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요즘처럼 페인트와 같은 도료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가구나 목재에 도장칠을 하였을까.
일반적으로는 옻나무(Rhus vernififlua)에서 나오는 수액이 공기와 만나면 갈색으로 굳게 되는데 이를 칠하는 방법이 하나다.
옻나무의 수액은 공기중의 산소와 만나면 더욱 튼튼하게 굳게 되면서 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 이른바 가구나 장롱 등을 칠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황칠(黃漆)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전통적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황칠나무(dendropanax morbiferus)의 수액을 목재의 표면에 바르는 방법이다.
황칠나무는 아열대성 식물로 우리나라 제주도와 전라남도 등의 남부 해변에 자생한다. 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노란색의 액이 나오는데 이를 도료로 사용한다.
황칠을 칠하게 되면 말 그대로 황금빛의 색을 띠어 색이 아름답고 또한 내구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특산으로 여겨져 왔으며, 해상왕 장보고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 되기도 했고, 고려시대 때는 임금의 용상을 만드는데도 제주도산 녹나무에 금칠이라고 불리던 황칠을 칠하여 금빛으로 화려하게 위엄을 내기도 하였다.
또한 당태종이 백제에 사신을 파견하여 금칠을 채취해서 갑옷에 칠했다는 기록도 있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는 백제의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 때 백제 장수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황칠을 칠한 가죽 갑옷이 발견되어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히 1,500년이 지난 세월에도 썩지 않고 갑옷에 새겨진 글씨가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난 점에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 천년 동안이나 목재를 썩지 않게 할 정도의 보존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황칠은 뛰어난 의학적 효능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옛 문헌에 보면 황칠의 수액 성분은 도료로 사용하고 딱딱하게 굳은 성분인 수지는 안식향(安息香)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 안식향은 때죽나무과에 속한 낙엽 교목의 수지를 말한다.
안식향에 대하여 동의보감에서는 붉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을 말하며 말 그대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향이 나는 약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와 혈의 순환을 촉진시켜 정신이 혼미하거나 어지러운 증상을 치료하고 심장이나 복부의 심한 통증을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약으로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음식물의 보존제로 사용되는 안식향산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금빛으로 나는 매우 귀중하고 특이한 도료의 원료가 되는 황칠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자원이 되어 왔을 것이다.
문헌을 보면 국가에서 조공으로 황칠을 너무 많이 요구하였기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이 너무 자자하였고, 급기야 사람들은 황칠 나무를 도끼로 베어내기도 하였다고 정약용의 문집인 여유당전서에 기록될 정도이다.
그래서 한동안 황칠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최근 여러 가지로 효용 가치가 많은 나무라는 인식에 따라 다시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황칠의 효능에 대하여 최근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까지 밝혀진 효능을 보면 우선 황칠은 혈액을 맑게 하는 효능을 들 수 있다.
황칠을 투여한 동물의 혈액을 조사하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과 같은 혈액을 탁하고 끈끈하게 만드는 물질들의 수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이런 효능은 혈압을 낮추며 동맥경화증의 예방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 등도 미리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황칠은 간기능을 개선시킨다. 다량의 알코올을 투여하여 간기능을 나쁘게 만든 실험 동물에 황칠 추출물을 투여하면 간기능이 정상으로 되돌아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황칠은 술에 의한 간손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간이나 간염 그리고 간경화 등의 질환의 치료나 악화 방지에도 사용할 수 있다.
황칠은 항산화작용을 가지고 있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고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억제하게 되면 세포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말라리아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및 비브리오 세균 등을 비롯한 각종 세균들에 대하여 항균 작용을 가지고 있다.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각종 세포의 기능도 높여주기 때문에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효능은 항암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 실험 결과 황칠 추출물은 간암이나 폐암 및 위암 그리고 유방암과 백혈병 세포가 증식되는 현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황칠은 뼈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황칠 추출물은 실험에서 뼈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나타났고, 뼈 표면에 칼슘이 붙도록 하여 뼈가 더욱 단단해지는 효능을 나타냈다.
따라서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안식향을 함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황칠은 실제로도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어 신경안정 효능이 있고 나아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의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황칠은 레이저를 반사시키는 효과도 있어서 스텔스기와 같은 최첨단 비행기의 도장 도료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결과도 발표하였다.
민속공예품의 훌륭한 도료로 뿐만 아니라 최첨단 도료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니 이를 먼저 알고 활용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