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스터리] 단종, 누가 죽였을까?

People / 황천우 작가 / 2013-08-14 10: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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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역사에세이
[일요주간=황천우 작가] 조선 조 6대 왕이었던 단종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세인들에게 누가 단종을 죽였느냐 질문하면 거침없이 답이 나온다. 수양대군 즉 단종의 숙부인 세조가 죽였다고. 그런데 정말 세조가 단종을 죽였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당시의 상황을 세세하게 살펴보자.

세종은 여덟 살인 손자 홍위(단종의 이름)를 왕세손에 책봉한다. 왕세자(문종)가 건재하고 있는 중에 이루어진 이 행위는 파격으로 역사에서 이러한 예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자신 아울러 세자의 건강이 염려되고 또 그런 연유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따라 이외의 선택을 한다.

세종의 처사는 안일하기 그지없었다. 태조 이성계가 세자로 책봉한 이방석을 죽이고 보위에 앉은 자신의 아버지, 태종 이방원의 경우를 생생하게 알고 있는 그의 선택은 차라리 무모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더욱이 어린 시절부터 제왕의 기질을 보인 수양대군을 위시하여 안평대군 등 기라성 같은 아들들이 즐비하건만 문종이 일찍 사망할 것을 예견했으면서,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의 선택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여하튼 문종은 세종의 예감대로 재위 2 년만에 죽고 열두 살의 단종이 보위에 오른다. 보위에 오른 단종은 방패막이 없는 천애고아였다. 할머니는 물론 어머니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하여 문종은 임종에 앞서 동생들과 김종서 등에게 단종을 보필하라는 고명을 준다.

그런데 고명을 받은 김종서, 황보인 등의 세력에게 조정의 실권이 넘어가자 이에 위협을 느낀 수양대군이 힘을 키우기 시작했고 급기야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 등을 제거한다. 이 부분에서는 김종서 등의 전횡을 못마땅해 하던 집현전의 성삼문을 위시한 학자들도 암묵적으로 동조를 표했었다.

수양대군이 조정의 실권을 잡게 되자 허수아비로 전락한 단종은 고민에 빠져든다. 물론 수양대군 일파의 암묵적인 위협도 없지 않았으나 결국 자신의 증조부 즉 이방원의 일을 떠올린다. 정종이 상왕으로 물러나면서 태종에게 보위를 넘긴 일을. 아울러 자신 역시 상왕으로 물러나면서 보위를 수양대군에게 넘긴다.

이 대목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상왕으로 물러난 단종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단종이 개입되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다시 단종을 보위에 앉히려는 사건을 일으킨다.

일명 사육신 사건으로 이 사건을 세세하게 살피면 단지 단종에 대한 충성이 동기로 귀결되지 않는다. 보위에 오른 세조가 왕권을 강화하려 하자 이미 학자의 본분을 벗어나 정치색을 띠기 시작한 집현전 학자들이 반목하고는 했던 부분도 작용했다.

하여 광범위하게 살피면 서로간의 권력 싸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으로 여하튼 사전에 발각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고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를 떠난다.

그런데 거기서도 일이 꼬인다. 영월 적소에 있는 중에 숙부인 금성대군이 다시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사전에 발각되는 일이 발생한다. 역시 그 일로 복위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순흥(경북 영주)이 초토화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의 목이 떨어진다.
이 대목에서 단종의 존재에 대해 차근하게 살펴보자. 당시 정국에 있어서 단종은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화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육신 사건도 그러하고 금성대군의 복위 운동에도 결국 단종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세조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세조는 막말로 아무 실권 없는, 형님인 문종이 특별히 당부했던 어린 조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을 티끌만큼이라도 가지고 있었을까.

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조카가 존재함으로 해서 이미 무수히 피를 보았고 또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여 세조는 결국 단종을 제거함으로써 향후 전개될 수도 있는 지긋지긋한 피의 행진을 멈추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차근하게 살피면 결국 집현전 학자들을 위시한 충신들 그리고 숙부인 금성대군이 단종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렇다면 단종의 죽음, 권력의 속성에 따른 그의 운명으로 간주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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