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송봉근 교수]우엉이라는 두해살이 풀이 있다. 이웃 일본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줄기나 뿌리를 졸이거나 데쳐서 양념을 한 다음 반찬으로 식탁에 올라오는 식물이다. 원래 유럽이나 중국이 원산지라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국화과에 속하는 이 풀은 커다란 심장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자리는 톱니바퀴 모양이다. 여름에 자주색의 꽃을 피우는데 가을이 되면 겉에 가시가 달린 둥근 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에는 검은색은 작은 씨앗이 들어 있다. 어릴 땐 가끔 가시가 달려 있는 열매를 따서 털옷을 입은 아이들에게 던지면 놀곤 했다. 쉽사리 옷에 붙고 떼어 내기가 쉽지 않아서 그저 그런대로 어린 아이 놀이로는 시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람들에게야 이 열매를 떼어 내기가 어렵지는 않을 터이지만 작은 몸집에 손발마저 여의치 않은 쥐에게는 한 번 몸에 달라붙으면 여간 성가신 일은 아닐 것이다. 가볍게 쥐구멍을 왔다 갔다 하기에도 여의치 않고 쉽게 잡히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쥐에게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못하고 쥐가 잘 달아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 열매를 서점자(鼠粘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생김새가 가시가 많고 사납게 생긴 탓으로 악실(惡實)이라는 이름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름 뒤에는 훌륭한 약효가 숨어 있다. 한의학에서는 앞서 말한 이름 외에도 우방자(牛旁子)라고 부른다. 효능이 매우 커서인지 대력자(大力子)라는 이름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우엉의 씨앗인 우방자가 독이 없고 성질은 평이하며 맛은 약간 맵다고 되어 있다. 약효로는 눈을 밝게 하고 각종 신경질환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갑작스런 독으로 인한 부종에 효과가 있고 목을 시원하게 하고 가슴을 편안하게 하며 폐를 부드럽게 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리고 두드러기나 부스럼을 치료하는 효능을 보인다.
원래 원산지 중의 하나가 중국이라서 그런지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는 우엉을 식용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활용하여 왔다.
오래된 약초에 대한 서적인 본초강목이라는 서적에서는 우엉을 싹을 잘라내고 씻어서 먹거나 뿌리를 데치거나 햇볕에 말려서 사용하는데 사람에 좋으며 특히 우리 몸속의 열 두 경맥을 통하게 하고 오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본초서적에서도 오래도록 섭취하게 되면 몸을 가볍게 하고 늙지 않게 만드는 식품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방자는 인체의 오장 중 폐에 들어가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을 하는 약이다. 따라서 폐가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 피부의 두드러기나 종기를 없애고 아울러 폐나 기관지의 염증을 없애어 가래나 기침을 없애는 약으로 자주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 흔히 감기 초기 증상으로 열이 나면서 기침이 심하고 가래가 끓고 목이 아픈 증상이나 여기에 홍역처럼 반점이나 두드러기가 나타나면서 가렵기도 하고 심지어 종기가 나는 증상에 필수적으로 처방되어 온 약재이다.
요즘 편도선염이나 목감기 및 인후염 등의 증상에 처방되는 한약 중 은교산이라는 약이 있다. 말 그대로 금은화와 연교가 주약인데 당연히 여기에도 우방자가 곁들어져 있다.
실험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우엉 추출물을 쥐에게 먹였더니 오랜 시간 동안 혈당이 떨어졌고 탄수화물이 당으로 쉽게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효능을 보였다.
또한 최근 우엉의 추출물을 신장염을 앓고 있는 쥐에게 주사한 결과 단백뇨의 배설이 줄어들고 노폐물의 배설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신장염 치료에도 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뇨작용도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장염의 대부분은 당뇨병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 우엉은 당뇨병도 예방하면서 신장염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약재로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엉은 껍질을 벗기면 검게 변하는 성질이 있다. 바로 산화성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탄닌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분은 세포의 돌연변이를 막는 효능이 있어 결국 노화를 방지하고 나아가서 항암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우방자를 물로 달여서 각종 세균과 함께 배양한 결과 각종 곰팡이 균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하였고 심지어 에이즈 균도 억제하는 효능을 보였다. 그렇다면 각종 염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우방자에는 식이섬유와 약간의 지방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장의 운동을 촉진하고 배변의 움직임을 돕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변비에도 효과가 좋다. 아울러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도 있고, 고혈압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어서 쥐에게 추출물을 주사하였더니 혈압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통증을 줄이는 효능도 있어서 관절염의 치료에도 우방자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효능 때문에 영국에서는 가장 오래도록 유행하고 있는 건강 음료 중의 하나가 바로 민들레와 우엉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일본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민족으로 알려진 배경에는 노화를 방지하고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는 우엉을 매일 상식하는 음식문화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식탁에도 우엉을 자주 올려야 될 모양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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