감의 증대와 활동성 저하를 초래하는 기력감퇴를, 기타 증상으로 집중력과 주의력의 감소, 죄의식과 쓸모 없다는 생각, 미래에 대한 비관적 태도, 자해나 자살 행위 또는 생각, 수면장애, 식욕감퇴를 말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증상들을 한의학적으로 설명하였는데, 그 이름을 울증(鬱證), 전증(癲證), 탈영실정(脫營失精), 허로(虛勞), 불면(不眠), 기면(嗜眠), 불사식(不思食) 등으로 명명하였다. 특히 그 이름들 중 유명한 것은 화병 또는 울화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화병은 현재 우울증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다른 질환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 화병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언급하기로 하고, 현대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을 대체로 기울증(氣鬱證)의 범주에서 다루고 있다.

가벼운 우울증은 ①우울한 기분, ②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③피로감의 증대와 기력저하의 전형적인 증상 중 최소한 2개와 ①집중력과 주의력의 감소, ②자존심과 자신감의 감소, ③죄의식과 쓸모 없다는 느낌, ④미래에 대한 비관, ⑤자해나 자살생각 혹은 행위, ⑥수면장애, ⑦식욕감퇴의 7개의 기타 증상 중 최소한 2개가 더 있어야 하며, 일상적인 업무나 사회 생활을 계속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완전히 와해되지는 않는 경우이다. 중등도 우울증 은 최소한 2개의 전형적인 증상과 최소한 3개의 기타 증상들이 더 있어야 하며, 일상적인 업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많은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중증 우울증 에피소드는 신체적 증후군이 항상 있다는 전제하에, 3개의 전형적인 증상이 다 있어야 하고 최소한 4개의 기타 증상이 더 있어야 하며, 일상적인 업무나 사회 생활을 계속해 나가기가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우울증을 한의학에서의 분류를 살펴보면, 심울(心鬱), 간울(肝鬱), 비울(脾鬱), 폐울(肺鬱), 신울(腎鬱), 담울(膽鬱)로 나뉘는데, 심울에는 혼매, 건망 등이 따르며, 간울에는 옆구리 답답함, 트림증상이 따르며, 비울에는 복부 답답함과 소식(少食)이 따르며, 폐울에는 마른 기침이 따르며, 신울에는 소변불리와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없는 증상 등이 따르며, 담울에는 가슴 두근거림과 입마름 등이 따른다. 한의학적인 우울증의 분류는 다분히 신체적인 증상 위주로 되어 있다. 왜냐하면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정신이 뇌 하나가 아니라, 각 오장육부에 나누어 깃들어 있다고 보며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서양의학의 정신치료엔 주로 지지적 정신치료, 역동적 정신치료, 단기 정신치료(대인관계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행동치료) 등이 있고, 한의학에서 정신치료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발병 전에 병을 미리 예방하는 이도요법(以道療法), 마음을 수양하는 허심합도(虛心合道), 대화 등을 통해 환자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는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 오행의 상생상극 이론을 심리치료에 응용하는 오지상승요법(五志相勝療法), 약한 자극부터 시작하여 점차 강한 자극을 주어 이들 자극에 익숙해지게 하여 증상을 치료하는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 환자에 대한 암시를 통해 병을 치료하는 광치요법(誑治療法), 상대에 대한 보증, 설득 등으로 자신을 되찾도록 용기를 주는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 그리고 오늘날의 기공치료와 유사한 도인요법(導引療法)과 호흡법(呼吸法)이 있다.

현대의학에서 우울중에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과 달리, 한방에서의 약물치료를 보면 울, 즉 맺힌 것을 열어내고 막힌 기를 통하게 하는 치료, 뭉친 간기(肝氣)를 흩어내어 기가 제대로 잘 통하게 하는 치료, 심기(心氣)를 배양하여 정신을 안정시키는 치료, 그리고 기울의 증상으로 인해 생긴 각종 허증 증상들을 치료하기 위해 기를 보충하면서 마음을 편안히 하는 효능이 있는 여러 한약재를 배합하여 처방한다. 곧, 같은 우울증이라도 환자 개개인의 서로 다른 정신적인 억울감과 함께 신체적으로 수반되는 각종 증상들을 감안하면서, 타고난 체질별 속성 또한 고려해야 하므로 약물의 구성 변화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며, 같은 증상이라도 사람마도 약 처방의 내용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우울증은 현재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최고인 우리나라의 자살 원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이 개인의 책임만이 아닌 것처럼, 우울증 역시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혼재된 병리현상으로 봐야 한다. 즉 우울증 환자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역효과만 부른다. 섣불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마음만 한번 바꿔 먹으면 되는데 왜 그러냐’ 등등 환자를 생각해서 해 준다는 말들이 되려 상처를 주고 회복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우울 환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치료를 권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바로 청소년들의 심리적 문제, 특히 우울증이다. 청소년 비행, 약물남용, 폭력 등이 사회문제가 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정부나 사회단체 차원에서도 각별한 대책을 세우고 있음에도 문제는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사회와 학원 분위기는 청소년 우울증을 부추긴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진 세대의 문제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하는 청소년의 문제에 주목해 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실제로 불안과 우울 등 심리적 고통 때문에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친구와의 관계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제대로 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울증은 청소년 사망원인 제 3위를 차지하는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우울증은 대부분 혼자 혹은 주변 가족 친구들의 도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임을 명심하고, 반드시 상담기관이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중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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