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현 "착하게 살아도 흥하는 세상 만들고 싶다"

Interview / 이광명 / 2013-04-05 23: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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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무게를 타인에게로 옮겨야 한다.
▲ 책 '착해도 망하지 않아' 강도현 작가
[일요주간= 이광명 기자] 요즘 주변에서 ‘살기 팍팍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이기적이고 독해져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처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 가운데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작가 한 명이 나타났다. 책 ‘골목사장 분투기’로 자본주의가 만연한 시장에서 왜 골목 카페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자신의 쫄딱 ‘망한’ 카페 운영 경험을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더니, 이제는 돌연 착해도 망하지 않는다며 더불어서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자고 한다.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소외의 대상이자 주체’가 된 지금의 우리들에게 한 가닥 위로의 빛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책 ‘착해도 망하지 않아’의 강도현 작가를 만나 과연 우리시대 공존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대체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책 ‘착해도 망하지 않아’의 전반적인 내용이 작가님이 운영하는 ‘카페 바인’에 대한 반성문 같은 느낌이더라. 착해도 흥하는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받은 자극은 어땠나.

▲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렇게 살아도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방식으로 (착하게) 살고 있는데도 먹고 산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카페가 잘 안 되는 이유가 인테리어 때문이란 생각이 컸다. 물론 인테리어가 큰 부분이긴 하지만 과연 인테리어를 고치는 게 유일한 답일까란 의문이 생겼다. ‘착해도 망하지 않아’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간이란, 화려한 겉모습 보다는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사용했고 그것들이 그 안에 축적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야기’ 자체에 더 의미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에서는 덧입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카페 바인’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시공간적 추억을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웃음)

- 아마도 작가님이 구상하고 있는 카페란 ‘스토리가 쌓이는 공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돼야 한다는 생각인가.

▲ 거창한 이야기가 발생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페에 놓인 아주 사소한 소품으로 부터도 스토리는 시작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소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되기도 한다. 카페에 있는 ‘강정커피’라는 메뉴도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나 그곳에 직접 다녀오신 분들이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이와 더불어 삼성물산을 비롯한 시공사들이 구럼비 바위를 폭파한 것에 항의하는 표시로 현재 카페 바인에서는 삼성카드를 받지 않고 있다. 불편을 느끼며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런 작은 소품이나 행동이 그걸 바라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다가갈 수 있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생각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공간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숨이란 것이 바로 그러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 이러한 스토리에 대해 책에서는 “나보다 타인을 먼저 시작으로 해서 철학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나 그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 스토리의 본질은 존재로서의 이유이자 근거로서의 이야기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는 감동을 주기 어렵다.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이 돼야 하냐는 것이 문제다. 나에게만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스토리가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만나는데 있어 나의 유익이 아닌 상대를 위한 목적이 될 때 스파크가 일어난다. ‘관심’의 무게 중심을 타인에게로 옮겨야 한다는 말이다.

- 공간을 정의하는 것은 이름도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바인’이라는 이름과 카페와는 어떤 연계점을 찾을 수 있나.

▲ 바인이란 포도나무란 뜻이다. 포도송이를 보면 포도알들이 모여 하나의 열매를 이루고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같은 지향점을 향해 모였다는 의미였다. 또한 이 바인이란 이름 자체를 소셜카페로서 고유명사화 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 ‘사회문제에 동참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는 곳’을 지칭하는 말이 되길 바라는 거다. 물론 거창하게 설명은 했지만 단순히 제가 와인을 좋아해서 이곳에서 와인을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이미 와인 냉장고도 있다. 나중엔 꼭 할 생각이다. (웃음)

- 카페바인의 존재 목적은 참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카페가 운영되지는 않을 텐데. 그런 좋은 의도를 카페라는 공간에 집어넣는 전략적 매개체가 필요할 것 같다.

▲ 그것이 바로 기획능력이다. 단순히 좋은 의도만이 아니고 그 좋은 의도를 고객들이 상품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카페 바인의 경우 와락커피, 강정커피 등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고, 데코팜므라는 이주민 여성들을 도와주는 NGO단체와 함께 선물세트 등도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저희 브랜드 이름으로 된 커피를 많이 사주시기는 하지만 ‘강정’이나 ‘와락’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커피들은 판매 수익금 중 5000원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강정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오면 커피를 1+1해주기도 했다. 대선 때는 투표를 독려하는 스티커를 500원에 팔아 그걸 사간 고객들에게 20~30%할인한 가격으로 커피를 팔기도 했고, 반값등록금, FTA반대 시위 등에 참가하면 커피를 반값에 주는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물론 단발적인 기획들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고객들과 함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들을 찾아가고 있다.

- 기억에 남거나 가장 성공적이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에서 평화운동을 하고 계신 ‘개척자들’이라는 단체의 송강호 박사님을 카페로 초청해 강정의 평화를 위한 강연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강정에 대한 이슈가 많이 알려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청년들이 대략 15명 정도 있었는데, 그 때 송박사님께서 평화를 직접 경험하려면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제주도에 내려와 강정마을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겠냐고 권하셨다. 그때 제가 즉흥적으로 세 명까지는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책임지겠다고 제안했다. 추후에 준우씨란 분이 선뜻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한 달만 다녀오기로 하고는 열 달 동안이나 돌아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위험하고 그러니까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하고, 책임감이 느껴져 그만하라고 말리기까지 했다. 강정마을까지 배가 못 들어가니까 카누를 타고 수영을 해서 갔다고 하더라. 맨 앞에서 시위를 하고 그러다가 구치소에도 세 번이나 갔다 왔다. 운동가를 도와드리며 많이 느끼고 오라고 보내드린 건데 본인이 운동가가 돼버렸다. 아무튼 그 일이 계기가 돼서 강정마을에 관한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 중에 있다.

