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지난달 29일 첫 소환한 지 한 달여가 흐른 전날 오전 피고발인 신분으로 원 전 원장을 소환해 밤 늦게까지 조사하고 귀가 조치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 직전 국정원 옛 심리정보국 직원들에게 인터넷상에서 정부•여당을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 작업'을 지시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주요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정부비판 세력을 견제하라는 취지로 작성된 25건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하달하고 정치•선거 개입 관련 활동을 지시한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일베저장소' 등 인터넷 사이트 1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 직원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ID 및 관련 게시글을 분석해 원 전 원장이 '댓글 작업'을 지시 또는 보고받았는지 추궁했다.
한미 FTA,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홍보하는 내용 등이 담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과 관련해선 문건을 작성한 배경과 보고체계,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자세히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차단',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에 대해서도 문건의 진위와 출처, 내용의 신빙성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은 두 차례 검찰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혐의사실을 부인하는등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직접적인 지시나 하달이 없었더라도 직제상 심리정보국장이나 3차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국정원 전•현직 간부와 직원들을 여러 차례 조사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이종명 전 3차장과 민 모 전 심리정보국장은 각각 두차례씩 소환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정치•선거 개입이 있었는지,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했다.
검찰은 원 전 국장과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내용, 국정원 압수물 분석과 다른 증거자료 등을 분석한 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6월19일)를 감안해 늦어도 다음달 중순 이전에 최종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미 수사팀은 15개 사이트를 한 달 이상 집중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선 기간 국정원 측이 정치나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게시글과 댓글 등을 반복적으로 게재한 사실을 상당수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참고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국정원 측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치•선거관련 댓글과 게시글을 중심으로 글의 내용과 게재시점•횟수 등을 검토하며 친북 세력 심리전 대응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비방을 목적으로 한 선거 개입인지 여부를 가려낼 예정이다.
원 전 원장 등은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및 제11조(직권 남용의 금지),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등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사법처리 방침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과 ID를 경찰 쪽보다 많이 확보했고, 그 글을 종류별로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며 "분석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국정원 직원의 ID인지 확인작업이 좀 더 필요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관계와 법리 증거판단, 의율 문제가 만만치 않다"며 "아직까지 처벌 여부와 수위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와 이모(39)씨, 일반인 이모(42)씨에 대해서만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이를 선거운동이나 선거개입으로 볼 수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 실무를 맡았던 권은희 수사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 과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서울청에 의뢰한 키워드 78개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4개로 축소되는 등 경찰 수뇌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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