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이 원 기자] STX그룹 강덕수 회장(63)이 최대주주로 있는 STX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6일 시공 능력 순위 37의 STX건설은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와 회사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냈다. 부동산 장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사업장의 부실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결국 그룹 내 건설사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앞서 STX팬오션의 매각 분리 작업이 한창인 STX그룹은 이번 STX건설의 법정관리신청이 법원에서의 수용 여부에 이목이 집중이 되는 태세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온 ‘STX 강덕수’의 몰락이 그 단계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 회장은 그룹 회생을 위해 채권단 측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 일체를 담보로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첫 대기업 구조조정 사례로 주목받은 STX그룹의 향후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STX조선해양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대주주의 주식처분 위임권을 확보했다. 이는 지분 매각 및 감 자 등의 진행 시 채권단이 대주주의 지분을 대신 처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위임장이다. 채권단은 아직까지 강 회장의 개인 지분에 대해서는 처분 위임권을 받지 않은 상태지만 STX계열사로 공동 관리가 확대되면 개인 지분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 채권단 측은 강 회장이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STX그룹에 대한 경영관리를 맡겨 회사 살리기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의 위기는 STX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가 그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4월 초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던 STX조선해양은 25일 총 8개 은행으로부터 6,000억 원의 자금수혈을 받아 해당 지원금을 통해 내달 4일 눈앞에 떨어진 1,000억 원의 회사채를 막아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부산시 역시 협력업체 지원에 나섰다. 같은 날 STX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로 납품대금 회수의 어려움을 겪어온 협력업체들에게 ‘긴급 경영안전자금’으로 2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이란 기업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비해 강제성이 낮은 채권단과 기업 간 약속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 측 관계자는 “자율협상 신청이 사실상 받아들여졌다”면서 “숨통이 트인 만큼 자구책에 대한 빠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덕수 회장은 누구
지난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한 강 회장은 2001년 재무책임자(CFO)로 있던 쌍용중공업의 인수에 나섰다. 당시 IMF 금융위기의 잔재가 남아있던 업계에서 외국 자본에 흡수됐던 쌍용중공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강 회장은 이를 인수해 자신의 이름을 건 STX그룹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STX팬오션(당시 범양상선)과 STX조선해양(당시 대동조선)을 경영권 인수를 통해 그룹 내 최대 기업으로 이끌어냈고 불과 10여 년 만에 재계 17위까지 올라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자랑했다. 특히 자신의 사재를 털어 STX그룹을 이뤄낸 것은 ‘평사원의 신화’라고 불리며 초고속 성장세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 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세계 조선해양업계가 최고조에 성장그래프를 그리면서 호황기를 이루는 동안 STX 역시 조선해양업을 중심으로 사업의 수직 계열화 구조를 구축해 눈에 띄는 성장을 나타냈다. 특히 그룹이 설립된 첫 해에 5,000억 원에 머물렀던회사 매출액은 2012년 무려 18조8,300억 원을 이루는 기적과 같은 수치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STX그룹은 2008년 미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STX그룹은 추락의 일보에 서고 말았다. 호황을 맞았던 세계 조선해양업계가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수주량 역시 급감했다. 결국 그룹 내 주력 매출을 담당하던 STX 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이 동시에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그룹 매출은 19조에 가까웠지만 그룹을 이끌던 형제인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은 각각 4500억63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1조가 넘는 순손실의 주인공을 맞는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STX그룹은 지난해 말 STX팬오션의 매각을 결정했다. 또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본 오릭스 측에 STX에너지의 지분 40%를 넘겼고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측에 STX OSV 지분을 매각하며 총 1조300억 원 조달에 성공했다.
그러나 STX팬오션은 물건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찾는 사람이 없어 아직까지 분리작업이 한창이다. 주채권은행 역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를 매각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떠안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 탓
업계는 STX그룹의 몰락을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STX그룹은 유럽 최대 크루즈 회사인 노르웨이 ‘아커야즈’를 인수했으며 중국 STX대련조선을 건설하는 등 확장일로를 펼쳐왔다. 그러나 시기가 아쉬운 만큼 유동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STX건설 역시 괌 미군기지 이전 근로자 주택 사업을 수주하며 PF보증금을 1000억 원을 쌓아뒀지만 아직 수주하지 못했고 보증금 부담만 떠안고 있다. 여기에 파주축현지구 산업지원밸리 공사 및 용인 마북 아파트 건설 사업도 PF보증금만 쌓은 채 착공조차 못했다.
결국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이 체결되면서 그룹 지주사 역시 자율협약을 신청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상태다. 만기를 눈앞에 둔 회사채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STX그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 때 강 회장의 지분을 처분하되 경영권은 살리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자신이 설립한 그룹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강 회장 역시 그룹 회생을 위해 지분을 모두 채권단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STX의 몰락으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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