- 카페 바인의 스토리를 듣다보니 공동체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 평범한 개인이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든 시대가 됐다. 이것은 공동체가 주는 여러 가지 유익 중 아주 일부이고 무시할 만한 특색일지 모르지만 개인보다 공동체로 살아갈 때 비용이 훨씬 줄어든다. 육아문제 등도 공동체라는 틀과 범위 안에 있을 때 훨씬 안전하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경제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공동체만이 갖고 있는 굉장히 큰 장점들, 삶이 따뜻해지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진실한 관계가 맺어지는 것들도 다시 부각되는 것 같다. 공동체의 속성이라는 것이 이기주의적이어서는 절대 이뤄질 수가 없다. 필연적으로 민주적이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상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타적이어야 할 강요를 받는다. 공동체와 개인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다. 마을이 있기 때문에 개인이 살 수 있고 개인이 있어야 마을이 살 수 있다.

- 책에서는 이런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거론돼 있던데.

▲ 사회적 기업은 유럽 쪽에서 많이 시작을 했는데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기업이 주체가 되어 해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 초창기에 가장 각광을 받았던 기업으로는 ‘딜라이트’라는 보청기회사가 있다.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대학생 청년들이 창업한 소셜벤처기업이다. 보청기는 원래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딜리이트에서 20만원대에 보청기를 내놨다. 이를 통해 많은 청력 상실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청력이 약해진다는 것이 한 사람의 문제라면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식회사의 CEO를 평가할 때는 얼마나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했느냐, 얼마나 주주의 부를 증가시켰느냐가 기준이 되지만, 사회적 기업의 CEO를 평가하는 잣대는 그 사람의 경영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문제가 해결됐느냐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에 출자하는 사람들은 출자 목적자체도 다를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재단 등이 주주가 많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처럼 자생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드물고 국가가 출자를 많이 해줬다. 특정한 요건을 충족시켜 노동부의 인증을 받으면 국가가 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보나.

▲ 주로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데 그것이 좀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4명밖에 채용할 수 없는 기획능력을 가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입채용에 한해 인건비만 지원을 해주니까 지원을 받기 위해 8명까지 고용을 늘린다. 국가에서는 그걸 통해 실업률을 해결하려는 것인데 사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생각이다. 사업가 입장에서는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고용을 하게 되고 일단 지원을 받는 2년간은 이 인원을 끌고 가지만 지원이 끊기면 월급을 못주는 일이 생기고 결국 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 협동조합은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이란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이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우유가 대표적인 협동조합이다. 농협, 수협 신협 등도 그렇고. 앞서 얘기했듯 주식회사는 주주가 자본금을 제공하면 그 자본금을 토대로 회사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개념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출자를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조합원이 노동까지 제공을 한다는 점이다. 이 원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조합원 당 투자비도 일정하게 정해져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편익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조합원의 편익이라는 것이 해석하기에 따라 굉장히 다양해질 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조합원들이 공통적으로 번 돈을 고아원에 기증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조합을 운영하는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은 명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주식회사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명분이 필요 없지 않나. 당신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벌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주의 마인드다. 그러나 협동조합원은 어떤 식으로 경영이 되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해 진다. 따라서 윤리적 경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에 시달리는 구조다.

- 해외의 모범적인 협동조합의 사례가 있다면.

▲ 스페인의 몬드라곤 그룹으로 1940년대부터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가 다섯사람 정도를 모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스페인 고용순위 3위의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2010년 자료에 의하면 전체 자산이 약 54조원 가량이고, 약 8만 4천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적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1인 1표로 조합장 등 이사진을 선출한다. 또한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은 누구나 경영진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은 이렇게 이뤄진다. 또한 유명한 축구선수 메시가 있는 스페인 구단, FC 바르셀로나도 지역 주민들이 출자를 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지난해까지 유니폼에 유니세프 로고를 달기도 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기업로고를 달고 엄청난 돈을 받는데, 오히려 유니세프 로고를 달고 그 돈을 유니세프에 기증했다. 협동조합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운영이 되는 것 같다.

- 카페 바인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될 가능성이 있나.

▲ 2012년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카페바인도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 구좌에 50만원씩 출자하는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나중에 수익이 나서 정산을 하게 되면 1/3은 이용배당으로 조합을 위해 직접 노동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주고, 1/3은 투자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주고, 1/3은 유보시켜서 다음 기획들을 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 물론 위험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러닝코스트를 지불하기도 했고, 한국사회에서 자본 없이 시작하는 그런 소규모, 특히 자영업이라는 환경 안에서 협동조합이 가능할 것인가, 그 자체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계도 해결하면서 비즈니스 자체가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면 금상첨화지 않나.

- 끝으로 카페 바인의 향후 포부를 듣고 싶다.

▲ 카페 바인이 도전하는 청년들이 와서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 공간의 좋은 점은 뭐든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공간이 없어 못하는 것들이 많지 않나. 청년들이 와서 호떡장사를 해볼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하다가 더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그런 아주 오픈된 공간이 되길 바란다. 취업난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정말 힘들다. 그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고, 이로부터 이야기들이 발생하는 곳이 되고 싶다. 현재 신진작가들의 경우에는 커피를 반값에 줄 테니 카페에 와서 죽치고 앉아 글을 쓰라고도 한다. 코피스족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다른 곳에서는 싫어한다는데 바인은 그런 분들을 환영한다. 뉴욕에 가면 오 헨리가 구석에 앉아 마지막 잎새를 쓴 카페가 있다. 카페 바인도 그런 곳이 되고 싶은 거다. 누군가 저희 카페에서 글을 쓰고 대박이 나는 그런 꿈, 혹은 환상이 있는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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