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행위를 일부에서는 생계형 범죄라고 부르고 있으며, 어떠한 기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생계형 범죄라는 표현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생계형 범죄의 급증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일종의 사회적 바로미터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범죄학자들은 중요하면서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상점에서 빵을 훔치다 적발되어 훨씬 긴 기간동안 옥살이를 했던 프랑스의 장발장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을 빗대서 장발장형 범죄라고도 부르는데, 이와 같은 생계형 범죄 또는 먹고살기 위한 목적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제일 많은 것은 대형 마트에서 집에서 먹고 쓰기 위한 생필품을 훔치는 일일 것이다. CCTV나 보안요원의 감시 소홀을 틈타서 쌀이나 먹을거리를 훔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대형 마트에서는 적발시 형사고발을 삼가하고 피해 금액만 납부하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측 입장에서 본다면 어쨌거나 고객인데 형사고발로 확대되면 이미지상이나 복잡한 형사절차문제로 인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는 부분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유형에 해당해 보안실로 잡혀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전 같으면 전혀 말도 되지 않는 절도사건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에 대해서 강력한 법적 대응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마트 운영회사 측에서도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형마트 뿐만이 아니다. 생계비와 생활비를 벌 목적으로 자동차 사고를 일부러 사전에 짠 사람들과 내고 이에 대한 보험사의 보상금을 받아서 서로 나눠 사용하는 사례 역시 흔하게 발생하는 민생경제범죄 가운데 하나이다.
12월 중순에는 수십명의 속칭 ‘호스트’로 불리는 남성도우미들이 서로 짜고 비싼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동원하여 교차로 접촉사고를 발생시켜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사건이 적발되어 한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자동차는 대한민국 사람이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많은 수가 있으며, 역시 자동차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우리나라 자동차 보험사들이 모든 접촉사건이나 대인사고에 대해서 일일이 내용을 파악하고 감시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이들 범인들이 짜고서 보험금을 가로챈 사건이었는데, 이 역시도 최근 들어 빈발하면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나은 인간들이다’라는 실소(失笑)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블랙박스로 불리는 차량운전내용 동영상 기록장치는 제2의 네이게이션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차량사고 발생시에 운전자의 과실이나 잘못을 따지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이면에는 보험사기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본능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보험사기의 급증 역시도 경제적인 어려움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내용이다. 더욱이 자기가 죽은 것처럼 속이고 부인이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받도록 한 남편이나 상해보험에 가입한 후에 스스로 손가락을 외국에 나가서 자르는 등의 자해적 수법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후에 이에 대한 악의적 비판이나 클래임을 건 후 그에 대한 입막음 대가로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건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 음식점이나 소매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항시 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러 철수세미 조각을 숨겨 음식점에 들어간 후 음식물에 몰래 철수세미를 넣고 식사 도중에서 음식에서 나왔다고 시비를 걸어 10만원씩 위로금을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고, 전자제품을 일부러 고장낸 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 고장났다면서 AS기사를 협박하여 벼룩이 간을 내먹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이들에 대해서 서비스 제공자나 판매자는 무조건적으로 친절해야 한다는 숙제로 인해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손해배상을 하거나 범죄피해자가 된 줄 알면서도 시끄러운게 싫어서 돈을 주고 입막음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범죄 행위는 서민의 골을 빼먹는 정말 나쁘면서도 악랄한 범죄라고 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건에 대해서 경찰의 수사와 처벌이 있을 뿐이고, 상당수의 범죄자들은 법정에서 그 피해 액수가 적다는 점이 원인이 되어 집행유예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가해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가 가벼우면 우리 사회가 이러한 범죄행위를 조장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민생 범죄를 단속하고 민생범죄사범에 대해서 엄단하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 실행과 결행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앞으로 경제가 상당 기간 어렵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이런 유형의 범죄는 급증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민생범죄, 서민들의 피를 빨아 먹는 이와 같은 범죄행위를 별도로 정리하여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심적 요지이다.
가뜩이나 살기 어렵고 팍팍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기나 공갈, 협박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이 나라를 떠나고자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민을 가는 중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 안전해야만 힘든 가운데서도 의지를 가지고 이를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와 도전을 꺾는 사회적 기생식물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라는 큰 나무가 뿌리 채 고사(枯死)할 수 있음을 정부와 법집행기관들은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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