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퇴②] 전영수 “행복한 노후, 가족관계 회복에 있다”

People / 강지혜 / 2013-07-24 10: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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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퇴위기의 중년보고서’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일요주간=강지혜 기자] 은퇴예비군 4050세대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은 두려움이다.

모아둔 재산이라고는 팔리지 않는 집 한 채 뿐이고 퇴직한 후에 자식들이 내팽개치진 않을까 소원한 관계인 배우자에게 이혼당하진 않을까하는 온갖 걱정에 휩싸여 있다.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라는 현실 속에 중년은 부모봉양과 자식부양에 허리가 휘고 있어 은퇴 이후의 취미생활이나 여유롭고 평온한 삶은 생각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일요주간>은 지난호에 이어 ‘은퇴위기의 중년보고서’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를 만나 행복한 은퇴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행복한 노후의 조건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5가지다. 본인, 가족, 친구, 일, 건강이다. 최근엔 재무와 비재무조건으로 자산·근로소득, 건강·가족·취미로 본다. 행복한 노후의 공통분모를 꼽자면 돈(일)과 사람(가족), 건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한국처럼 사회안전망이 빈약하고 노후에 본인책임이 중요한 환경에선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나이 들어 아프게 될 때를 생각하더라도 돈은 중요한 요소다. 75세 이상 고령자로 넘어갈수록 의료·간병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치매라도 걸리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도 낭떠러지다.

-은퇴세대가 겪는 가족 갈등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세대들은 가진 자산도 별볼일 없고 일거리 조차 없어 ‘은퇴=빈곤’의 함정에 빠지기 일쑤다. 돈도 부동산에 물렸거나 자녀양육으로 거덜난 상태다. 이는 가족 갈등으로 이어진다. 은퇴한 남편은 가족 붕괴를 가속화시킨다. 회사생활만 했던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다고 생각해봐라. 출근도 없고 명함도 없다. 뒤늦게 가족애를 외치지만 이미 늦었다. 집안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서지만 세탁기 작동법도 제대로 모른다. 자식과의 대화도 잘 통하지 않는다. 아내들은 ‘남편 재택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병까지 얻기도 한다. 현역시절 남편이 고압적이고 일방적으로 가족들을 무시하고 방치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시작한다. 회사인간으로만 살아온 사람은 인생후반전에 대한 준비는 빈약하다. 일찍부터 관계 복원을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

-은퇴 이후 황혼이혼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그렇다. 한국에서 결혼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는 2011년 2만8,299건이었다. 이 중 24.8%가 황혼이혼이었다. 2000년에는 14.3%였던 것과 비교해도 많이 늘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고 살겠다는 것이다. 길어진 노후생활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회사인간으로 가정에 소홀하고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운 남편들의 원죄가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황혼이혼은 현역시절 내내 참고 살아오던 아내의 요구로 시작된다. 문제는 경제활동이 종료되고 소득이 감소되는 시점에 이혼이 이뤄진다면 이혼 이후의 고독과 빈곤함정에 빠질 확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가족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 성장시대에서 성숙시대로 재편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성장이 멈추면서 안정적인 소득확보가 어려워지고 유지비용은 적잖게 요구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새로운 감축시대 가족조합은 ‘대가족’으로의 회귀다. 공동거주로 불필요한 지출을 감소하고 희박해진 혈연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뭉쳐서 상생할 수 있는 대가족이 새로운 가족모델이다. 캥거루족이나 연어족도 그러한 유형 중 하나다. 최근에는 중년의 부모회귀족까지 생겨났다. 꼭 동일공간일 필요는 없다. 육아와 가사 등 일상생활의 공유정도면 충분하다. 최소한의 복지공동체로 대가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은퇴 이후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 돈이 있어야 원하는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 중요하지만 필수항목으로 돈이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돈이 많이 없더라도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노후준비가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본다면 그 최대변수는 바로 ‘사람’이다. 사람만큼 중요한 것은 ‘취미’다. ‘은퇴 후 8만 시간’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서는 60세에 은퇴해 100세까지 사는 것으로 가정한다. 하루에 먹고 자는 시간을 뺀 11시간이 남는다고 하면 약 16만 시간이 나온다. 이때 경제적 준비가 미흡한 경우는 그 중 절반을 소득활동에 할애하면 8만 시간이 남는다. 엄청난 시간이 남겨지지만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생각하면 막막하다. 일도 없고 취미마저 없다면 은퇴생활은 감옥이나 다름없다. 노년취미가 있다면 배우자나 인간관계도 한층 행복해지고 탄탄해 질 수 있다. 노년에 즐길만한 여가생활이 없다면 서둘러 마련하는 게 좋다. 노인일수록 에너지가 필요하다.

-최근 출판계에서 고령파워를 느낄 수 있는데.

▲과거에는 책을 쓴다는 것은 전문가만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눈높이가 낮아졌다. 차라리 가식적이지 않은 일반인의 속내와 프리즘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 주도세력이 은퇴세대다. 늘그막에 시간은 많고 뭔가 남기고 싶은 어른들의 저술욕구는 그만큼 파워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출판내용보다는 출판주체의 고령화가 주목되고 있다. 망령난 노인네 이미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살아왔던 지혜주머니인 이들의 자원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행복한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충고를 해준다면.

▲은퇴문제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밖에 없는 이슈다. 연금없이 65세 이상 퇴직한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 상생의 논리가 필요하다. 남의 문제, 노인네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세대 간의 대결구도는 봉합이 안 된다. 내 부모, 내 자식 문제로 치환시키면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찍 내다보고 스스로 은퇴이후의 삶을 계획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얘기가 많은 분들의 현명한 은퇴 준비에 작은 쓰임이 되기를 바란다. 장수가 축복이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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