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Newsis | ||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 이하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소비자 신차품질조사에서 최상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연비과장’으로 촉발된 리콜사태·노사 교섭 결렬 등으로 추락한 신뢰도와 이미지 회복에 나서겠다는 태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집중적인 품질개선이 만든 결과”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너진 신뢰도 회복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13일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에서 현대차 노사는 “품질 경쟁력 저하의 심각성에 공감했다”면서 “완벽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과거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의 향상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선두업체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번 품질조사에서 상승세를 탄 현대차는 여전히 불안감이 상존한 상태다. 여기에 수입차의 공세도 매섭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생산적 측면의 경쟁력은 물론 비생산적 측면의 경쟁력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대완성차업계 현대차그룹에 대규모 리콜사태가 제기된 지난 4월, 현대차그룹 정진행 사장은 “미국 시장의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187만대, 국내시장에서 16만 여대를 리콜 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이전 ‘2010년 도요타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명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발 빠른 사태 수습으로 ‘연비 과장’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른 적절한 대처였다는 것.
그러나 리콜사태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내세우던 ‘품질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가 불어온 미국 자동차 시장에 도요타의 리콜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당시 도요타는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콜 결정을 내리지 않아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미국 내 가파른 상승세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시장지배력을 가져온 현대차그룹이 자만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당시 현대차그룹은 자발적 리콜이라지만 연비과장으로 촉발된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었다”면서 “이는 미국 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작용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브레이크등의 문제는 3년 전에도 지적된 바 있음에도 또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현대차그룹 내 부품관리는 물론 관리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내 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같은 사고 다른 위기 대처
이렇듯 위기관리 노하우를 제대로 발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관리시스템’의문제점이 지적된 현대차그룹의 성장세엔 여전히 위기감이 팽배하다.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도요타를 예로 들어보자. 도요타는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리콜과 후쿠시마 원전사태 여기에 엔고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잇단 위기에 휘말렸다. 이는 현재 환율 리스크와 내수 부진 등으로 흔들리는 현대차그룹과 비슷한 모양새다. 보통 수익성이 떨어지면 내부 구조 상 인력 감축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리한 구조조정은 품질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요타는 “기본에 가장 충실한 최고의 품질로 만들라”는 모토를 내놓고 플랫폼 통합과 부품의 공용화를 통해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물론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다. 또한 생산시설의 지역별 다변화는 물론 재고관리를 강화하는 등 관리체계를 더욱 건실하게 다져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도요타는 자국 경쟁 기업보다 현지화 전략에 강해 미국화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현대차그룹도 현지화 사업 전략의 변화를 두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노사 간 날선 공방전
현대차그룹은 이와 대조된 모양새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서 “품질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자”는 데 합의했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17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사가 발표한 신차 초기 품질조사에서 현대차가 11위에서 18위로 추락했고 내구품질조사서도 22위로(2012년 9위) 대폭 하락했다.
그러나 사 측의 품질경쟁력 향상을 통한 품질확인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하자는 의견에 노조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은 “회사 경쟁력이 선행 되어야만 회사가 존재하고 이에 맞춰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노조 측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투입으로 다량의 불량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품질확인시스템 도입은 단지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현장을 장악하려는 악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비정규직 직원은 약 2,000명으로 이들은 1개월에서 3개월까지 근무하는 초단기 계약직이다. 이 역시 정확한 규모는 밝혀진 바 없다. 사측은 파견법상 2년 이상 파견 노동이 이뤄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하는 법망을 피해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해 해고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또한 품질관리를 맡아온 일반직 노동자들의 보직을 ‘비정규직지회 구사대’로 보직을 변경해 일반직 업무는 물론 간부사원들에게는 24시간 방호보초를 서라고 강요하고 있는 실정.
결국 이들은 스트레스와 과중된 업무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전문가들을 내놓지 않은 탓에 품질관리는 허술할 수 밖 에 없었다.
여기에 20일 현대차그룹이 J.D파워사의 2013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 106점을 획득해 일반브랜드 부문 21개 중 공동 5위에 오른 것이 또 다시 노사 간 논쟁을 불러왔다.
특히 현대차는 제네시스가 중형 고급차부문, 기아차의 쏘울이 소형 다목적차량(MPV)부문, 스포티지R은 소형 레저용차량(RV)부문에서 각각 1위에 올라 세그먼트 위너상을 수상했다.
불과 3일 전 신차초기 품질 조사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브랜드란 오명을 안았던 현대차그룹에 이를 뒤집는 결과는 “2013년 J.D파워사의 신차초기 품질조사 결과가 있으나 2012년 것을 거론한 것은 은폐다”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 측 관계자는 “품질 문제의 심각성으로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고, 그로 인해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사측의 명분과 변명은 은폐 조작된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라 공격했다.
노사 간 품질경영을 위한 노력을 하자더니 경쟁력이 낮다고 주장하는 사측과 고용형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노조 측 주장이 뜨거운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신뢰도 하락·수입차 공세
갈 길 먼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해보자. 앞서 설명한 ‘품질경영’ 역시 중요한 사항이다. 생산성과 성능, 원가 절감 등은 물론 비생산적인 측면의 경쟁력이 품질경영의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브랜드 가치나 디자인 경쟁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과거보다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으나 여전히 선두업체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특히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신뢰’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미국에서 불거진 ‘연비 과장’ 사태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이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안일한 대비가 결국 연비 문제로 터진 것. 이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 신뢰보다 마케팅 측면에서 좋게만 보이려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되고 말았다.
일부 언론 보도만 봐선 현대차그룹이 잘 조정해 마무리돼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독점 구조여서 가격을 인상해도, 옵션으로 가격을 부풀려도 소비자는 현대차를 선택해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차가 국산보다 싼 모델도 많아졌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현대차그룹의 메리트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수입차의 역습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차 점유율이 1/4분기 13%까지 올랐다는 통계치가 발표됐다. 국산차업계가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10%가 무너지자 국내 완성차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차그룹 내에선 대형세단인 제네시스의 독주를 멈춘 독일 BMW사의 베스트셀링카인 520D를 비롯한 ‘5시리즈’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긴급 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가격에 국산차를 사기보다 외제차를 선택하는 고객 층이 두터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중앙대 경영학과 이남석 교수는 “시장경제 측면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지는 것은 수입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면서도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계에는 균형적인 성장이 무너져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만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를 찾는 것이 차기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 확대전략은 최근의 노사분규나 원화 강세를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임에는 틀림없으나 너무 단기간에, 그것도 자체 성장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마치 ‘도 아니면 모’라는 거대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환율하락과 수입차 공세 등 현대차그룹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에 의해 그 계획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고정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현대차그룹에 많은 것들을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재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외부환경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지금처럼 내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계 자동차업계 내에 우군 하나 없이 가속화 페달만 밟는다면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