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한방칼럼] 보약이란 무엇인가?

칼럼 / 김주호 원장 / 2013-08-14 04: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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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법은 예로부터 수천, 수만 가지가 알려져 왔을 것이지만, 결국 요약하면 ‘올바로 먹고 마시는 것’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을 것이다. 제대로 먹고 마시기만 하면 건강을 지키고 에너지를 충족시키며, 혈액의 양을 잘 조절하고 기타 체내 물질의 결핍이나 과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약의 보(補)는 보충하고 보조한다는 뜻이다. 생명력을 보강하고 자연치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보’라는 한 마디로 요약한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탠다면 몸의 기능이 저하되고 부족할 때 그것을 향상시키고 보충하며 아울러 생체가 가지고 있는 면역력이나 재생력 등의 능동적 자기 방위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보약의 약(藥)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인생을 즐겁게 하는[樂] 풀[草]이란 뜻이 된다. 길가에 밟히는 하찮은 들꽃도, 매일 밥상에 오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푸성귀 하나도 모두 약이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 하여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도 있어왔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이루는 대표적 구성요소를 기(氣) · 혈(血) · 음(陰) · 양(陽)으로 나누어 그 각각을 보충하는 것을 보기, 보혈, 보음, 보양이라 이름 붙였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한의학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병에 걸린 다음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그것은 마치 목이 말라 견딜 수 없게 된 연후에 우물을 파거나, 전투가 시작된 다음에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아서 이미 늦은 것이다.’

이 말은 의학의 궁극적 목적이 질병의 치료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예방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질병의 예방은 곧 건강 유지의 한 가지 방법이 된다.

건강이란 그저 질병이나 아니면 신체적 허약이 존재하지 않는 그 상태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말하므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질병의 예방일 뿐이다.

또한 질병을 예방한다 해도 거기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수많은 길들 중 하나가 앞서 말했듯이 생명의 에너지를 보충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인데, 한의학에서 그러한 길로 인도해주는 대표적 안내자가 바로 보약이라는 것이다.

보약은 그 글자가 뜻하듯이 우리 몸의 기능이 부진한 것을 보충해서 도와주고, 아울러 신체가 갖고 있는 면역력 등 자기 방어력을 돕는 약이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러한 효능이 있는 약재들을 혼합한 처방이며, 또한 약용 식품들이기도 하다.

보약도 치료제가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가 있다. 나랏일에 비유하자면, 만약 전쟁이 일어났을 땐 군대를 동원하여 피 흘리는 싸움을 통해 이겨야 하지만, 전쟁이 가라앉고 나라 안팎이 안정되면 지배자는 덕을 베풀어 민심을 수습하고 올바른 정치를 통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만약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일 때는 정치와 전쟁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질병의 치료도 이러한 나랏일과 꼭 같다. 병의 기운이 극심할 경우에는 빨리 군대를 보내어 공격하여 그 삿된 기운을 제거하는 약을 써야 하는데 이것을 사약(瀉藥)이라고 한다.

그렇게 약을 써서 극심한 병의 상태는 호전되었으나 그로 인하여 체력이 매우 쇠약해졌다면 어지러운 민심을 달래어 정치를 하듯 보약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의 기운도 극심한데다 그것을 이겨낼 체력조차 없이 쇠약하다면 보약과 사약을 적절히 조화하여 쓰는 것이 바로 질병 치료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 같은 감기라도 허약한 사람이 피로 끝에 얻은 감기라면 패도의 방법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쌍화탕 같은 몸을 보하는 감기약을 쓰게 되며, 병의 정도에 따라 쌍패탕이나 쌍금탕과 같이 쌍화탕에 왕도와 패도를 조화시켜 변화 응용하게 된다.

따라서 보약은 질병의 예방에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 치료의 과정 중의 하나로 사용할 수도 있는 유용한 무기이며,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보강함으로써 병을 물리치는 치료제의 뜻도 담겨 있다.

보약의 네 가지 구분
앞서 언급했듯, 보하는 치료법에는 보기(補氣), 보혈(補血), 보음(補陰), 보양(補陽)의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신체 에너지가 부족하여 몸이 피로하며 기력이 없고 식은땀이 나며 숨도 밭고 움직이고 말하기조차 싫어하는 경우는 기(氣)가 허한 경우이므로 보기를 시켜야 한다. 대표적 처방으로는 사군자탕, 보중익기탕 등이 있으며 약재들 중에서는 인삼, 황기, 백출 같은 것들이 대표적 보기약이다.

마치 부황에 걸린 듯 얼굴이 누렇게 뜨고 손톱이나 입술이 창백하며 어지럽거나 이명이 생기고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문제가 생기며 흔히 말하는 ‘빈혈’ 증세가 심할 때는 혈(血)이 허한 경우이므로 보혈을 해야 한다. 대표적 처방으로 사물탕, 귀비탕 등이 있으며 당귀, 숙지황, 천궁, 작약 같은 약재들이 대표적 보혈약이다.

몸무게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입이 마르고 피부 껍질이 일어나면서 거칠어지며 이유 없이 가슴이 뛰거나 잘 놀라고 잠이 잘 오지 않고 마른 기침을 하고 대변이 딱딱해지는 등의 현상이 생기게 되면 이는 대체로 체내의 진액이 부족한 증상인데 이는 음(陰)이 부족하여 생기는 질환이므로 보음약을 써야 한다. 육미지황탕, 청리자감탕 등이 대표적 처방이며, 산수유, 구기자, 맥문동 등이 보음약에 속하는 약재들이다.

허리 아래와 무릎이 차고 시리며 힘이 없거나 아랫배에 찬바람이 들면서 자주 아프기도 하고 대변도 묽으며 생리불순과 더불어 발기부전이 있거나 손발이 찬 경우는 몸의 기능적 부분이 원활하지 못한 모습인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양(陽)이 부족하다 하여 보양약을 처방한다. 처방으로는 팔미지황환, 우귀음 등이 대표적이고, 약물 중에는 부자, 육계, 녹용, 음양곽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네 가지를 운용함에 있어서도 보함의 정도를 구분하여 강하게 보할지, 부드럽게 보할지, 아니면 보법과 사법을 동시에 사용할지를 사람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구분하는 정교한 진단 작업이 필요하므로, 보약은 함부로 복용할 만한 것이 아니며, 반드시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하에 복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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