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허준 선생이 선조 임금의 명을 받아 1596년부터 1610년까지 14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한국 최고의 의서다.
이 책은 당시까지 동아시아에 존재하던 의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특히 이 책에 보이는 여러 가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후대에 많은 건강지식의 준거를 마련해 주었다.
아마도 동의보감에 나오는 건강 관련 내용들은 현재 한국의 한의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건강법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담고 있는 것이므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잘 계승한다면 평생 무병장수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부터 몇 회에 걸쳐 동의보감에 나타나는 건강법을 몇 가지로 정리하여 쉽게 소개하도록 할까 한다.
1. 봄·여름·가을·겨울에 맞게 생활하는 법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자연이 인체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도시에 사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동의보감’에서는 인간이 자연의 영향 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인체가 형상적으로 자연과 닮은 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람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이 둥근 것을, 사람 발이 각진 것은 땅이 각진 것을 본받는다. 하늘에 사계절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다.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사람에게 오장이 있으며, 하늘에 여섯 극점이 있으니 사람에게 육부가 있다.”
인간이 자연의 형상을 본받고 있다면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살아가는 거싱 순리가 되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춘하추동 사시의 변화다. 춘하추동 사시의 변화는 인체에 그대로 영향을 끼치므로 이에 맞추어 생활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시 변화에 따라 취해야 할 생활방식은 다음과 같다. 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며, 여름과 가을에는 밤이 깊어진 후에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한다. 겨울에는 머리를 차게 하고 봄과 가을에는 머리와 발을 다 차게 해야 한다.
그믐날에는 목욕을 하고 초하루에는 머리 감는 것이 좋으며, 배고플 때에는 목욕하지 말고 배부를 때에는 머리를 감지 말아야 한다. 봄과 여름에는 동쪽을 향해서, 가을과 겨울에는 서쪽을 향해서 누우며 머리를 북쪽에 두고 눕지 말아야 한다. 큰바람과 큰비, 짙은 안개와 심한 더위, 거센 추위와 모진 눈을 다 조심해야 한다. 갑자기 폭풍우나 우레, 번개가 치거나 몹시 어두워지면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향을 피우며 단정히 앉아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사계절 가운데 여름이 조섭하기가 어려운 계절이다. 이는 심장의 기운은 왕성하지만, 신장의 기운이 쇠약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장을 보하는 약물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차가운 음식물은 먹지 말고 더운 음식물을 먹어 뱃속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가을철에 학질이나 이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 몽정(夢精)과 유정(遺精)을 막는 도인 체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욕심에 휘둘려 일을 그르치는 이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도박, 주식, 경마 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바로잡으면 수양에 도움이 된다. 환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염려스러운 생각, 그리고 헛된 잡념과 불평과 자기 욕심을 다 없애버리고 지난날의 죄과를 뉘우치게 해야 한다. 그리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자신의 생활양식이 자연의 이치를 따르게 된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면 결국 정신이 통일되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성품이 화평해져… 병이 자연히 낫게 된다.”
마음이 병들면 병이 생긴다. 동의보감에서는 마음과 몸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식하여 질병을 치료함에 마음의 치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성행위를 하지 않아도 정액이 흘러나오는 유정, 꿈을 꾸면서 사정하는 몽정 등의 원인을 심(心)에 두고 이를 안정시키는 것을 위주로 치료하는 것이 그 예다. 유정, 몽정은 마음이 움직여 몸의 양적 작용의 주체인 상화(相火)를 격동시켜 생겨나는 병리적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의보감에서는 유정, 몽정 등 정액이 사출되는 질환에 감리환, 황련청심환과 같은 심의 열(熱)을 꺼주는 약물을 투여한다. 그러나 약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참고로 동의보감에는 유정을 막는 도인법을 싣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한 손으로 음경을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배꼽 좌우를 엇바꿔 가면서 오랫동안 문지르는 방법이다. 유정을 막을 뿐 아니라 하초의 원기도 북돋운다. 신수혈, 앞가슴과 옆구리, 용천혈을 문르는 것도 좋다. 단, 명치를 문지르면 안 된다.
둘째, 짧은 침대나 요 위에서 옆으로누워 자면서 다리를 구부린 채 펴지 않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유정하는 병이 자연스레 낫는다.
셋째, 한밤중 자시(밤 11시~ 새벽 1시)에 음경이 처음 발기할 때 똑바로 누워서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며 혀끝을 입천장에 닿게 한 후 허리를 쳐들고 왼손 중지로 미려혈을 누르고 오른손 엄지를 약손가락 밑에 두고 주먹을 쥔다. 그런 다음 양쪽 다리를 쭉 펴고 양쪽 발가락 10개는 다 세우게 한 다음 숨을 한 번 들이쉰다. 이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숨이 미려혈에서부터 척추로 해서 뒤통수를 지나 정수리까지 갔다가 천천히 내려와 단전에까지 오게 한다. 그 다음 허리와 다리, 손발을 조용히 늦추어 놓는다. 이렇게 하면 음경이 쪼그라든다. 이 방법은 유정을 낫게 할 뿐 아니라 오래 계속하면 다시 병이 생기지 않는다.
3. 음식은 담백하게 먹어라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고유 본능이니 이것을 만족시키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킨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욕과 색욕이 지나쳤을 때 생기는 문제를 두 개의 잠언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른바 음식잠(飮食箴), 색욕잠(色慾箴)이 그것이다.
음식잠은 음식을 절제하여 건강을 유지하라고 권유하는 글이다.
“사람의 몸이 귀한 것은 부모가 이 몸을 남겨주셨기 때문이다. 입으로 음식을 먹어 몸을 망치는 것도 모두 그러하다. 사람이 몸을 가지고 생활을 영위함에 배고프고 목마름이 생겨나면 이에 음식을 먹어서 생명을 영위한다. 그러나 우매한 사람들을 돌아보니 마음대로 음식을 먹어 다섯 가지 맛의 지나침으로 인한 질병이 벌떼처럼 일어난다.
병이 생겨나는 기미는 매우 미미하니, 음식을 먹고 싶은 유혹에 끌려 아무 생각 없이 먹어버리면 병이 생긴다. 그리하여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니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의사들도 여러 가지 계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야에 사는 빈천한 사람들은 담백한 음식물을 먹지만 그 움직임이 쇠퇴하지 않고 그 몸도 편안하니, 같은 기운을 타고난 몸으로 나만 유독 질병이 많은 것인가. 후회하는 마음이 한번 싹트면 온갖 미혹이 걷히게 된다. 음식을 절제하라는 것은 ‘주역’ 상전의 말이고, 작은 것을 기르면 큰 것을 잃는다는 것은 맹자가 나무라는 말이다. 입은 병을 일으킬 수 있고 당신의 덕을 파괴하기도 하니, 입을 병처럼 지키라.”
즉 음식을 절제하여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것이다. 산야에 사는 빈천한 사람들이란 도시인과 상대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하여 삶을 영위하는 시골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 절제는 정신적으로 절제된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 성인병 등 제반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영양가 넘치는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이 정신, 육체 모두의 건강에 유익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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